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사람] 20주년 맞은 신승훈 “난 아직 진행형 가수”

[Ki-Z 사람] 20주년 맞은 신승훈 “난 아직 진행형 가수”

기사승인 2010-11-06 13:05:00

[쿠키 연예] "발라드 영역에서 시장과 예술성을 다 잡은 최고의 가수다"

지난 11월 1일 가수 신승훈의 20주년 기념 앨범 발매 쇼케이스 현장. 후배 가스들의 축하 영상이 보여지는 가운데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이 말이 나오자, 300여 팬들은 환호했고, 취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20년을 가수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 신승훈이 가진 경력과 기록, 그리고 음악성 때문이다.

1990년 충남대 경영학과 재학시절 통기타를 들고 커피숍에서 노래하던 신승훈은 ''미소 속에 비친 그대'' 한 곡으로 대중들에게 강하게 각인된다. 당시 나온 한 기사를 살펴보면 신승훈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미리 보여준 듯 하다.

새해초 대학생 신인가수 신승훈이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스타덤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신승훈은 지난 해 11월 발표한 자작곡 발라드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최근 높은 음반판매량을 보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략) "신곡을 낼 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했지만 막상 인기라는 것을 실감하고 보니 두렵기까지 합니다…고음에서 거친음을 내지 않고 깨끗하게 소화해낸다고 해요. 낮은 음에서부터 노래를 시작하지 않고 고음에서 바로 시작해 계속 같은 높이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같이 스스로의 특징을 설명하는 신승훈은 전형적인 싱어송라이터. (중략) "주로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직접 얼굴을 맞댈 예정입니다. 특히 소규모 공연을 자주 가져 무대 매너를 가다듬고 노래 실력을 기르겠으며 매스컴 활동은 라디오 위주로 하겠습니다" (1991. 1. 18 동아일보)

◆ 가요계 거대한 기록 남기며 20주년 맞아

자신을 순진하게 소개하던 신승훈의 당시 데뷔 앨범 ''미소속에 비친 그대''는 158만장을 팔며 돌풍을 일으켰고, 1992년 2집 ''보이지 않는 사랑'' (180만장) 1993년 3집 ''널 사랑하니까'' (185만장) 1994년 4집 ''그 후로 오랫동안'' (188만장) 1996년 5집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247만장) 1998년 6집 ''지킬 수 없는 사랑'' (167만장) 2000년 7집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120만장) 2002년 8집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78만장) 2004년 8집 ''그런 날이 오겠죠'' (69만장) 2006년 10집 ''Dream of my life'' (39만장) 등의 국내 판매 기록을 남겼다. 이는 해외 진출과 포함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최단기간 1500만장 판매라는 신화와 함께 누적 판매량 1700만장의 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신승훈을 설명하는 기록들은 수없이 많다. K-pop 차트즈 ''뮤직박스'' 조사결과 ''10년 동안 가장 1위를 많이 한 가수'' ''1위를 가장 많이 한 노래를 작곡한 작곡가''로 선정되었고, 2집에 수록된 ''보이지 않는 사랑''은 가요프로그램 순위에서 14주 연속 1위를 하며 기네스 협회에 등록이 됐다. 또한 데뷔 앨범부터 현재까지 발표한 10장의 정규앨 범 모두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 본상''을 수상했다. 이를 포함한 기타 수상 내역까지 합치면 약 700회에 이른다.

이런 기록의 소유자 신승훈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는 것은 신승훈 개인에게도 뜻깊은 일이지만, 한국 가요계에서도 보석 같은 존재가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한 획을 끝까지 긋고 있는 상황이라 반겨야할 일이다. 물론 그 사이 신승훈의 위치는 ''대선배''로 올라갔고, 신승훈을 롤모델로 삼는 이들도 수없이 많아졌다. 특히 자신이 작사, 작곡은 물론 노래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은 그 어느 가수에게서도 보기 힘들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신승훈의 현 위치는 "곡 받기 어렵다"는 푸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곡을 받으려고 부탁을 해도 작곡가들이 주지를 않는다. 7집 이후부터는 부탁을 했다. 누가 나한테 스티비원더도 곡을 받는데, 왜 신승훈은 안받느냐고 말한다. 그런데 곡을 줄 생각을 안한다. 그래서 이제는 곡 부탁을 해놓고도, 예비곡을 써놓는다. 앨범은 나와야 하니까"

혼자 작사-작곡은 물론 노래까지 해서 100만 장 이상 판매량을 올리는 가수에게 누가 곡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신승훈 스타일이 본인에게도, 가요계에도, 대중들에게도 굳어진 상태라 이를 꺾을 작곡가, 작사가는 실상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스스로도 말하듯이 어떤 스타일의 앨범을 만들든, 신승훈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신승훈 스타일로 변한다. 아니 정확히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신승훈이 불러도 신승훈표 노래로 변신한다. 그러다보니 "신승훈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런데 정작 신승훈은 ''신승훈표 발라드''에 대해 "가수의 목표는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다"라며 일축한다.

이런 신승훈의 고집과 색깔은 매 앨범마다 음악성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20년이 지난 아직도 ''ing''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 가수 신승훈은 인간 신승훈에게 미안하다

인터뷰 때도 그렇고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그렇고 신승훈 은 ‘인간’ 신승훈과 ‘가수’ 신승훈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고달픈 삶을 후자는 화려한 삶을 살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신승훈이 “가수 신승훈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인간 신승훈은 30점”이라고 말한 것이 어떻게 보면 팬들에게도 일면 수긍되는 말인 셈이다.

“지난 20년 간 혼자서 노래하고 음악을 했다면 이 자리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진 않았을 테지만 많은 분들이 내 노래를 들어줬고 아직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인간’ 신승훈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가수 신승훈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하게 음반을 발표하고 활동한 신승훈이었다는 거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한 것이 ‘가수’ 신승훈에 대한 자평이라면 “혼자 살기 때문에 등이 근질근질 할 때가 가장 괴롭다. 창작의 고통은 어떻게 극복을 하는 방법을 알겠는데, 외로움은 힘들다. 자기 관리가 투철하다는 루머가 있는데 그냥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이제부턴 바뀔 건데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인간 신승훈의 삶은 30점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 앞으로는 내 자신도 배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20년간의 ‘인간’ 신승훈에 대한 미안함이다.

사실 이러한 ‘인간’ 신승훈에 대한 감정은 본인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유효하다. ‘가수’ 신승훈은 붙잡고 있을지언정 ‘인간’ 신승훈은 놔주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내가 우리 팬들에게는 ‘차도남’이다. 냉철하다는 거다. 팬들에게는 잘해주는 편은 아니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이를 팬들도 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나에게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많은 사랑을 주는 것이 감사하다. 전에는 나 결혼하면 63빌딩에 올라가서 떨어지겠다는 팬들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도 결혼을 안하니까, 이제는 결혼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수’ 신승훈이든, ‘인간’ 신승훈이든 이제는 팬들과 후배들에게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ing’라고 외치는 신승훈은 음악으로나, 정신적으로 거대한 멘토가 되어있다.

“가수 생활 20년이 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전수하고 알려준다고 멘토가 아니라, 뭘 말하지 않다고 그 자리에 있어주신 것 자체가 멘토라 생각한다. 저도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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