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안개 속 형국이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 그룹은 감정의 골이 이미 깊어 질대로 깊어졌다. 물밑에서 조용히 신경전을 벌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수면 위로 공개되면서 대중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4년 데뷔하자마자 가요계 핵으로 등극해 영광을 누렸던 동방신기의 현주소다.
동방신기의 갈등은 재중, 유천, 준수 3인이 반기를 들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9년 전속 계약에 저항하며 자신을 키워준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기로 결심한 것.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JYJ라는 그룹을 따로 만들고, 동방신기의 품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JYJ만 뭉친 앨범을 발표했고, 이에 질세라 유노윤호와 최강창민도 동방신기 존속을 위해 앨범을 발표하는 맞불 작전을 펼쳤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뀐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동방신기. 2세대 아이돌 그룹 중 국내·외에서 건재한 인기를 과시하며 아시아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팀이기에 이 같은 진흙탕 싸움을 반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들의 현재는 장수 아이돌 그룹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영원할 수 없다’는 씁쓸한 명제를 증명하는 사례 중 하나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방신기의 오늘을 통해 장수 아이돌 그룹의 문제점에 대해 반추해봤다.
◇JYJ “부당 계약 참을 수 없다”
평균 3명 이상으로 구성된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핑클, S.E.S, NRG 등 아이돌 1세라 할 수 있는 그룹은 통과의례처럼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안고 현재 뮤지컬 배우로 연기자로 솔로 가수로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일부는 가요계를 떠나 개인 사업을 하면서 일반인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장수 아이돌 그룹이 해체 위기에 놓이는 것 중 하나는 소속사와의 갈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데뷔를 앞둔 전후에 맺은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소속사와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멤버들이 날을 세우면서 첨예하게 대립한다. 동방신기 3인도 부당한 조건에 반발하며 전속계약효력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데뷔일로부터 13년 계약은 부당하다는 것. 게다가 수익배분도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팀을 떠났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SM에 잔류하며 동방신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아이돌 문화를 형성시킨 SM 출신 H.O.T의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 역시 2001년 소속사와의 부당한 계약에 반기를 들며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이들은 H.O.T를 나와 JTL이라는 그룹을 형성하며 활동했으나, 차별화된 음악과 팀 색깔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결국 H.O.T 그늘에 가려졌다. JTL의 탄생 과정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JYJ 역시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클릭비도 소속사가 수익 배분을 정당하게 하지 않았다며 해체한 경우다. 지난 2005년 4월 소속사 측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결국 화해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라졌다. 현재 개별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 이불에서 다른 꿈 꾼 동방신기
동방신기가 둘로 쪼개진 데에는 멤버들의 이견차도 한몫했다. 그 배경에는 화장품 사업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SM 측은 주장하고 있다. “동방신기의 멤버 3인이 화장품 사업에 투자하면서 갈등의 싹이 시작됐다”고 내다보며 JYJ 3인이 소송을 하기 전부터 이미 다른 길을 걷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돌 그룹을 괴롭혔던 요인 중 하나는 잡음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개성 강한 멤버들이 모이다 보니까 불화의 씨앗이 움트기 마련이고, 의견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다. 활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팀 내에서 주목받는 특정 멤버가 생기게 되고, 인기나 인지도 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면서 소외되는 멤버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게 갈등이 곪으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일부 멤버의 탈퇴도 팀의 불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재중, 유천, 준수가 팀을 나오면서 동방신기라는 그룹이 존립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씨야의 남규리, god의 윤계상, 베이비복스 심은진 등 장수 아이돌 그룹이었던 멤버들이 탈퇴하면서 그룹 활동에 큰 타격을 입혔다.
◇홀로서기, 유닛 형태로 나뉘기… 과연 성공할까?
그렇다면 동방신기가 화해 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을까. 가요계 관계자들은 동방신기의 재결합 여부에 대해 고개를 내젓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진단이다. 동방신기가 새 앨범 ‘왜’에서 가사로 JYJ를 공개 디스했다는 논란부터 동방신기와 JYJ 나아가 SM 소속 연예인까지 트위터 설전 등을 벌이고 있어 오해의 벽이 쌓일 대로 쌓였다는 것.
주목해야 할 점은 둘로 갈라진 동방신기가 제 위치에서 얼마만큼 선전하는지다. 일단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으로 구성된 동방신기는 SM 매니지먼트 관할 아래 안정적 기반을 다질 가능성이 높다. 보아,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인기 그룹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소속사인데다 동방신기의 태생부터 지켜본 모태 기업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프로모션 진행이 용이하다는 지적이다. 보컬을 주로 담당했던 멤버들이 나가면서 보컬 라인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음악 실력 향상이 숙제로 남았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JYJ는 SM과 동방신기라는 거대한 적과 맞서게 됐다. SM은 가요계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입김을 행사하는 대형 매니지먼트사다. JYJ는 신곡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요 무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2010 KBS 연기대상’에서 KBS 2TV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O.S.T ‘찾았다’를 불렀을 뿐이다. 대신 KBS ‘뉴스타임’ 출연으로 숨통을 텄다. 여기에 SM이 악화일로를 걸었던 엠넷미디어와 손을 잡고 음원 유통을 재가동하면서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져 JYJ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JYJ는 앨범 ‘더 비기닝’을 통해 작사, 작곡 실력을 선보였지만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음악적 색깔을 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아이돌 출신 멤버들은 자신들을 관리해주던 회사 밖으로 나가 뮤지션으로서 성공하는 사례가 희박하다. 대형 기획사의 체계적 시스템에 젖어들어 작사, 작곡할 능력을 거의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무대에 선 뒤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JYJ는 주의해야 한다.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이 명맥을 잇기를 바라고 있다. 가장 좋은 결말은 같은 핏줄인 JYJ와 유노윤호, 최강창민이 다시 손을 잡는 것이다. ‘아이돌 그룹은 영원하지 못한다’는 명제를 동방신기가 깨주길 팬들은 바라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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