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는 n분의 1” 발언에 발끈…통화당국 내부갈등?

한국은행, “총재는 n분의 1” 발언에 발끈…통화당국 내부갈등?

기사승인 2010-09-19 21:54:00
[쿠키 경제] 현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김중수)한은 총재의 발언은 전체 금통위원 n분의 1에 불과하다”며 총재를 정면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총재의 리더십을 훼손시켰다”고 반발했으나 해당 금통위원은 “소신발언을 계속 하겠다”고 나서 통화당국이 자중지란에 빠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강명헌 한은 금통위원은 최근 '기준금리를 왜 한은 총재에게만 묻나'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이달 금리동결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대해 “총재의 역할을 오해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금리가 7인(현재는 6인)으로 구성된 금통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되고 총재도 한 표만 행사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이) 한은 집행부 수장으로서의 총재 발언에만 귀기울이고 짝사랑했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금통위 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금통위 전체를 대표하는 금통위 의장 자격으로 발언해야 하는데, 한은 총재로서의 생각이 약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총재의 발언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금리인상 필요성을 자주 언급했으나 이달 금리가 동결되자 시장으로부터 “언행불일치로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기고문에 대해 한은 내부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한 표니까 총재 얘기만 듣지 말라는 식의 논리는 황당할 따름”이라며 “금통위원들이 저마다 사견을 공개하면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고 비판했다. 그의 이력을 들어 “한은 흠집내기”라며 발언의 진정성을 문제삼는 직원들도 많다. 강 위원이 그동안 공식석상 등에서 공공연히 ‘총재 발언=n분의 1’론을 주장해온데다 금통위 회의에서 튀는 언행도 빈번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4월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7월 금리인상 때는 홀로 동결 입장을 밝혔다.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강 위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금통위원 A씨는 “(강 위원이) 의장의 의결권과 발언권을 혼동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버냉키가 의결권을 n분의 1 갖고 있지만 위상은 그 이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총재는 강 위원의 기고문을 접한 뒤 “개인 생각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책임과 판단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언급, 불만을 에둘러 표시했다.

하지만 금통위 내분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강 위원은 해당 기고문에서 “금통위원도 시장과 소통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이번)기고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소신발언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전 금통위원이었던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한국은 다른나라에 비해 시장이 작기 때문에 혼란방지를 위해 의장이 대표해서 금통위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금통위의 독립성 확보와 자질미달의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금통위원 전원에 대한 국회청문회를 도입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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