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 시즌2’(이하 ‘슈퍼스타K2’)가 광풍을 몰고 왔다. 지상파·케이블 너나 할 것 없이 ‘오디션 붐’에 뛰어든 것이다. ‘시즌2’의 인기는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달 24일 케이블 역사상 유례없는 대기록인 전국 시청률 14%(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 유가구 기준)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다.
‘기적을 노래하라’는 프로그램 슬로건처럼 ‘슈퍼스타K2’에 인상을 남긴 출연진은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됐다. ‘슈퍼스타K2’가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은 불철주야 공을 들인 스태프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중 출연진을 독려하며 프로그램에서 무게 중심축을 잡고 있는 방송인 김성주(38)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김성주는 12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완벽에 가까운 진행력과 탁월한 순발력으로 ‘슈퍼스타K2’를 수준 높은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스케줄 사정으로 중도 하차한 배우 임창정에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김성주. ‘슈퍼스타K’가 물어다 준 행운일까. 각종 러브콜이 끊이지 않더니 올해만 해도 특집을 포함해 8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슈퍼스타K2’ 인기 여파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성주를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만나봤다.
‘슈퍼스타K2’ 진행자라는 위치 때문에 요즘 어디를 가나 질문 공세를 받는단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최후의 1인이 누가 될 것 같냐”는 것이다. 시청자가 뽑는 최후 1인인데다 진행자라는 공정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말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게 됐다.
“제가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물어보신다는 건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는데요. ‘OO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물어보시면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어요. 저도 누가될지 모르는데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저도 OO가 될 것 같다고 응수해요. ‘OO가 될 것 같냐’는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취향이 다양해서 그런지 한 사람에게 쏠리지 않고 골고루 분포돼 있더라고요.”
‘슈퍼스타K2’ 방송이 있는 금요일이면 오전부터 분주하다. 새벽부터 일어나 케이블채널 KBS 드라마 ‘어깨동무’ 사전 녹화를 먼저 끝내고, 곧장 ‘슈퍼스타K2’ 리허설 무대로 넘어와 무대 조명, 출연자 등장, 오프닝 멘트와 동선 체크 등 생방송 준비에 돌입한다. 120분 동안 쉴 틈 없이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생방송이기에 리허설부터 살벌한 긴장감이 돈다. 무대 체질일까. 김성주는 생방송 시작 전부터 조여오는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무대에 서면 출연진에게 집중하는 관객의 기운이 느껴져 정말 좋아요. 오랜만에 받아보는 관심과 사랑이라 마냥 기분 좋습니다(웃음). 특별히 긴장되거나 떨리진 않는데요. 아무래도 포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에 바짝 정신을 차리는데요. 문이 열리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장면을 연출할 때 가장 쑥스럽습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보면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손을 흔들거나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롭게 즐기던데 전 뭘 해도 어색하더라고요(웃음).”
생방송이라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슈퍼스타K2’의 당락은 문자 투표(60%), 심사위원 점수(30%), 인터넷 투표(10%)의 합산 결과로 현장에서 바로 집계되기 때문에 합격자와 탈락자 명단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김성주는 중간 광고나 출연진의 합동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제작진으로부터 합격자 명단을 건네받는다. 종이에 적어주거나 귓가에 알려주는 게 전부다. 현장 리드 멘트는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상당 부분이다.
“요즘 어딜 가나 탈락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 너무 뜸을 들인다고 지적이 많으시던데요(웃음).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한 저만의 암시에요. 생방송이라서 발표나 진행에 있어서 실수를 하면 안 되거든요. 특히 합격자를 탈락자로 만들거나 탈락자를 합격자로 만드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큰일 나죠. ‘이번 합격자는’ 말한 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는 건 스태프와 사인을 주고받으면서 제가 틀린 게 없는지, 합격자나 탈락자 명단이 뒤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쇼(웃음).”
‘슈퍼스타K2’는 시청자·누리꾼 투표와 심사위원의 점수로 합산되기 때문에 김성주도 누가 합격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중간자적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탈락을 결정하는 사람인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탈락자는 OO입니다’ 뜸을 들이면서 발표하니까 마치 제가 OO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오해하시더라고요. 무대에 함께 서면서 얼굴을 익혔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는데 제 입으로 탈락자를 발표해야 하는 심정은 오죽 안타깝겠습니까. 전 여러분이 뽑은 사람을 발표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결과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있는 듯 없는 듯 무대에 서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절대 오해하지 말아주세요(웃음).”
합격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 멤버들을 무대 위로 세우는 구성도 김성주의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 순간에 멤버들을 세우는 것도 조합의 싸움인데요. 누가 봐도 떨어질 것 같은 멤버들끼리 붙인다면 프로그램의 재미가 반감되겠죠. ‘어 잘했는데 떨어졌네?’ ‘오늘 무대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올라갔네’처럼 의외성을 줄 수 있는 멤버들을 세워야 하거든요. 그날 출연자의 무대 컨디션도 확인하면서 긴장감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조합을 생각합니다.”
김성주의 임기응변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상정보부터 당일 무대 매너, 문자 및 인터넷 투표 결과 등 출연진의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이는 탈락자에게 잊지 못할 최후의 한 마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위해서다. 앤드류 넬슨에게는 멀리서 찾아 온 미국인 아버지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경쟁 과정에서 이기적 모습을 보여 ‘밉상 캐릭터’로 시청자의 공분을 샀던 김그림에게는 해명할 기회를, 박보람에게는 지난 2월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간 아버지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띄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엔드류 넬슨 아버지는 아들의 무대가 끝난 뒤에도 계속 몸짓을 주고받으며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는 말을 하게 됐고요. 박보람 씨는 아버지 생각이 가장 많이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김그림 씨는 만회의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그림 씨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아니면 공개적으로 해명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사회자로서 탈락자에게 주는 마지막 발언권은 이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쿠키人터뷰②] MC 김성주가 바라본 ‘슈퍼스타K2’ 심사위원은?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