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방가방가’ 김인권 “폼나는 역? 최선 다하면 폼난다”

[Ki-Z 영화人] ‘방가방가’ 김인권 “폼나는 역? 최선 다하면 폼난다”

기사승인 2010-10-03 13:00:00

[쿠키 영화] 배우 김인권은 맛깔난 배우다. 그가 나오면 사람들은 어느정도 기대치를 갖게 되고, 그는 그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1998년 영화 ‘송어’를 데뷔 후에 25편의 영화와 8개의 드라마를 하는 동안 그는 주연을 받혀주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했다. 하지만 그 조연 역시도 빛났고, 결국 2010년 영화 ‘방가방가’를 통해 첫 주연을 꿰찼다. 그리고 주연으로서 배우 김인권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인권이 영화 ‘방가방가’에서 맡은 역은 청년백수 ‘방태식’역. 5년 동안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취업을 위한 노력으로 부탄 사람 ‘방가’로 분해 가짜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청년 실업과 이주 노동자의 삶을 비추고 있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첫 주연으로서 스크린에 등장한 김인권에게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물어봤다.

기자 : 첫 주연이다. 부담감과 기대가 여러 모로 교차했을 것 같다. 특히 ‘방가’ 캐릭터가 한국인으로 보든, 외국인으로 보든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 심경은 어떤가.

김인권 : 촬영할 때엔 부담감보단 열정과 기대로 가득했다고나 할까. 그 땐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될 줄 몰랐다. 투자사도 없었고 그냥 의기투합해서 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열정 뿐이었다. 그 열정으로 연기도 열심히 했고 잘 어울린다고 느껴준다면 아주 ‘땡큐’다. 나의 출중한 외모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역할이었다. 부담은 사실 그리 크지 않다. 개봉하는 것만도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해 하고 있다.

기자 : 영화를 찍기 전 부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었나. 혹 몰랐다면 사전에 공부하거나 한 지식은 있는지.

김인권 : 사진으로 만난 부탄인의 모습은 우리랑 많이 틀리지 않나? 였다. 행복지수가 세계 일등이라고 한다. 부탄사람들은 집 앞에 쌓아놓은 장작더미만 봐도 아주 뿌듯해 하는 소박하고 순수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 부탄인이 부탄대사와 그의 마누라 뿐인지는 아직 파악 중이다. ‘방태식’이 아는 부탄에 대한 정보만큼만 알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기자 : 영화를 보니 다양한 나라 사람을 연기하느냐 춥고 덥고 난리더라. 가장 고생한 장면이 있다면 무엇을 꼽는가.

김인권 : 장미 오토바이 태우고 달리는 장면. 지난 겨울 103년만의 폭설이 내릴 정도로 추웠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손등이나 볼이 뜯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키스를 하는데 코에서 내뿜는 콧김이 용가리 수준이다. 신종플루인지 확인은 안해봤지만 감기로 2~3주 힘들었다. 두어 시간 쉴 때 병원 가서 링겔 꽂고 있었다.

기자 : 영화가 두 가지 사회적 내용을 담고 있다. 취업준비생의 애환과 외국인노동자의 삶. 평소에 이 두 가지 내용에 대해 관심은 있었나. 또 영화를 찍은 후 두 내용에 대해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김인권 :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치려고 행동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 문제를 처절하게 겪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멀리서 봐서 코미디지 그런 문제를 겪는 당사자는 괴롭다. 보라. 괴로워하는 연기 일색이다. 근데 이거 코미디 영화다.

기자 : 극 중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과 더 많이 부딪치며 연기하는 것 같다. 그들과 호흡은 어땠는가.

김인권 : 아주 친하게 잘 지냈다. 한국말 잘 하는 친구들이다. 노래 잘 하는 알반장님이 제일 형이고 다음이 나다. 나머진 동생들. 형 동생처럼 친구처럼 아주 재밌게 지냈다. 그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고 싶었다. 영화를 잘 만들어서 다들 유명해지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알반장님, 무하마드 칸 형은 실제로 공장에서 반장을 했었단다. 아주 성실해서 공장 사장 딸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기자 :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 속에 들어가 울컥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같이 생활도 했는가.

김인권 : 알리 형이 촬영을 하느라 방글라데시에 계신 아버지의 임종을 못 봤을 때,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그 전부터 고향에 잠시 다녀오게 해달라고 얘기했었는데 알리 형이 없으면 모두가 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조금 늦게 고향으로 갔고, 도착 전날 아버지는 돌아가신 것이다. 대본 리딩을 할 때, 네팔인 찰리가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매번 눈물이 쏟아져 리딩을 이어가지 못했다. 고향에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이모도 있고, 삼촌도 있고, 조카도 있고. 식구들에게 돈 보내려고 한국에서 고생하는 찰리의 모습에 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분들과 같이 생활할 기회는 없었다. 출연하시는 분들과는 촬영 내내 붙어다녔다.

기자 : 어떻게 보면 영화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배경이 된 원곡동의 경우, 한국인 주민들의 불편도 제기되는데, 그 균형점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김인권 : 물론 그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 나라에서 얼른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시스템과 환경을 정비해야 되지 않겠는가? 안 그러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선량한 외국인 노동자마저 범죄자나 저급하고 불량한 족속으로 전락되지 않겠는가? 동냥은 못 주면서 쪽박 깨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는가? ‘방가’로서 해 본 생각이다.

기자 : 역할을 보면 이번에도 의리도 있고 순진한 구석도 있지만 어리버리하고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이다. 좀 더 폼나는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김인권 : ‘김인권’식의 폼은 나중에 보여드리기로 하자. 왜냐면 아직 폼 잡는 거 보단 주어진 일 잘 하기에도 벅차니까. 현재로선 시나리오대로 최선 다해 연기하는 게 폼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폼 안나는 역이라 안타까워 해줘서 고맙다.

기자 : 현재 두 아이의 (곧 셋째 아이가 태어난다) 가장으로서 어찌보면 작품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생계형을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류의 고민을 작품 선택할 때 해봤나. 썩 달가운 캐릭터는 아닌데, 해야하는 상황도 있잖는가.

김인권 : 썩 달가운 캐릭터가 아닌데 할 경우 오히려 많은 걸 깨닫기도 한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건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줄었다는 의미다. 그래도 정말 하기 싫을 때는 안해야 맞다. 그러면 정말 하기 싫은데 돈을 많이 주는 경우? 안한다. 그런데 만약 그 때 돈이 똑 떨어졌다면? 한다. 결론은 젊었을 땐 가리지 않고 하는 게 맞다.

기자 :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는데 최근 영화 때문인지 예능에서 종종 보인다. 왠지 주연으로서 무게감을 가지고 확실히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가방가’의 흥행 여부에 대해 스스로 점쳐본다면 어떤가.

김인권 : 개봉하는 상황에도 감사한다. 그 엄숙하기로 악명 높은 언론시사회에서 기자들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이미 1000만 넘은 기분이었다. 투자 배급사도 없는 영진위 지원작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바라겠는가? 감사 또 감사한다.

기자 : 마지막 질문. 배우 문성근은 나중에 나이 먹어서도 ‘칠수와 만수’를 다시 하는 젊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고, 박중훈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 김인권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은 무엇일까.

김인권 : 잘 모르겠기도 하고 비밀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건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발전해 가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것보다 우리나라가 10년 20년 후에 더 잘 되면 좋겠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개봉한 ‘방가방가’는 지난 1일, 2만 9109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렸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호평을 받으며 현재 누적 관객수 7만 6217명을 기록해 주말, 10만 관객을 돌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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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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