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신호 줄때는 언제고”…김중수 한은총재 ‘진땀’

“금리 인상 신호 줄때는 언제고”…김중수 한은총재 ‘진땀’

기사승인 2010-09-09 13:41:00
[쿠키 경제]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9일 시장과의 불통 지적에 진땀을 흘렸다. 김 총재가 7월 금리인상이후 시장에 추가 금리인상 시그널(신호)을 계속 줬음에도 두달 연속 금리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무슨 시그널이 그 모양이냐”며 “김 총재가 자칫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는 전달과 같은 2.25%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 총재는 금통위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경제둔화에 대처해 추가부양하고 있으며 유럽국가 재정문제 등 경기둔화움직임이 보다 커졌다”고 금리동결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기자들은 김 총재의 이같은 설명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총재는 7월 금리인상이후 시장에 줄기차게 물가억제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김 총재는 지난 7월 금리인상때나 지난달 금리동결후 “연 2.25%의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라고 말해왔다.
각종 강연에서도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낮다”거나 “경기회복보다 물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한은 총재의 금리 관련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시장에 보내는 신호로 여겨진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채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운용하는 106개 기관의 채권시장 전문가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2.0%가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달에는 전문가들 가운데 25.6%만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또 모 인터넷매체의 조사에서는 응답자 20명 가운데 75%인 15명이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같은 높은 금리인상 기대치는 대부분 김 총재의 발언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로 인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금리인상 신호를 주면서 동결하는 것은 시장과의 소통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금리정상화 필요성은 그대로 갖고 가지만 대내외 여건을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시장에 시그널을 잘못 줬다는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나 물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때의 대내외 상황변화가 금리결정의 키 포인트로 작용할 경우 선제적 인플레 대책을 세워야하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공교롭게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아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 위기관리대책회의는 비상경제상황실과 함께 올해 말까지는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어느때보다도 경제 불안에 대한 톤을 높였다. 결국 기준금리는 윤 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동결됐다. 시장에서는 “한은 총재보다 윤 장관이 시장에 대한 시그널을 정확하게 주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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