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숲은 민둥산으로 변했다

연평도 숲은 민둥산으로 변했다

기사승인 2010-11-24 11:00:00
[쿠키 사회] 북한군의 포격이 가해진 연평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4일 소방·구호 및 주민대피 활동을 위해 연평도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 및 인천시 관계자, 인천시 소방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연평중·고등학교 뒷산의 거대한 숲은 민둥산으로 변해 있었다. 전날 북한군이 쏜 포탄에 불이 붙은 산은 70% 가량 타면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전날 오후 9시쯤 화물선을 타고 연평도로 들어간 인천소방안전본부 소속 90여명의 소방대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불길 잡기에 나섰다. 섬 전체가 잿더비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연평면 중부리의 면사무소 뒤쪽은 포탄의 충격으로 형편없이 부서져 있었고, 면사무소 뒤 산중턱에 있는 보건지소도 포탄에 맞아 건물 일부가 파괴됐다. 선착장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해경통제소의 유리창도 부서져 있었으며, 인근 민가는 불에 타 흔적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옆의 파출소도 건물 일부가 파손돼 있었다.

연평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조기역사관도 부서져 있었다. 임경업 장군의 사당인 충민사도 건물 일부가 파괴되는 등 공공시설 8곳이 성한 곳이 없었다.

특히 민가의 피해가 컸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이날 오전 2시쯤 병원선을 타고 도착해 확인한 결과 80여발의 포탄 중 일부가 민가 5채에 떨어져 모두 불에 탄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군의 포탄이 민가에 떨어지면서 인근 15가구로 옮겨 붙어 모두 20가구가 불에 탔다. 창고 2동도 절반가량이 불에 타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보건지소에서는 변진식(66·연평면 연평리)씨가 이마에 열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보건지소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차량을 운행하다 포탄이 터질 때의 진동으로 이마에 혹이 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며 이마를 만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에는 섬에 남은 주민들이 해양경찰의 경비함정을 타기위해 몰리면서 제때 출항을 못해 1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됐다. 인천해경 소속 300t경비함정과 500t급 경비함정에 무려 346명이 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리면서 주민자치위원들도 진땀을 흘렸다.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19척의 어선을 타고 394명의 주민이 연평도를 탈출해 피난길에 올랐다. 연평도에는 평소 1400여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600여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연평도를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른 새벽부터 대피소에 들러 주민들을 위로하고, 군부대를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았다”며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연평중 2학년 김모양이 인천에 있는 것을 확인돼 안도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남호철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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