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14년차 배우 류현경 “타인의 시선보다 제 생각이 중요”

[Ki-Z 영화人] 14년차 배우 류현경 “타인의 시선보다 제 생각이 중요”

기사승인 2010-10-09 13:00:00

[쿠키 영화] 올해 대중들에게 주목받으며 흥행을 일궈낸 몇 편의 영화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빛을 발하는 조연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중 <방자전>과 <시라노 : 연애조작단>에서 모습을 보인 두 배우인 송새벽과 류현경은 단연 충무로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반짝인다. 특히 데뷔 14년 만에 <방자전>에서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베드신을 찍은 류현경은 관객은 물론 평단에서까지 박수를 받았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에서 만난 류현경은 이러한 평가에 대해 “저는 무조건 감사하죠”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냥 솔직히 감사하죠. 그런데 제 스스로 ‘이제 내가 잘되나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늘 계속 똑같이 열심히 해왔고, 작품을 할 때마다 좋아해서 하고, 끝나면 그 작품이 잘되든 못되든 신경을 안 쓴 거 같아요. 그냥 저에게 배역을 주고 찾아주시는 것이 고맙죠. 그래서 제가 인기를 얻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신기한 것은 한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알아보다가, 아무것도 안하면 쳐다보지 않아요. 어릴 때 이미 그런 경험을 해서 상처를 받지도 않아요. 그거 신경 쓰다가는 제 마음만 부풀려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다른 사람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더라고요”

단순히 노출 때문에 류현경이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14년차 경력의 배우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한 소화력이 높기 때문이다. 류현경을 이를 송새벽과 호흡을 맞춘 <시라노 : 연애 조작단>에서 증명했다. 송새벽이 좋아하는 커피숍 직원으로 나오는 류현경은 <방자전>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14년 만에 새삼 스크린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을 받는 기분은 어떨까.

“하하. 관심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송새벽씨가 더 관심을 받지 않나요? 관객들에게 감사하죠 그런데 오히려 감독님들이 더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배우는 핫(hot)한 배우야’라고요. 어느 때는 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분들이 ‘현경씨 영화 잘 봤어요’라고 말할 때는 왠지 통쾌한 기분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욕심은 당연히 있을 법했다. <방자전>에서 향단이가 아닌 춘향으로, 그리고 <시라노 : 연애조작단>에서 좀더 비중 있는 역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그 ‘당연함’에 대해 류현경은 “주인공이랑 똑같은 깊이로 연기한다”고 답했다.

“비중이라는 것이 제가 영화에서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주인공이랑 똑같은 깊이를 맡았기 때문에 제 마음 속이 하나도 공허하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항상 ‘춘향’역이 탐나지 않았나 물어보는데, 여정 언니가 ‘춘향’역을 했기 때문에 저는 ‘향단’ 역이 잘 나왔다고 생각을 해요. 항상 똑같은 수준에서 대화를 했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어느 감독님들은 그게 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죠. 조금만 고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류현경이 가지고 매력이 잠깐 등장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아주 작은 영화가 있었다. 현재 광화문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고 있는 아이폰 필름 페스티벌 (유명 감독들이 아이폰으로만 영화를 제작해 선보이는 영화제)에서 임필성 감독의 ‘슈퍼 덕후’에서 아이폰 보호 필름을 단박에 붙이는 여신으로 깜짝 등장해 관심을 모은 것이다. 대사라고는 딱 한마디. 그래도 류현경이었다.

“임필성 감독님은 과거 ‘인류멸망 보고서’라는 옴니버스 영화에 제가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지고 나서 알게 됐죠. 그 이후에 사석에서도 종종 뵈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온거에요.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데, 하루 정도 촬영하면 된다고 빨리 오라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이폰4 주시는 거에요’라고 물었죠. 결국 아이팟이라도 달라고 해서 출연료로 아이팟을 받았어요 (웃음)”

류현경은 다음으로 찍은 작품은 배우 안내상과 호흡을 맞춘 <개같은 인생>. 극중 날라리 고등학생 ‘김진숙’ 역을 맡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 영화는 10일 관객들과의 대화에도 참여하게 된다. 류현경의 관객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는 어떨까.

“극중 제가 맡은 역은 진상인 아버지와 답답한 가정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역이에요. 원래 제가 나이가 있어서 고등학생 역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는 결핍이 많은 아이고, 그런 것을 표현하려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나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힘들었죠. (관객과의 대화에서 ) 진짜 질문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재미없으면 질문 안하잖아요. 저도 어느 정도 영화에 대해 변명(?)을 해야하는데요 (웃음)”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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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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