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착한 나머지 누명을 쓴 자매가 그렇게 착하다면 왜 귀신으로 나타나서 고을 원님들이 줄줄이 죽게 되는 걸까. 다소곳하고 예의바른 자매가 어째서 계모를 칭할 때는 ‘어머니’라 하지 않고 ‘아비의 후처’ ‘흉녀’ ‘간약한 계집’이란 험한 말을 쓸까.
신동흔 건국대 교수와 고전과출판연구모임 13명의 연구자가 쓴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속 인물들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저자에 따르면 장화와 홍련은 ‘착한 아이’라는 표상에 억눌려 자신의 속내를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곪아버린 경우다. 그래서 실상 둘의 마음에는 계모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가득 차, 사후에 귀신이 돼 섬뜩한 증오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 책은 고전 속 인물들을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문제를 분석한 후 마음의 병을 치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책의 부제가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인 이유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근원적이고 심리적 문제를 지닌 인물들의 목록을 뽑고, 그들이 가진 핵심적인 문제를 진단한다. 이후 한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들이 벗어나려고 몸부림쳐온 장애물의 실체를 파악, 거기에 대응한 방식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 결과 홍길동, 심청이, 장화홍련 같이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 고전의 인물들이 우리처럼 아프고 나약한 인간으로 다가온다. 주변 인물을 강박적으로 배려하는 ‘심청형 인간’, 피해의식에서 벋어나기 위해 인정받으려는 ‘홍길동형 인간’ 등 독자들은 이들 중에 자신과 비슷한 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문제도 돌아볼 수 있다.
신동흔 교수는 “이 책은 고전을 통해 우리 내면의 엑스레이도 찍어보고 내시경 검사도 해보자는 뜻이다. 고전 인물의 심리적 문제를 폭로하기보다 그들의 문제를 독자가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우리 내면에 깃든 또 다른 나를 만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