[Ki-Z 영화人] ‘해결사’ 설경구 “사생활 신비주의? 사람 사는 것 똑같다”

[Ki-Z 영화人] ‘해결사’ 설경구 “사생활 신비주의? 사람 사는 것 똑같다”

기사승인 2010-09-04 13:05:00

[쿠키 영화] 1년 여동안 배우 설경구를 3편의 영화 (해운대, 용서는 없다. 해결사) 때문에 3번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것 두 가지는 소탈함과 부끄러움이다. 기자들 앞이라고 무엇인가 형식을 갖추고자 하는 것은 애시당초 없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도 조성이 되면, 그때부터는 인터뷰가 아닌 사담으로 이어진다. “영화 때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말하자, 선뜻 “00호프집으로 오면 나 거기 자주 있다”로 응답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를 보기 전, 진행되는 인터뷰이기에 영화가 대화의 비중에서 적을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설경구란 인물 자체가 그러한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

또다른 한가지. 부끄러움은 사진 찍을 때 노골적(?)으로 보인다. 늘 촬영 카메라 앞에 서서 팔색조같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배우 설경구는 인터뷰를 위한 스틸 카메라 앞에서는 참으로 부끄러워한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귀차니즘’으로 보이기도 한다. 1분 이하로 사진을 찍는 사진 기자를 좋아한다는(?) 설경구는 그래서 간혹 많은 오해를 받기도 한다. 사생활을 너무 대중들에게 안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설경구는 반박한다.

“1년에 3번의 영화를 찍으면서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했나. 아마 저만큼 언론에 노출 많이 된 배우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이 다 똑같은데 뭐가 그리 궁금할까. 나 자신도 행사장에 서는 것이 어색하다. 그래서 내가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난 항상 촬영할 때 풀스케줄을 빼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찍는데 부르면 언제든지 간다”

설경구의 말은 해석 그대로 하면 진실이다. 영화 한편 찍으면 진행하는 인터뷰만 수십 곳이다. 신문, 방송, 잡지까지 포함하면 1년 동안 설경구는 아마 100번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으니, 그 어느 배우보다도 지면과 인터넷 공간에 많이 도배를 했다. 여기에 지난해 배우 송윤아와의 결혼식까지 포함하면 대중 노출도는 배우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런데 왜 대중들은 설경구를 신비주의적 인물로 생각할까.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드라마는 물론 CF에도 등장하지 않으면, 배우들이 종종 협찬을 받으러 모습을 드러내는 기업 행사나 패션쇼에서도 설경구는 없다. 그 흔한 홍보대사 직함 하나 맡지 않을뿐더러 요즘 배우들이 자주하는 트위터 조차 만들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 능력 부족이다. 게다가 우리 (영화 배우는) 촬영 한참 전에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보지만, (드라마는) 책을 기다려야 하니까, 그런 시스템에 자신이 없다. 물론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사람이 첫 발을 내미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하지 않는가. 또 방송에 나가려면 예능도 나가야하는데, 내가 그런 쪽으로 되는 놈이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난 영화가 좋다”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엄살(?)을 피우는 설경구가 이번에 출연하는 영화 <해결사>는 그런 측면에서 출연 자체가 의아했다. 30일 가진 언론시사회를 가진 <해결사>는 그 컷 촬영으로 인해 화면이 현란했다. 3초 이상 지속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단순한 액션도 컷을 연결해 편집하자 화려하게 보여졌다.

“장면도 많았지만, 신 안에 또다른 신이 있다. 제작보고회 보여준 메이킹 필름에서 한 스태프가 다시는 이런 영화 안찍는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이유였다. 콘티를 봤는데 마스터가 안되고 컷로만 찍어 지워나가더라. ‘2번째 컷입니다. 3번째 컷입니다’라고 말하는데 돌겠더라. 그것만 해야 하니까. 그래서 조금 촬영하다가 는 그냥 마스터로 가자고 했다. 그게 힘들더라고 마스터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이 설경구, 오달수, 송새벽. 느낌이 느려 보이지 않나. 그런 사람들 데리고 속도감 있는 액션 영화를 만드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잘못하면 오합지졸, 잘만 섞으면 나름대로 개성 강한 이들이 아닌가”

설경구 말대로라면 정말 느린 이들을 모아서 현란한 액셕으로 만들어낸 권혁재 감독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다. 사실 류승완 감독의 첫 수제자이기도 한 권 감독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범상치 않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감독 데뷔작이면서 나이도 80년생으로 어렸다.

“권혁재 감독이 류승완 감독 수제자인데 색깔이 너무 다르다. 류감독은 어둡고 묵직한데, 권 감독은 밝다. 벌건 대낮에 싸우고 차도 20대씩 갖다 박는다. 그런데 외모만 보면 권 감독이 스승이고, 류 감독이 제자 같다. 80년생인데 덩치에 맞게 여유가 있다. 사실 현장에서 그게 쉽지 않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당확해야 하는데, 너무 여유가 있어서 조금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설경구와의 인터뷰가 액션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 도 있다. 설경구-오달수-송새벽의 조화에서 내뿜는 코믹적 기대감은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경구 역시 “코믹 요소가 있긴 하지만 엄연히 액션 영화다”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는 분명 액션 영화다.



특히 신축한 대전시청 앞길을 막은채 촬영한 자동차 추격 장면은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그동안 다소 투박한 액션을 보여줬던 설경구의 세련된 격투 장면이나, 거구를 단 두방에 제압하는 오달수의 액션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잔인하지는 않다.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잔인한 영화가 스크린을 점령한 지금, 이들이 보여주는 액션은 몸을 들썩이게 하는 쾌감마저 안겨준다.

“어떻게 보면 올해 잔인한 영화의 시작은 <용서는 없다>였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한국영화는 정말 너무 잔인했다. 아저씨의 경우에는 원빈의 액션이나 연기가 멋있었지만 사실 난 아이들을 범죄에 이용하는 배경이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해결사>는 유쾌한 영화다. 가볍게 웃을 수 있고, 새로운 액션을 볼 수 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류승완 감독이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인터뷰 잘하나 감시하러 왔냐”는 설경구의 말에 류 감독은 복숭아 등의 과일을 들고 왔다. 막 기술시사회를 보고 왔다는 류 감독에게 소파 위에 두 발 다 올려놓고 이야기하던 설경구는 복숭아가 너무 시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말투로 투덜거렸다. 이것이 4400만명의 관객을 모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의 어느 날 인터뷰 풍경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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