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네가 노래 잘하는 것은 누구나 알아”
최근 7집 정규앨범의 첫 번째 파트인 ‘Solista Part.1’(솔리스타 파트원) 발매한 김범수의 티저 영상에서 타이틀곡 ‘지나간다’의 프로듀서를 맡은 박진영의 말이다. 누구나 공감한다. 김범수가 노래 잘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도 김범수는 ‘노래’에 관해서는 롤모델이다. 오죽하면 KBS2TV ‘스케치북’을 진행하는 유희열이 김범수를 소개하면서 “남자 가수들이 데뷔할 때마다 롤 모델로 삼는 가수며, 선배 가수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가수”라는 극찬을 했을까. 그런데 박진영의 저 말 뒤에는 또다른 말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야 돼”. 김범수는 이 말이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그 말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진영이 형에게 모든 것을 맞추자, 이 곡만큼은 형이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고 100% 맞추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이크 테스트 끝나자마자, 형이 그런 이야기를 한 거에요. 그 말 뒤에 덧붙여 ‘네가 이 노래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해봐’라며 말하듯 노래하라고 하셨어요. 그게 제일 마음에 와닿았어요. 지금까지는 저는 노래하듯 노래하는 전형적인 가수였어요. 노래는 참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을지 몰라도, 깊이 있는 보컬이라 생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진영이 형이 말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번 곡도 박진영스럽다, 재미없지 않냐라는 말도 있었지만, 예상하고 있었던 내용이에요. 그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곡에 대한 피드백이 당황스럽지 않더라고요. 변화는 언제나 두려운데, 그게 두렵다고 하지 않으면 제 색깔 하나 밖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깨버린 거죠”
여느 가수들의 앨범처럼 타이틀곡이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되지만, 실상 김범수의 이번 앨범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앨범이 어떻게 나올 수 있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진영 뿐만 아니라, 이승철,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과 호흡을 맞췄으며, 타이틀이 아니면 곡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윤일상, 홍진영, 황찬희 등의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어떻게 보면 굳이 타이틀곡을 선정하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틀에 박힌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진짜 한곡 한곡 버릴 것이 만들어보자고 추진했고, 그렇게 만들었어요. 사실 타이틀 아니면 작업 안하는 작곡가들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분들인 ‘타이틀 아니면 내 곡 빼’라고 말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안심이 되었어요.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전 그저 이번 앨범에서 이 분들과 음악을 즐기고 싶었고, 이 분들도 저와 음악적으로 조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들 중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듀엣곡을 불렀던 이승철이다. 타이틀곡도 아니고, 자신의 앨범도 아니다. 쉽게 다른 사람과 작업하는 가수도 아니다. 그런데 김범수라는 후배 앨범에 흔쾌히 참여를 했다. 그것도 노래를 자신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서포트 위치에 서서 말이다.
“승철이형 녹음하는 방식이 독특한데, 아무도 녹음실에 못 들어오게 하세요. 저도 못 봤죠. 무슨 마술처럼 ‘뿅’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카리스마도 있고요. 저는 제 앨범에 참여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죠. (승철이형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어차피 메인은 너고, 나는 서포트하겠다’고요. 딱 그 정도까지였던 것 같아요. 승철이령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고, 저를 더 부각되게끔 해주신 것 같고요. 승철이형이 원래 공동 작업을 하시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후배 가수 앨범에 참여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제 음악 인생에는 사건이에요. 대중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이승철-박진영 이 두 분과의 공동 작업은 다시없을 사건이죠”
이승철-박진영과의 작업을 ‘사건’이라고 하지만, 김범수에게는 더 큰 욕심이 존재했다. 이 둘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솔리스타’들을 지속적으로 섭외해 지금과 같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다. 김범수에게는 욕심이겠지만, 그의 팬들과 그의 노래를 듣는 대중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금 하신 분들도 만족스럽죠.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솔리스타는 많이 남아있거든요. (이)적이형, (김)동률이형, (윤)종신이형 등 그런 분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그야말로 ‘솔리스타’ 혼자서도 빛을 발하는 연주자를 뜻하는데, 이 분들이 그러잖아요. 사실 그 분들이 저랑 꼭 작업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그 분들과의 작업을 통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저에게는 재미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또 (신)승훈이형도 외부에 한번도 곡을 안줬다고 들었는데,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도전이죠”
다양한 음악을 추구해보고 싶다는 김범수는 실질적인 자신의 자랑인 공연 역시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도 23~24일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데뷔 이후에 공연은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공연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제 공연만 보러 오시는 팬들도 생기고요. 이제는 공연을 할 때마다 제가 늘 하던 것 이상의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제 공연에 약간의 복고 댄스부터, 퍼포먼스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어차피 제 공연을 보러오시는 분들이 20대 후반부터 30대가 가장 많은시고, 40~50대가 10대 팬보다 많아요. 그래서 약간 복고적인 부분들을 더 끌어내는 편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