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마을에 무슨일이? 돈이 갈라논 人心

원전 마을에 무슨일이? 돈이 갈라논 人心

기사승인 2010-10-25 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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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원자력 발전소가 설치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조용한 이 어촌마을이 요즘 1100억원이 넘는 원전 지원금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민들이 서로 지원금을 더 가지려 이권다툼을 벌이는가 하면, 돈을 가로채려다 쇠고랑을 차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뭉칫돈'이 떨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의 민심은 넉넉해진 게 아니라 더 흉흉해지기만 하는 등 지원금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울산시 울주군에 따르면 울주군은 1999년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3,4호를 유치하면서 정부로부터 일시금으로 1100억원을 받았다.

또 원전에서 나오는 전력의 판매량에 따라 기본 지원금 50억원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업 지원금 60여억원 등 연간 100억여원을 추가로 지원 받는다. 3·4호기의 운영 연한이 60년임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신고리원전 3,4호기는 현재 6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있는 데다 관리마저 허술해 일부 주민이 지원금을 가로채려다 줄줄이 경찰 수사를 받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울주군은 지원금의 절반 이상인 500여억원을 축구장 건설 등 스포츠센터 건립비로 썼다. 12개 읍 · 면 중 5곳에 국제 규격 축구장 8개가 지어져 있고 4곳에 추가로 4개가 건설될 예정이다.

1100억원이란 큰 돈이 대부분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면사무소 짓기,다리건설 등 선심성 시설물에 과다하게 쓰인 게 그 사례다. 원전 덕분에 빚 하나 없는 전국 제1의 부자군(郡)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래서다.

지난달 24일에는 한수원의 원전지원금 6억500만원으로 마을 목욕탕 보수 작업을 하던 한 공사업자가 실제 금액보다 저렴하게 자재를 사들이고 남은 돈은 빼돌리는 수법으로 전체 예산 가운데 7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울산해양경찰서에 입건됐다.

지난 3월에는 원전지원금으로 추진되는 수산종묘 방류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사전 입찰 담합으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다 해경에 적발됐다.

최근 울주군은 원전기금으로 지어질 영어마을 조성비용을 빼내 드라마세트장건립을 지원했다가 주민들 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원전지원금으로 지은 이주민 정착용 활어센터는 다정했던 이웃 주민들을 서로 원수지간으로 만들었다. 한수원이 원전 이주민인 서생면 비학리 주민의 소득증대사업으로 지난 2005년 나사리 해안에 5억원을 들여 건립한 마을공동 활어센터는 이주민인 비학리 주민과 원주민인 나사리 주민간 마찰로 현재까지 6년째 개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나사리 주민들은 "활어센터가 여기 들어섰으니 우리도 장사좀 하자"고 요청하자, 비학리 주민들은 "고향 대신 받은 활어센터를 남들한테 나눠줄수 없다"고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그러자 나사리 주민들은 비학리 이주민들이 활어센터 폐수가 해양 수질을 오염시킨다며 아예 바닷물 공급을 막았고, 그런 이유로 이 활어센터는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비단 이 마을 뿐 아니라 울주군 전체가 지원금 문제로 주민들 간 알력과 지역사회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 공동체 내에서 지원 타당성 등에 대한 충분한 동의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소위 유지들이 주도해 혈세를 제주머니 쌈짓돈 쓰듯이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생지역에 원전 5·6호기가 들어서면 울주군은 다시 한 번 특별지원금 1000억원을 지원받고, 4개의 원전에서 나오는 사업자지원금은 무려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전 수명을 감안한 단순 계산만으로도 3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서생면의 한 주민은 “지금 우리 동네에는 ‘원전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돈 관리가 허술하다”며 “한때 울산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어촌마을의 하나였던 우리 마을이 돈 때문에 황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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