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사람] ‘주연 잡는 조연’ 성동일, 대중의 마음을 읽다

[Ki-Z 사람] ‘주연 잡는 조연’ 성동일, 대중의 마음을 읽다

기사승인 2010-10-09 13:02:00

[쿠키 문화] 영화에는 ‘씬스틸러’가 항상 존재한다. 장면을 훔친다는 말로 주연 배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로 인해 주연보다도 더 관객들의 눈길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배우다. 대부분 이들은 명품 조연이라 칭해지며, 영화에서 밝게 빛난다. 그런데 씬스틸러의 존재를 넘어 아예 배역 자체를 주연으로 만들어버리는 배우가 있다. 드라마 ‘추노’‘도망자’‘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물론 영화 <국가대표> <마음이2> <홍길동의 후예> <원스어폰어타임> 등에 출연한 성동일이다.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선사한다

1991년 SBS 공채탤런트 1기로 데뷔한 성동일은 당시 월급 30만원을 받으며 연기를 했다. 그러던 중 그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빨간 양말’이라는 닉네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하면서다. 이후에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성동일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 ‘주연 잡는 조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 2~3년 사이 그가 출연한 작품 면면을 보면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된다. 2008년 독립군으로 나와 조희봉과 호흡을 맞췄던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은 이 둘의 연기로 인해 빛을 발했었고, 2009년 작품인 영화 <홍길동의 후예>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코믹한 캐릭터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버무려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 <국가대표>에서는 젊은 배우들을 이끌면서 어느 때는 철없는 모습으로 어느 때는 코 끝 찡한 모습으로 관객을 쥐었다놨다를 반복했다.

드라마 ‘추노’에서 성동일이 보여준 ‘천지호’는 성동일에게 앞으로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붙히는 것이 무색하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시청자들을 분노케도하고, 웃음을 주기도 했으며, 동시에 눈물도 선사했다. 한 배우가 한 캐릭터를 가지고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 셈이다. 12년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관록과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결코 보여줄 수 없는 연기다.

이는 성동일의 연기관에서 드러난다. 성동일은 한 인터뷰에서 “연기자가 왜 잘난 척하냐.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면 그만”이라며 “연기를 예술로 아는 사람은 그냥 연극계에서 묵묵히 연기만 하고 일단 방송에 출연했으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연기자의 역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성동일은 연기자답지 않게 내성적인 면이다. 그 스스로도 집에 있는 것이 제일 편하고 여행 다는 것을 좋아하며, 술도 매일 마시는 사람하고만 자리한다. 그런데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 성동일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준 모습을 상기하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연기 그리고 놀러가는 촬영현장

성동일은 연기를 함에 있어 꼭 세 가지를 담는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자신의 캐릭터에는 항상 웃음과 진정성, 그리고 눈물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추다보니, 앞서 말했듯이 대중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동일의 연기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웃다가도 늘 ‘어떤 강한 한방’을 기대하기도 한다. <국가대표>에서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팀 해체를 막기 위해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이나, <홍길동의 후예>에서 수색 영장을 거부하는 선배 검사에게 진지한 얼굴로 따지는 모습은 성동일이 왜 ''명품 조연''인지를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성동일이 연기를 함에 있어, 잔뜩 힘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스스로 “현장에서 성동일이가 출연료 주는 배우 중에 가장 아깝다는 소리가 나온다. 현장에 나와서 놀다 가는데, 왜 돈까지 받아 가느냐는 뜻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이것이 성동일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무게를 덜다보니 스스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고, 대선배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후배들 역시 자연스러움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동일은 아직 주연을 꿈꾸지 않는다. 많은 영화를 찍는 ‘박리다매형 배우’를 지향한다. 그러나 사실 주연과 조연의 경계를 성동일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배우’ 성동일은 주연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주연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