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3인조로 변신해 신곡을 들고 오자마자 시끌벅적하다.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다소 선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바로 1년 전 ‘티티댄스’로 주목을 받았던 걸그룹 햄(HAM)의 이야기다. 수진 (본명 박수진), 효니 (본명 김지현), 가현 (본명 설가현)으로 구성된 이들의 컴백곡 ‘소 섹시’(So Sexy)에서 보여준 일명 ''가슴 보여줄까 말까 춤''은 지상파 방송에서 심의 불가 판정을 받았다.
뮤직비디오의 경우 옷깃을 양손으로 붙잡고 리듬에 맞춰 옷깃을 벌렸다 좁혔다 하면서 신체 일부분이 강조되는 것이 문제가 됐으며 가사의 경우 ‘너를 가져줄게’, ‘내 안에 들어와’ 등 이성을 유혹하는 가사들이 선정적이라는 판단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선정적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기존의 소녀다운 모습에서 벗어나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안무라는 반응도 있다. 또다른 면에서는 그동안 다른 여성 그룹들이 보여준 선정성과 비교하면 다소 과한 반응이라는 느낌도 준다.
“그렇게 야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절제된 섹시라고 생각했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가사도 저희가 썼기 때문에 최대한 걸릴만한 것은 배제하고 썼고요. 춤도 실제로 몸을 만진다거나 하는 기존의 것과 비교해, 재킷을 이용해 절제해, 강렬함을 표현하려 했어요. 그런데 반응이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섹시해서 잘 어필이 되었나 생각했는데, 점점 심각하게 토론방처럼 만들어지면서 논란이 되어가는 거에요. 관심을 받아서 좋게는 하지만, 진짜로 방송에 나가지 못하니 당황했죠” (효니)
“춤이 의상에 따라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안무실에서는 트레이닝복 입고 연습하잖아요. 그래서 춤 자체가 야해보인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논란이 된 이후의 기분은 반반이에요. 하지만 아예 무반응보다는 감사했죠. 단지 방송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프죠” (수진)
어찌됐든 이들에 대한 반응은 이전에 비교해 뜨겁다. 지난 해 데뷔 싱글곡 ‘티티댄스’나 두 번째 싱글앨범 ‘두근두근’ 당시에는 다분히 어린 느낌이 강했다. 햄 멤버 나이가 모두 20대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당시 10대 멤버들이 있는 걸그룹보다도 소녀의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이번에 ‘섹시코드’를 들고 나온 이들을 보는 눈길은 남달랐다. 어떻게 보면 ‘섹시’ 성향을 내세운 10대 걸그룹에 비교하면, 충분히 ‘섹시’를 보여줄 수 있는 나이인데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저희가 어린 얼굴도 아니고, 만약 저희 나이를 아신다면 다른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두근두근’할 때가 저는 더 민망했어요. 의상도 그렇고, 너무 어린 티를 내야했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주변에서 노래도 좋다고 하고, 섹시한 면보다는 외모나 분위기가 세련되어졌다 평가를 해주시더라고요. 많이 못 보여드리는 것이 아쉽죠” (효니)
이번에 또 달라진 것은 멤버의 변화다. 기존의 4인조에서 미유가 빠진 3인조로 변신한 것이다. 미유 (본명 김석미)의 탈퇴에 대해 당시 소속사 측은 “미유의 탈퇴는 개인과 회사 간의 협의 하에 원만하게 결정된 사항으로 특별한 이슈나 갈등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유는 연기자로 활동하기를 바랬고, 이를 소속사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더 관심을 모은 것은 새로운 멤버를 충원했음도 불구하고, 큰 부상을 당해 이번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3인조와 4인조의 활동, 그리고 새 멤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킷까지 찍고 뮤직비디오 촬영이 얼마 안 남았는데, 새로 들어온 친구가 너무 힘들어해서 병원에 갔더니, 안무 때문에 다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체질상 허약해서 생기는 병에 걸린 거에요. 격렬한 댄스를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 3인 그룹으로 갈 것 같아요. 물론 3인과 4인은 차이가 크죠. 4인조일 때는 카메라에 잡힐 때 주로 2명 단위로 잡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넘어갈 수 있는데, 3인으로 되니까 절대 실수를 할 수 없겠더라고요 (웃음)” (수진, 효니, 가현)
어떻게 보면 햄에게는 좀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햄은 지난 해 데뷔했지만 여타 다른 걸그룹에 비교하면 잊혀진 존재였다. 이는 이들도 잘 알고 있다. 컴백 앨범을 준비하던 5월 경 이들의 소속사 측은 “멤버들과 소속사 모두 해체까지 할 각오로 신곡 준비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물론 햄이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올 초까지 싱글을 내고 활동을 했으며, 3월에는 남아공 월드컵 붉은 악마 공식 응원 앨범의 메인 테마송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운관 가득 채운 수많은 걸그룹과의 경쟁에서 햄의 추동력은 약했다. 그동안의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부러움 반, 착잡함 반이었죠. 자극도 되고요. 그런데 뭐랄까, 사회를 경험하는 느낌이었어요. 회사의 영향력도 느꼈고요. 가수가 되기 위한 마음을 가졌을 때와 또 다르더라고요. 그랬더니 도전 정신도 생기고, 우리 힘으로 맞서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저희가 다른 그룹 멤버들에 비해 연습생 생활도 짧은 편이에요. 그래서 앨범 몇 장 내는 연습생 정도로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새롭게 도전하는 거죠” (수진)
막상 출사표는 던졌지만, 이번 역시 만만치 않다. 미쓰에이, 나인뮤지스, 제이큐티, 레인보우, 걸스데이, 씨스타 등 실질적으로 음악방송에서 활동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시크릿, 포미닛, 에프엑스 등 가요 뿐만 아니라 예능 쪽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들까지 있다. 여기에 컴백 및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걸그룹까지 합친다면 전쟁 이상의 전쟁이다. 햄의 입장에서는 쓰디쓴 상황이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죠. (웃음) 하지만 또 데뷔하는 이들도 어디선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고, 저희랑 같은 꿈을 꾸고 있으니, 다 파이팅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방송은 현재 어렵지만 꾸준히 꿈을 잃지 않고 하다보면,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