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남자 배우들 위주의 한류가 잠시 주춤한 사이 이제는 여자배우들과 가수들이 한류 붐을 지피고 나섰다. 특히 신화나 동방신기 등 소수의 남성그룹들이 터전을 닦아놓은 아시아 시장에 다수의 남성그룹들은 물론 걸그룹까지 가세하며 이전의 한류와는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는 과거 드라마 수출 위주의 한류의 영화와 음반 등 다양한 문화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한류가 다시 주목을 받자, 이에 따른 ‘혐한류’와 ‘반한류’ 역시 점차 확산될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다. 이미 ‘혐한류’와 ‘반한류’가 한국 연예인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국 문화 콘텐츠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경험한 바 있는 국내 연예계의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갑자기 동시다발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 소녀시대-윤손하-이다해, ‘혐한류-반한류’ 대상으로 거론
현재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녀시대는 현지에서 뜬금없는 ‘혐한’ 분위기의 희생양이 됐다. 일본에서 첫 싱글인 ‘지니’를 8주만에 오리콘 집계 10만장을 팔아치웠고,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소녀시대는 선배 가수 신승훈마저도 “일본에서 대단한 인기”라고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앨범 발매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의 혐한 누리꾼들은 즉각 소녀시대를 폄훼하고 시작했고,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다룬 일본 방송사의 뉴스에 대해 “뉴스꺼리냐”라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노골적으로 ‘혐한류’ 반응을 보이며 소녀시대를 은근슬쩍 거론했다. 최근 대만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에선 여자 연예인이 성상납을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방송 내내 한류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소녀시대 사진을 화면 가득 보여줘, 마치 소녀시대가 대표적인 성상납 연예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집했다.
이에 대해 SM 측에서는 “대만 방송내용은 과장된 허위사실이자 왜곡된 편집이다. 이는 소녀시대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과 이미지 훼손을 초래하므로 SM은 해당 방송사에 정식절차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4일 입장을 밝혔다.
앞서는 지난달 대만의 한 매체가 “소녀시대가 대만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카메라가) 멤버 얼굴을 클로즈업 했을 때 보컬과 음악이 정상적으로 나왔지만 어떤 멤버는 입에 마이크를 대지 않았다”며 립싱크 의혹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한 윤손하의 경우에는 노골적인 ‘혐한류’ 공격을 받았다. 윤손하는 최근 드라마 ‘도망자’를 촬영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다리 골절을 당했다. 이에 대해 일본 2ch(www.2ch.net)에는 “좋은 뉴스다” “경사스러운 일이다”는 등의 악성 글들이 올라왔다. 그동안 윤손하는 한류 스타이면서도 민감한 사항이었던 독도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 ‘혐한’ 일본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탤런트 이다해의 경우에는 10개월 전 발언으로 인해 곤혹을 치루며, ‘반한’ 감정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이번 논란은 올해 초 KBS 2TV 예능프로그램 ‘달콤한 함’에 드라마 ‘추노’ 홍보차 출연한 이다해가 “물 좀 주세요”라는 말을 각국의 영어 악센트로 표현했는데, 이 영상이 최근 세계적 동영상 유튜브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다해 소속사 디비엠엔터테인먼트는 “이다해가 방송에서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지명 하지 않았고, 자막에서만 필리핀으로 쓰였다. 자막으로 인해 와전 된 것 같아 속상하다. 동남아시아를 비하할 생각도 없었으며, 우리나라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가 있듯이 영어도 나라마다의 악센트가 있다는 것을 예능에서 보여 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다해 발언이 ‘험한류’ 형태로 지속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높다.
◆ ‘반한류-혐한류’ 존재 여부 놓고도 갑론을박
사실 현재 한국이 아시아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국내외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 ‘반한류’나 ‘혐한류’가 실제로 존재하느냐 여부도 논쟁 중이다.
지난 2006년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반한류’나 ‘항한류’가 실제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도쿄, 베이징, 홍콩, 대만 4곳에서 15~59세 남녀 2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한류’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으나, ‘반한류’에 대한 인지도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엔아이코리아 측은 “‘반한류’는 현지 업계 관계자들이 만들어내고 언론이 확대 재생산해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같은 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KBI)는 방송프로그램의 수출 가운데 드라마는 8589만 달러로 지난해의 1억162만 달러에 비해 15.5% 감소했으며 편당 수출단가도 4378달러로 지난해의 4921달러에 비해 11%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수출 감소 원인은 아시아 각국에서 일고 있는 ‘반한류’와 ‘혐한류’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 분석했다. 당시 KBI 측은 “기존 시장의 지속적인 수출을 위해 반한류 및 혐한류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2006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6월 중국의 ‘반한류’ 캠페인이 ‘69성전’을 벌이자는 구호가 올라왔고, 이 중 일부는 한류 스타들의 홈페이지 등 수십개 한국 사이트를 공격했다.
그러나 올해 초 ‘한류지수’를 개발한 한국창조산업연구소 측은 “동아시아 5개국 일간지에서는 반한류 기류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며 “국내 여론에서 주장하는 반한류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정서로 인한 소비 감소, 적대적 경계심 등은 부분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외 공연이나 행사를 갔다오는 국내 가수들의 경우에도, 각각 느끼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다. 뚜렷하게 어떤 흐름을 읽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반한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한 순간의 사건 등으로 인해 촉발되는 측면이 크다. 예를 들어 공연장 티켓이 제대로 발부되지 않았거나, 국내 연예인의 말 한마디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그렇다”며 “지속적으로 한류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지 팬들을 이해한다면, 큰 그림에서는 ‘반한류’나 ‘혐한류’가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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