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010년 방송 드라마는 ‘다채로움’의 향연이었다. KBS 2TV ‘추노’ ‘성균관 스캔들’과 같은 명품 사극을 비롯해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시트콤 MBC ‘지붕 뚫고 하이킥’, MBC ‘파스타’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KBS 2TV ‘신데렐라 언니’ SBS ‘스크릿 가든’처럼 젊은 시청자 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드라마와 SBS ‘대물’ MBC ‘로드 넘버원’ KBS 2TV ‘도망자 플랜 비’ ‘전우’ ‘거상 김만덕’처럼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대규모 작품이라고 해서 시청률 사냥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130억 원을 투입하며 하반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기대됐던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로드 넘버원’은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며 쓸쓸하게 퇴장했고, 한국전쟁 60주년으로 KBS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전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2010 남아공 월드컵 및 대작 드라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인기를 넘어 신드롬으로 이어지면서 50%에 달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행운을 안게 됐다.
배우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혼으로 속앓이를 했던 배우 박상민은 ‘자이언트’를 통해 연기파 배우임을 입증하면서 대중의 언성을 잠재울 수 있었고, 음주 뺑소니 혐의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권상우는 ‘대물’을 통해 재기에 성공하면서 한류스타의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30~40대 여배우들은 다양한 작품에서 굵직하고 농익은 연기력을 보여주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볼거리가 풍성했던 2010년 안방극장을 들여다봤다.
◇고현정·김남주·이미숙·김혜수…중견 여배우 활약 두드러져
지난해 MBC ‘선덕여왕’을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보여준 배우 고현정은 올해도 어김없이 안방극장에서 주가를 올렸다. 박인권 화백의 동명원작을 각색한 SBS ‘대물’을 통해 수목 안방극장을 평정하고 있다. ‘대물’은 고현정의 합류 소식을 알려짐과 동시에 하반기 기대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고현정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과정을 다룬 ‘대물’에서 소신과 당당함을 갖춘 ‘서혜림’ 역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대물’의 대통령 열풍이 안방극장 신 흥행 코드로 떠오르면서 오는 15일 KBS에서는 대통령 소재를 다룬 ‘프레지던트’를 내놓게 됐다.
‘내조의 여왕’ 김남주는 본인이 주연해 인기를 모은 원작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목은 ‘역전의 여왕’이다. 김남주는 백수 남편을 뒷바라지하던 ‘내조의 여왕’에서와 달리 ‘역전의 여왕’에서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간 까칠한 노처녀가 결혼과 동시에 쇠락의 길을 걷는 ‘황태희’ 역으로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했다. 시청률은 저조하나 차가운 도시녀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기존 캐릭터에서 ‘내조의 여왕’과 ‘역전의 여왕’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기파 배우’ 이미숙도 이름값을 하고 있다. KBS 2TV ‘신데렐라 언니’에서 강한 욕망을 지닌 ‘송강숙’ 역을 맡아 도도하면서도 화사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웃어요 엄마’에서는 딸 ‘신달래’(강민경)을 최고의 배우로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억척 엄마 ‘조복희’ 역을 맡아 실망스럽지 않은 연기력으로 작품의 무게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혜수와 황신혜도 나란히 MBC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두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반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구동성으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연기 혼을 불태우고 있다. ‘모윤희’(황신혜)의 남편이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부부의 삶과 인간의 관계를 그려나가고 있는 작품인 ‘즐거운 나의 집’. 극중에서 황신혜는 기존의 고운 이미지와 달리 악녀 캐릭터로 변신했고, 김혜수는 주부가 닮고 싶어 하는 워너비 여성으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시청률 참패
올해 상당한 제작비를 투자한 작품 중에서 시청률 효과를 거둔 것은 ‘추노’ ‘자이언트’ ‘대물’ ‘제빵왕 김탁구’ 정도다. 이외에는 대부분 쓴잔을 마셨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맡아 ‘웰 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 앞에 선보인 80억 대작 ‘전우’와 100% 사전 제작드라마로 방송가 안팎의 화제를 모았던 130억 대작 ‘로드 넘버원’은 시청자의 냉랭한 반응을 받았다.
200억 가량의 제작비에 ‘추노’ 곽정환 PD와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해 하반기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도망자 플랜 비’도 용두사미가 됐다. 초반에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고, 50%에 육박했던 ‘제빵왕 김탁구’의 선전을 이어받은 후속작으로서 20%를 넘는 시청률로 반짝 효과를 냈다. 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줄거리와 캐릭터, 배우들의 어색하고 오버스러운 연기 여기에 경쟁작 ‘대물’이 상승세를 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 하락세를 맛보고 있다. 종영을 앞둔 상황이지만 ‘대물’을 역전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외에도 김종학 프로덕션이 1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SBS ‘제중원’과 200억을 쏟아 부은 MBC 사극 ‘김수로’, 100억대의 비용을 들이고 미국 하와이에서 촬영한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배우 이미연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사극 대작 KBS ‘거상 김만덕’, ‘꽃보다 남자’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한 SS501 김현중의 복귀작 MBC ‘장난스런 키스’도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며 퇴장해야 했다.
이들과 달리 별다른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제빵왕 김탁구’는 신구 배우들의 조화로움과 탄탄한 시나리오와 극 전개를 바탕으로 50%를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남자주인공 윤시윤은 ‘지붕뚫고 하이킥’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며 ‘안방극장 샛별’로 급부상했다.
◇‘걸오앓이’ ‘주원앓이’ 여심을 흔드는 캐릭터
하반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사극 ‘성균관 스캔들’을 말할 수 있다. 정은궐 작가의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바탕으로 각색된 ‘성균관 스캔들’은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 등 신세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나 연기력 측면에서는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잘금 4인방’이라는 애칭을 양산해내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OO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후반부로 갈수록 선전하면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OO앓이는 현재 SBS ‘시크릿 가든’ 현빈에게도 생겼다. 까칠한 백화점 사장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길라임’(하지원)에게는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남자 ‘주원’ 역을 맡아 여심 몰이 중이다. 멋진 정장에 말끔한 이미지로 나올 때에는 ‘차도남’이었다가 스턴트우먼 ‘길라임’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드러낼 때에는 ‘솔직남’으로 변한다. 상반된 매력을 수시로 줄다리기하면서 ‘주원앓이’로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2010 하반기 시청률 최강자는 누구
이제 시선은 하반기 대작 드라마로 쏠리게 됐다. ‘아이리스’의 스핀오프인 KBS 2TV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출정식을 마치고 오는 13일 시청자와 만난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중간에 합류하는 시청자도 몰입하기 편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작 이병헌의 바통을 이어받아 정우성과 차승원이 대결을 펼치고, 김태희에 비견할 만한 여배우로는 수애와 이지아가 나선다.
‘역전의 여왕’ 후속으로 편성이 논의 중인 ‘버디버디’는 ‘꽃보다 남자’를 만든 그룹에이트의 작품이다. 이현세 화백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00% 사전 제작드라마다. ‘미남이시네요’에서 첫 연기에 도전한 애프터스쿨 유이가 주연배우로 안방극장에 인사한다.
JYP 수장 박진영과 한류스타 배용준이 손을 잡은 KBS 2TV ‘드림하이’는 새해인 다음달 3일을 맞아 가수를 배출하는 한국연예예술고등학교에 대해 다룬 이야기로 시청자와 만난다. 배용준과 박진영의 출연을 비롯해 2PM의 택연과 우영, ‘자이언트’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김수현 등 젊은 피를 가진 신예들의 활약이 돋보일 전망이다.
물량 공세 및 화려한 라인업으로 무장한 ‘2010 하반기 대작’ 중에서 과연 어떤 작품이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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