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①] ‘깨방정 숙종’ 지진희 “왕이 밤에 밖을 나갈 줄이야…”

[쿠키人터뷰①] ‘깨방정 숙종’ 지진희 “왕이 밤에 밖을 나갈 줄이야…”

기사승인 2010-10-21 09:01:00

"[쿠키 연예] 지난 12일 막을 내린 MBC 대하사극 ‘동이’에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한 캐릭터 ‘숙종’. 지엄하고 권위적인 기존의 왕에서 벗어나 코믹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깨방정’이라는 별명이 붙은 왕이다. ‘깨방정 숙종’으로 시청자에게 살갑게 다가간 배우 지진희.

브라운관 밖에서 만난 지진희는 ‘깨방정 숙종’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를 띄우는 특유의 넉살도 비슷했고, 모든 것을 감싸줄 것 같은 온화한 미소도 그대로였다.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진희는 배우 인생에서 최장기간 동안 촬영했던 ‘동이’를 내려놓으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6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끝내고 나니 공허한 마음이 밀려드네요. 저도 이렇게 힘든데 감수성이 예민한 배우들은 정말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신 없이 촬영만 하다가 갑자기 끝나니까 ‘그동안 내가 뭘 한 거지?’ 생각이 밀려들면서 허무해지네요. ‘숙종’ 캐릭터에서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이제 문제죠.”

지진희는 이번에 만난 ‘숙종’ 캐릭터로 인해 ‘친근한 배우’로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됐다. 기존의 사극에서 표현된 딱딱한 왕의 모습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면을 살림으로써 배우 지진희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것이다. ‘깨방정 숙종’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어느 한 순간 표출된 게 아니라 그동안 연기해온 것들이 하나 둘 쌓여서 나온 것 같아요. ‘깨방정 숙종’ 캐릭터처럼 밝은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해요. 그동안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수> <퍼헵스 러브> 등 다양한 장르에서 얼굴을 보여드렸는데요. 색다른 캐릭터를 맡으면서 저만의 연기 노하우를 쌓아왔죠. <퍼헵스 러브>에선 제가 정말 춤을 추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그때 ‘아 나도 몰랐던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이렇게 끄집어내는 거구나’ 하는 걸 느꼈죠. 이번에는 색다른 왕을 표현하고 싶었고,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 보니까 ‘깨방정 숙종’이 나오게 됐습니다.”

지진희가 ‘깨방정 숙종’ 캐릭터를 완성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야외 촬영이었단다. 왕이라는 신분상 대부분 세트장에서 촬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철저히 빗나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인데다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상당해 주로 밤에 나가는 장면이 많았던 것.

“이렇게 야외 촬영이 많았던 작품은 처음이었어요. 왕이라서 세트장이나 궁궐 뜰에서 주로 머물줄 알았거든요. 임금이긴 임금인데 늘 밖을 나가니까, 그것도 신분을 숨겨야 하니 행색을 알아볼 수 없는 밤에 나가는 거죠. 누가 왕이 한밤 중에 그렇게 자주 밖에 나갈 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웃음) 매일 찍는 야외 촬영에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지진희는 ‘깨방정 숙종’ 캐릭터로 대중의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지만 출연한 배우로서 마음 한켠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로서 ‘동이’를 비롯해 주연배우들을 부각시켜주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는 ‘동이’라는 인물을 살려주고 이끌어주는 주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극중에서 잠깐씩 나와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여겼죠. 그런데 제가 조금 더 부각된 부분이 있어서 미안했어요. 신선한 느낌이 제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따라와 줬어야 하는데 그 효과가 나지 않아 결국 저 혼자 튀어버린 게 됐죠. 그 점이 아쉽습니다.”

한예조 소속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결방 위기까지 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후배를 이끌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등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고비의 순간을 여러 번 겪었지만, 출연진끼리 단결함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배우로서 고민하지 않아야 할 부분까지 신경 써가면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배우들끼리 더욱 기운을 냈죠. 어린 후배 배우들이 많은데 대화도 잘 통했고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던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조만간 북한산을 같이 오르기로 했는데요. 땀 흘리면서 열심히 올라간 뒤 내려와서는 막걸리 한 잔 걸치려고요(웃음). 지금처럼 편안한 관계가 오래 지속됐으면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쿠키人터뷰②] 지진희 “한효주는 큰 산 같았다…완벽한 배우” 극찬 이어서 "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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