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김태희 연기력 늘어났다?…양동근, 뒷받침 ‘절묘’

‘그랑프리’ 김태희 연기력 늘어났다?…양동근, 뒷받침 ‘절묘’

기사승인 2010-09-08 16:26:01

[쿠키 영화] 김태희의 연기를 보는 이도 답답하지만,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흡인력 떨어지는 대사 전달과 뭘 해도 이쁘장하게 나오는 비주얼은 김태희의 설 곳을 없애버렸다.

7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김태희의 스크린 복귀작 <그랑프리>는 김태희에게는 흥행 작품으로는 미지수지만, ‘위안’이 되는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평가가 이전과 달리 아예 ‘최저치’를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랑프리>는 경마 대회 도중 사고로 말을 잃고 좌절에 빠진 여기수 ‘서주희’(김태희)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려간 제주에서 만난 새로운 경주마 탐라와 자신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 ‘이우석’(양동근)과 함께 여기수 최초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렸다.

사실 영화는 밋밋한 편이다. 경마와 여기수를 소재로 하기는 했지만, 경마의 세계 자체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전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국가대표> <킹콩을 들다> 등에서 느껴지는 스포츠의 감동은 사라졌다. 그대신 남는 것은 김태희와 양동근 사이의 알콩달콩한 사랑만 남는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 기댄 것이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고, 두 사람의 연기력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노출된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는 김태희의 연기력은 그 자체로만 본다면 ‘스크린 참패’의 여주인공답게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두 요소가 김태희의 연기력을 급부상시켰다.

하나는 제주의 풍광과 그랑프리 1위를 향해 달려가는 여기수의 캐릭터다. CF 장면을 통해 익숙해진 김태희의 이미지는 영화에서도 보여지면서, 관객들은 ''배우 김태희‘보다는 ’CF모델 김태희‘를 만나 어색함이 사라졌다. 여기에 김태희가 가지고 있는 엘리트적 느낌은 고스란히 최초 여성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캐릭터와 일치하게된다.

또다른 하나는 상대 배우 양동근이다.
김태희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내는데, 양동근의 진부하지만 털털한 연기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태희의 웃음이 연기로서가 아닌, 양동근이라는 재치있는 배우를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관객들은 느끼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만일 상대 배우가 교체된 양동근이 아닌, 이준기였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지속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상대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다소 부족한 이준기의 경우에는 혼자만의 캐릭터는 극 중 구축할 수 있을지언정, 김태희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는 부족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김태희의 연기력은 적어도 <그랑프리>에서만은 낮게 평가하기 힘든 상황이다.

추석 감동 영화를 표방한 <그랑프리>에서 사실상 감동은 없음을 확인한 현재, <그랑프리>의 흥행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혹자의 말대로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상황에서, ‘김태희’란 브랜드가 스크린에서 인정받지 못하는지를 관객들이 알기 때문이다. 결국 양동근에 의해 보완된 김태희의 연기가 얼마큼 보완되었으며, 이것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한, <그랑프리> 역시 김태희에게 흥행작품으로 남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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