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김태희의 3번째 스크린 도전도 참패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경쟁 작품들이 없다면 그래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논해보겠지만, ‘김태희’라는 브랜드로 붙을 상대들이 아니다.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봉한 김태희-양동근 주연 <그랑프리>는 추석을 앞둔 17~19일 주말동안 4만 8698명 (누적 6만 3510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예매율도 저조한데다가, <무적자> <레지던트이블> <시라노 : 연애조작단> <퀴즈왕> 등 경쟁 작품들이 워낙 쟁쟁해 반전의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김태희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했지만, 여전히 흡입력 없는 연기는 관객들에게 어필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입소문은 더 이상 나지 않았음은 물론, 온라인 예매사이트에서는 순위권 내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다. 군 제대후 복귀작으로 <그랑프리>를 선택한 양동근의 연기력도 이를 100%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 수동적인 드라마와 능동적인 영화
김태희가 영화에 세 번째 도전하면서, 그나마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전작인 드라마 ‘아이리스’때문이었다. 스스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
드라마는 일정 시간대에 집에서 편하게 TV만 켜면 볼 수 있는 수동적인 매체다. 김태희라는 단일 브랜드가 아닌, 배우와 스토리라는 다양한 브랜드가 복잡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반드시 톱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동일 시간대 경쟁작은 기껏해야 2~3편의 타방송사 프로그램들이다. 초반에만 기선을 잘 잡으면, 중반이후 다소 지루하더라도 스토리 연속성의 호기심으로 인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리뷰와 입소문 등 많은 정보를 접한 이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능동적인 매체다. 이는 드라마와 달리 관람 금액을 지불해야 되기 때문이다. 시청자에서 관객의 입장으로 바뀐 대중들은 보다 더 냉정해지고, 2시간여 동안 이동하지 못하고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과 비용 대비 큰 즐거움을 찾으려 한다. 이때는 드라마와 달리 관객들은 안정된 브랜드를 선호하게 된다. 설경구나 송강호, 오달수, 유해진, 정재영, 박해일 등의 배우와 강우석, 박찬욱, 봉준호, 장진 감독 등의 브랜드가 그렇다. 이에 비하면 김태희라는 브랜드는 시간+비용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 김태희는 스크린서 남자 배우들의 무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단일 브랜드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남자배우들이 김태희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대신 ‘실패’를 맛보고 있다는 것이다. 즉 관객들에게 연기력이 보장된 강력한 브랜드보다도 ‘김태희’라는 배우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중천>은 100억의 제작비용을 투자했지만, 150만 여명의 관객 동원에 그쳤다. 설경구와 부부로 나온 <싸움>은 전국 관객 38만 여명이다. 여기에 이번 <그랑프리>에서도 연기파 배우라 평가받는 양동근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김태희라는 배우의 탓이라기보다는 시나리오의 문제라고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시나리오를 연이어 선택하는 것도 배우라는 점에서 이러한 평가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이번 흥행 성적으로 <그랑프리>를 수준 낮은 영화라고 일방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태희에게는 대표작 선택의 또한번 실패라는 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