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교정기관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장기수 K씨(45)와 10여년 간 옥바라지를 해 온 L씨(39)가 14일 청주 시내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의 애뜻한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마음을 보았습니다’ 청주교구 교정의 밤 행사에서 이들의 애절한 사랑을 바탕으로 쓴 ‘섬에서 핀 꽃’이 공연됐기 때문이다.
극본을 쓴 이길두(40)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장은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섬에서 핀 꽃’
공연을 2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친 뒤 대전지방교정청장에게 이들이 결혼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귀휴’를 건의해 허락을 받아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며 “이들의 사랑은 척박한 세상에서 피어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진짜 사랑”이라고 기뻐했다.
이 위원장의 도움으로 이들은 결혼식 후 4박5일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감 기간이 4년9개월 가량 남은 K씨는 신혼여행을 마친 뒤 18일 오후 2시까지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야 한다.
L씨가 K씨에 반해 1992년 인연을 맺은 이들은 열애를 나누다 1994년 교도소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혔다. K씨는 친구가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현장에 함께 있다 살인사건 공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은데 이어 2005년 징역 20년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앞으로 남은 수감기간 5년이 지나면 사랑하는 L씨와 한집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다른 지역에 살며 주말마다 청주교도소를 찾아 옥바라지를 하던 L씨는 2007년 청주로 이사를 와 연인의 곁을 지켰다.
청주교도소 관계자는 “모범수가 복역기간의 85% 이상을 복역하면 4박5일간 교도소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귀휴’를 받을 수 있는 규정에 따라 허락했다”며 “청주로 이사 온 L씨는 거의 매일 교도소를 찾아와 법적으로 허용되는 15분의 짧은 면회시간을 이용해 K씨를 만나 애절한 사랑을 나누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K씨는 “남은 인생 이유 조건없이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며 “교도소를 출소하게 되면 목숨 바쳐 그녀를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