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2NE1의 싹쓸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Ki-Z issue] 2NE1의 싹쓸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유

기사승인 2010-10-02 14:04:01

[쿠키 연예]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이다. 데뷔 1년 6개월 만에 온·오프라인 상위권을 싹쓸이한 여성 4인조 2NE1. 지난달 9일 발표된 정규 1집 ‘캔 노바디’(Can''''t Nobody) ‘고 어웨이’(Go away) ‘박수쳐’ 3곡을 동시에 타이틀곡으로 내밀어 모조리 성공했다. 공개 당일부터 온라인 음악 사이트 1,2,3위 등극은 물론이거니와 순위가 존재하는 지상파·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 트로피를 순차적으로 쓸어갔다. 이쯤 되면 ‘블록버스터급 위력’이라 부를 만하다.

언론과 방송에서는 가요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2NE1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며 연일 칭찬 일색이다. ‘1타 3피’ 사전 프로젝트에 10억 원을 쏟아 부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로서도 남는 장사다. 수익 창출보다 더 큰 수확은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신인가수 2NE1의 이름을 한 방에 제대로 알렸거니와 가요계 상위권을 독식함에 따라 ‘실력파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2NE1은 호평 받을 만한 일을 해낸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2NE1의 이번 행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물량 공세’로 가요계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시키고 소속사간 권력 싸움으로 번지게 만드는 ‘불씨’를 제공한 셈이다. 물론 2NE1의 싹쓸이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기에 앞서 이들의 실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범상치 않은 무대 장악력, 시원한 가창력, 우연한 몸놀림 등 장점을 두루 갖춘 팀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2NE1에게 판을 깔아준 YG 소속사의 결정이 아쉽다는 점이다. ‘1타 3피’는 분명 영리한 작전이다. 날림으로 대충 만들어 고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니라, 한 곡 한 곡 혼신을 다해 만들고 고품질의 뮤직비디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인정받을 만하다.

과정이나 의도가 어찌됐건 결과적으로는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횡포가 됐다. 가요계 시장을 자기들만의 무대로 독식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YG도 물론 할 말은 있다. 이렇게 싹쓸이할 줄은 몰랐다는 행복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YG의 이번 물량 공세는 2NE1이 1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10여 년 동안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쌓아올린 금자탑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YG도 출발은 군소 기획사였다. 빅뱅, 세븐, 지누션, 원타임 등 인기를 얻는 그룹이 늘어나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실력을 갖춘 신생 그룹을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었고, 팬 층을 서서히 늘려갈 수 있었다. 이러는 사이 몸집이 거대하게 불어났고, 대형 매니지먼트사 중에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는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에 노래와 뮤지션을 수시로 노출시킬 수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친분을 다져온 방송 관계자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용이하며, 실력 있는 작사·작곡가나 소속 뮤지션을 기용함으로써 좋은 곡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모두 가요계 시장을 쥐락펴락할 만한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쏟아내는 ‘물량 공세’를 군소 기획사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시장 논리 구조에 의해 어느 정도 콘텐츠가 되는 뮤지션인 경우, 쏟은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YG의 ‘1타 3피’ 공략이 첫 선을 보이자마자 대성공을 거둠에 따라 톱 상위권을 제외한 음악 시장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가요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힘없는 군소 매니지먼트사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가 다 갖고 가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는 군소 매니지먼트사 한 관계자의 외침이 씁쓸하게 들린다.

더 큰 문제는 권력의 독점화 현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YG의 성공으로 인해 다른 대형 매니지먼트사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해 가요계 시장을 장악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권력 세습화 현상을 막을 자가 아무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행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데 그것을 제어하거나 막을 장치나 구조가 전혀 없다는 게 더 위험하다”며 “대중문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하는데 우리 시대의 미디어는 이미 그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PD나 방송 관계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지금으로선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횡포를 막을 만한 방법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순수하게 좋은 콘텐츠에 의지해 가요계에서 1위를 차지할 확률은 제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가요계는 TV 음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아무리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TV 노출이 별로 없었던 군소 매니지먼트사의 소속 가수가 1위를 차지할 확률은 제로”라며 “2NE1이 상위권을 독식했기 때문에 그에 못지않게 좋은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노출될 기회가 적어진다.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팬이 합심해서 움직이면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해당 뮤지션을 1위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은 그 순위를 뮤지션 간의 실력 차이로 왜곡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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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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