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7월 19일 Mnet 연예뉴스 ‘와이드’ 새 안방마님에 신예 박영린이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잘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새침하게 생긴 모습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영린은 매일 1시간씩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면서 보기 좋게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리고 10월 27일 방송으로 100일째를 맞았다. 한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100일을 맞이했다는 것이 시청자로서는 특별할 수 없지만, 진행자로서는 그 의미는 남달랐다.
“첫 방송할 때부터 100일을 세고 있었어요. 남자친구와의 100일도 아닌데, 그러고 있었죠. 사실 데일리 방송을 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엠넷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따로 어떤 방송이 나오는지는 따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슈데이’ ‘스타데이’ 딱딱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더 잘해야 하는데, ‘와이드’가 슈퍼스타K 시청률 반만 나왔으면 좋겠어요”
박영린의 일복(?)인지는 몰라도 ‘와이드’를 맡고 난 후에 줄줄이 대형 사건들이 터졌다. 이전부터 불거졌던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은 점점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다가 해결됐고, 신정환은 도박 및 거짓말로 인해 연예계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난을 샀다. MC몽은 병역 비리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됐고, 태진아와 이루는 작사가 최희진과 진실 공방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러한 사건사고 중에서도 박영린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사망 소식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지만 당황하기도 했던 때였죠. 그날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브릿지 멘트를 끝내고, 클로징 멘트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제작진이 불러서 앙드레 김 선생님이 별세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 클로징 멘트에 그 소식을 전했는데, 지상파와 케이블 연예 프로그램 중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방송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와이드’ 사람 다 된거죠”
지금은 ‘와이드’ MC를 맡고 있지만, 박영린은 과거 KBS2TV 연예가중계에서 리포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예 뉴스의 진행과 생리를 익히게 됐고, 현재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으며 ‘와이드’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을 그 당시 만들어냈다.
“그때가 2006년도 데뷔 초기였는데, 생방송이라는 압박감이 대단했죠. 1시간짜리 프로그램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5분 정도. 하지만 부담은 엄청났죠. 그런데 이제 제가 1시간짜리 연예프로그램을 이끌고 가야하기에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압박이 왔어요. 그래도 (‘와이드’ 진행을 하면서) 연예가중계 생방송을 허투로 한 것이 아니구나라며, 뭐든 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죠. 만일 그 때 해보지 않았으면 지금 방송 진행도 못했을 거에요. 또 나래이션 읽는 것도, 그 당시 경험 때문에 이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시 혼나면서 많이 배웠죠”
연예뉴스 리포터와 MC 그리고 CF 등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박영린의 본업은 배우다. 처음 캐스팅 될 때부터 배우를 생각했고, 그때부터 꾸준히 연기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와이드’ 뉴스를 진행하면서 방송인으로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지만, 본업에 대한 꿈은 잊지 않고 있다.
“아마 회사 입장에서는 연기 수업을 계속 받는 상황에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리포터와 MC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빨리 데뷔한 케이스가 된 거죠. 지금 연기 트레이닝을 받기는 하지만, 그전만큼은 받지 못하고, 매니저도 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다 보니까, 방송인으로서 활동을 끊지 못하는 거에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연기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갔죠. 특히 연예가 중계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많은 배우들을 만났는데,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에요. 그게 연기에 대한 꿈을 더 굳건하게 만들었고, 드라마 작은 역부터 시작해 지금은 ‘버디버디’를 찍고 있어요. 역이 크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어렵게 한 호텔에 입사했는데, 현 매니저에게 설득당해 연예인의 길을 선택한 박영린은 짧은 시간동안 리포터와 MC, CF, 뮤지컬 등 많은 활동을 거쳤다. 그리고 지금은 본인이 원하는 연기를 할 기회를 잡게 됐고, 그것이 유이 등이 출연하는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다. 박영린은 극중 골프 매체 기자로 나온다. 존재감이 잊혀진다는 위기감에서 시작한 드라마라 애착도 강하다.
“데뷔 후 예능에 종종 나가서 이슈화도 되고 그랬는데, 예능을 안하니까 곧 잊혀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버디버디’에 출연할 기회가 찾아왔다. 극중 골프 기자 역을 맡았죠. 재미있는 것은 극중 유일하게 저만 골프를 치지 않아도 되요. 그 전에 골프를 배워야 되나 고민했는데, 용어만 알면 되더라고요. 사실 ‘박은주’라는 극중 캐릭터는 골프보다는 다른 쪽에 더 관심이 있는 아이에요. 도박골프 등 음지에 관심을 갖죠. 덜렁대고 그런 면은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신인 연기자라기보다는 확실히 아나운서나 전문MC 느낌이 더 강했다. 현재 ‘와이드’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또박또박 말하는 말투나 이미지가 전업을 생각해도 될 듯 싶었다. 그러나 박영린은 연기에 대한 꿈을 우선으로 꼽았다.
“아마 제 말투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많이 부족하죠. 전문MC를 하더라도 연기와 겸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것이 연기 쪽이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팔겁니다’ 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한테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