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는 11일 G20정상회의에서 가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주제의 브리핑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4.1%에서 2009년 2.8%로 둔화된데 이어 올해는 3%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지난 4월에 올해 물가상승률을 2.6%로 전망했으나 7월 ‘2010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8%로 올렸다. 이어 김 총재는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달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9%로 다시 물가상승률 전망을 상향조정했다.
게다가 김 총재는 당시 “지난달(9월) 신선채소 가격 상승 영향으로 물가가 3.6% 올랐지만 공급 측면 충격이 가라앉고 있어 연말까지 2.9%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목표치인 3±1% 내 수준”이라고 언급해 물가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국감이후 불과 2주일도 안돼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1%였고 결국 한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 전망치를 3% 정도로 재차 높인 것이다. 우리나라 물가당국 수장이 20일 앞을 제대로 예측 못한 셈이다.
한은은 나아가 이같은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우리 경제의 건실성과 연계시켰다. 김 총재는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지난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하의 물가하락) 현상을 경험한 것과 대비된다”며 “이와 같이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운용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정책운용으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났고 그에 따라 다른 나라와 달리 물가가 올랐다는 식의 해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채소값 급등 등 공급측면의 충격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기존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또 평소 인플레 압력을 우려하다가도 환율 등 외부요인으로 금리인상을 거부하던 한은이 이제와서 최근의 물가상승이 다른나라보다는 건전한 수준이라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신운 물가분석팀장은 “우리 물가상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3%로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의미일 뿐 물가전망치를 3%로 수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