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나탈리’ 박현진이 말하는 연기 그리고 ‘파격 노출’

[Ki-Z 영화人] ‘나탈리’ 박현진이 말하는 연기 그리고 ‘파격 노출’

기사승인 2010-10-24 17:46:00

"[쿠키 영화] 지난 21일 영화 <나탈리>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사람들은 신예 박현진에 파격노출에 대해 한마디씩 건넸다. 마치 과거 영화 <박쥐>에서 송강호의 노출 후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이유는
박현진이 극중에서 베드신을 비롯해 아뜨리에 등에서 ‘헤어누드(체모 노출)’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여배우가 영화에서 이같이 과감한 노출을 한 것은 올 3월 개봉한 영화 <이웃집 남자>에서 조수정이 유일했다. 그것도 조연급이고, 잠깐 스크린에 비춘 것이다 보니 주연급으로 이런 노출 장면을 선보인 것은 박현진이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부담이 없었을까.

“처음 초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드라마적인 요소나 ‘미란’의 이야기들이 더 많았어요. (베드신) 등은 솔직히 길게 그려질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 수준이었죠. 그런데 대본을 고치면서, 약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자극적으로 가지 않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영화는 국내 상영보다는 베니스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해서 수위를 올렸죠. 그리고 제가 미대 학생인데, 실제 학교에서 모델을 세울 때 그렇게 해요. 그래서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시사회 보고 약간 놀랐어요. 그래도 필요한 장면이기도 하고, 화면이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박현진이 상대 배우인 이성재와 함께 6~7차례나 보여주는 ‘세미포르노’에 가까운 베드신은 주경중 감독이 “가장 파격적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자신할 만큼 농도가 짙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구현된 3D 촬영은 다른 장면에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베드신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그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일까 이성재와의 호흡 그리고 3D 화면을 본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했다.

“영화제 출품 편집본을 기술 시사회 때 봤는데, 언론 시사회가 그때와 비슷하게 나온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니 다들 짧은 시간 안에 열심히 해서 뭔가를 만들어냈다는 보람이 있어요. 그냥 시간이 촉박하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성재 선배님이 주인공이 아니셨다면 영화가 완성되기 힘들었을 거예요. 시나리오 방향도 잡아주시고, 저한테는 여배우에 대한 배려도 항상 잊지 않으셨죠. 힘든 순간이나 당황스러운 순간에 잘 대처하는 노련미도 많이 배웠고요.”

사실 ‘노출’ 연기가 스크린에서는 처음이지만, 박현진은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을 알린 바 있다. 2008년 케이블 방송 ‘러브레이싱’에서는 브라운관에서는 보기 힘들게 전라 노출 연기를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SBS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서 소위 ‘봉춤’이라 불리는 ‘폴댄스’ (pole dance)를 추던 스트리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여배우로서 잦은 ‘노출’ 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영화가 노출에 대해 관대해진 것은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표현의 자유가 좀 더 확대되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노출에 대해 관대한 것은 아니에요. ‘태양을 삼켜라’에서 원래 캐릭터는 사연 많고 정 많고 착한 여자인데, 그 부분에서는 볼거리를 위해서 나온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연기를 잘해서 흥미 위주가 아니라, 사연이 있어서 춤을 추는 여자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으면 좋았겠지만, 그 당시 제 연기력이 부족해서 그것을 어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노출이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그보다는 진실된 연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태양을 삼켜라’폴댄스 당시에도 박현진은 촬영 두 달 가까이 기간 동안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이번 영화 <나탈리>에서도 무용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현대무용 강사에게 극장에서 하루 다섯 시간씩 특별 훈련을 사사했다. ‘몸치’는 아닌데다, 익숙해질 법한 상황이 될 만큼 연습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셈이다.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몸이 유연한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폴댄스’는 야심차게 두세 달 준비했는데, 당시 일곱 바늘이나 꿰매고 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는 바람에 준비한 것을 제대로 못 보여드렸어요. 이번에는 시간과의 싸움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감정이니까요. 무용 선생님도 테크닉적인 면보다는 연극 하듯이 감정을 실어 춤을 춰야 한다고 하시면서, 제가 잘하는 동작 위주로 안무를 짜주셨어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화면이 잘 나온 것 같아요.”

현재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부산이 고향인 박현진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2년 미스유니버시티 출신으로 남다른 외모로 관심을 받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굉장히 편안한 길을 걸어 현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스유니버시티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8년 간 박현진이 모델로, 연기자로 걸어온 길이 만만치 않다.

“정말 평범한 대학생이었어요. 미술학원 선생님 등 알바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죠. 그러다 돈 한푼 안들이고 미인대회에 나가게 된 거예요. 포토제닉상을 받으면서 광고 제의도 들어오고요. 그러다 연기하는 맛을 알게 되었죠. 또 미술은 저보다는 작품이 주인공이 되는데, 연기는 제가 주인공이 되어서 뭔가를 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용조용 답하면서도 털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빠 셋이 있는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데뷔 후 겪은 여러 가지 상황들이 성격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배우들에게 종종 보이는 뭔가 숨기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1일 열린 <나탈리>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재가 “박현진에게 100일된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힐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박현진의 성격 때문이다.

“성격 자체가 거짓말을 잘 못해요. 웬만하면 진실되게 사람을 대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가식적으로 뭔가를 해야될 때가 있지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남자친구 이야기도 (이성재) 선배님하고 사담을 나누다가, 요새 뭐하고 지내냐고 묻기에 이야기를 한 건데, 그게 기자간담회 때 나올 줄은 몰랐어요.”

박현진은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아직은 찾는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제 갓 자신의 이름을 주연에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을 하나 만들었을 뿐이지만, 박현진은 의외로 흔히 신인들이 보이는 조급함이 없었다.

“예전보다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인터뷰를 하거나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관념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되려고 최선을 다하죠. 노력 중이고, 더 노력해야죠.”

베일 속에 가려진 아름다운 조각상 ‘나탈리’의 실제 모델을 박현진이 연기하고, 이성재, 김지훈 두 남자가 그녀를 둘러싼 엇갈린 기억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영화 <나탈리>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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