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결산④] 스크린 속 ‘미친 존재감’ 종결자는 누구?

[Ki-Z 영화결산④] 스크린 속 ‘미친 존재감’ 종결자는 누구?

기사승인 2010-12-25 12:58:00

[쿠키 영화]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 스타가 탄생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톱스타나 주연배우가 아니다. 극중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준 조연급 배우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해당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미친 연기력’으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관객은 이들의 연기력을 극찬하는 의미로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줬다. 그렇다면 올 한 해 스크린을 사로잡은 ‘미친 존재감’을 지닌 배우는 누가 있었을까.

◇올해는 송새벽의 해…<방자전>으로 터졌다

영화제마다 선정 기준이 다르지만 그의 수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무엇을 해도 ‘빵빵’ 터지는 운수대통의 한 해였다. 바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송새벽이다. 지난 2005년 <고백>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 역으로 4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엉뚱한 매력은 <방자전>에 이르러 폭발했다.

극중 어눌한 말투와 관조적 표정으로 변태적 성향을 지닌 ‘변학도’ 역을 소화하며 관객을 무장해제 시켰다. 성의 없이 툭툭 내뱉는 말투가 익숙하지 않아 “저 배우 뭐야?”라는 부정적 시선을 품게 만들었지만 불편한 시선도 잠시, 심드렁한 말과 표정에 관객은 서서히 젖어 들었다. 종단에는 “저 배우는 과연 누굴까. 어떤 작품에 출연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둔갑하면서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은 아낌없이 웃음을 보냈다.

송새벽의 연기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준다. 무심한 듯 내뱉는 대사는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지 못할 정도다. <방자전>에서의 대히트 이후 <해결사><부당거래><시라노:연애조작단>까지 쉴 새 없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했다. ‘제13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제6회 대한민국 대학 영화제’ ‘제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제3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19회 부일영화상’ 등에서 신인남우상 싹쓸이는 올 한 해 그의 활약이 대단했음을 방증한다.

관객에게 ‘미친 존재감’을 각인시킨 지 1년 만에 내년 개봉하는 <위험한 상견례> 주연 자리를 꿰차는 겹경사도 맞았다. “송새벽과 함께 하고 싶다”며 감독의 총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내년에도 활약이 예고되고 있다.

◇<이끼> 유해진, ‘광기의 끝’을 보여주다

배우 유해진과 김혜수의 열애 소식은 새해 벽두를 활짝 열어젖히며 화제가 됐다. 이후 유해진의 이름 앞에는 ‘김혜수의 남자친구’라는 수식어가 귀찮을 만큼 따라다녔다. 유해진은 어디를 가나 김혜수와 관련된 시선과 질문에 자유로울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끼>에서의 대활약으로 ‘미친 존재감’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김혜수의 남자친구’라는 수식어를 누르게 됐다.

<이끼>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유해진의 신들린 연기를 언급한다. 유해진이 극중에서 맡은 역할은 마을의 비밀을 간직한 ‘이장’(정재영)의 오른팔 ‘덕천’으로 순진무구한 성격을 지녔으나 ‘이장’에게 억압을 당하는 인물이다. ‘이장’을 중심으로 묘하게 돌아가는 마을의 낌새를 눈치 챈 ‘유해국’(박해일)과 ‘박민욱’(유준상)을 찾아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이장’의 비리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놓는 장면은 백미로 손꼽힌다.

유해진도 이 장면을 베스트로 꼽았을 정도로 애착과 열의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원작 웹툰에서 그려진 ‘덕천’의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완벽하게 빙의돼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유해진은 촬영 당일까지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려 긴 대사를 단 한 번에 소화하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석정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적과의 동침>으로 다시 한 번 존재 가치를 드러낼 계획이다.

◇<아저씨> 김성오, 눈도장을 받다

620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화제가 된 <아저씨>는 원빈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빈은 극중에서 전직 특수요원 출신이나 아내의 죽음 후 사회로부터 스스로 단절되기를 원했던 ‘태식’ 역을 맡았다. ‘태식’은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며 잘 따라다녔던 ‘소미’(김새론)를 구하기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태식’의 정의로운 면모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악역 노릇을 톡톡히 해 준 배우가 있었다. 바로 ‘종석’ 역의 김성오다.

‘종석’은 <아저씨>에서 악랄함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소미’를 비롯해 여기저기에서 잡아온 아이들을 마약 운반책 내지는 생산자로 둔갑시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다. 김성오는 마약에 찌들어 지쳐가는 아이에게 일말의 동정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악역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크린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성오는 안방극장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BS 인기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까칠한 성격의 백화점 사장 ‘주원’(현빈)의 김 비서로 활약하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김 비서는 ‘주원’의 오른팔이자 발랄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악역 ‘종석’과는 180도 다르다.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모두 각광받고 있다.

◇<초능력자> 두 외국 배우로 ‘웃음’ 핵폭탄

<초능력자>에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이 있었다. 터키의 에네스카야와 가나의 ‘엄친아’ 아부다드가 그 주인공이다. 에네스카야와 아부다드는 극중에서 ‘임규남’(고수)과 우정을 쌓으며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지 ‘알’과 ‘버바’로 나온다.

둘의 등장은 초반부터 ‘빵빵’ 웃음이 터져 나온다. 파란 눈의 에네스카야는 한국에 거주한지 8년이나 돼 웬만한 한국어는 거의 다 구사할 정도로 상당한 언어 실력을 갖췄다. 그의 능청스러운 한국어 대사가 스크린에서 맛깔나게 살아나면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대생 엄친아인 아부다드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순수한 표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민석 감독은 국내 사회의 병폐를 유쾌하면서도 즐겁게 풀어줄 배우가 필요했고, 에네스카야와 아부다드는 그의 의중을 십분 살려줬다.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이다. 두 사람은 웃음을 주는 보조 출연자 역할에 주로 머물었던 외국인 배우가 아닌 극의 균형감을 유지시켜준 무게감 있는 배우로 기억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