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다섯 명이 하나였을 때 가장 아름다운 그룹 SS501. 이제는 다섯이 아닌 홀로 둘로 나뉘었다. 지난해 6월 DSP미디어와 전속계약을 만료한 SS501은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 멤버 현중, 정민, 형준은 각각, 영생과 규종은 함께 새 소속사에 보금자리를 틀고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을 짊어지게 됐다. 네 명의 절친했던 멤버 없이 홀로 돌아온 박정민. SS501의 품을 떠나 솔로로 다시 일어서기까지 쉽지 않았던 여정,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정민과의 인터뷰는 쉴 새 없이 계속 됐다. 워낙 말재주가 좋아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은 소녀의 재잘거림과 사뭇 닮아 있었다. 시간적 제약이 없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모조리 들려줄 것만 같은 편안함이다. 홀로 돌아왔지만 외로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남자다워졌다. SS501 멤버로서는 처음으로 솔로로 출격한 박정민은 ‘외로움’이라는 대상과의 치열한 싸움을 끝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기라도 하듯 ‘낫 얼론’(Not Alone: 모두 혼자가 아니다)이라는 제목의 미니앨범을 들고 왔다. 가수 데뷔 6년 만에 솔로로 나서는 느낌, 어떨까.
“‘낫 얼론’이라는 앨범명을 짓게 된 것도 ‘우리 모두 혼자가 아니다. 모두 하나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예요. 전 비록 혼자 나왔지만 영원히 SS501의 멤버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앨범 전체를 들어보시면 SS501의 연장선의 개념이 아닌 저만의 색깔을 감상할 수 있으실 거예요. 사운드는 전자음이나 기계음을 많이 뺐고, 오케스트라랑 밴드를 이용해 살아 있는 느낌을 채워보려고 노력했어요.”
박정민이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보기 위해 가장 노력한 부분은 ‘가사’다.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앨범의 가사를 다 썼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꼼꼼하게 다지면서 노래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사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그런 제 마음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예요. 수록곡 ‘넌 알고 있니’ ‘내 하루는 매일 매일 크리스마스’는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니까 긍정적 가사가 나오더라고요. 특히 노래 ‘넌 알고 있니’는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콘셉트로 썼는데요. 이 노래는 멜로디를 몇 백번 들은 단 한 번에 후루룩 써 버렸어요. 전화통화를 한다는 느낌으로 썼죠. 멤버들을 향한 내용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는데 누구를 겨냥해서 쓴 게 아니라 제 상상 속 이야기예요(웃음).”
SS501은 그의 영원한 뿌리이지만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싶었다. ‘SS501의 박정민’이 아닌 ‘솔로 가수 박정민’으로 변신하기 위해 12kg 정도를 감량했다. 늘씬한 몸매를 통해 날카로운 이미지를 구축한 것. 외형적 변화 때문일까. ‘SS501 박정민’의 느낌보다는 신인의 마음으로 새롭게 나온 ‘솔로 가수 박정민’의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솔로 앨범을 준비하기 SS501 활동 영상을 봤는데 ‘아 정말 안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제 덩치가 그렇게 큰지 몰랐어요(웃음). 여럿이 있었을 때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혼자 무대에 서다 보니까 비주얼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육중한 몸을 줄이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다이어트를 했어요. 12kg 정도 감량했는데 좀 달라져 보이나요?(웃음)”
박정민의 솔로 데뷔 과정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앨범 출시를 목전에 두고 첫 무대를 준비하던 때 북한의 연평도 도발 사건으로 발매가 무한정 연기됐다. 당시 국민적 정서에 공감하기 위해 손을 내려놓고 숨고르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예상하지도 못했던 2개월이라는 공백기가 생긴 것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한없이 추락할 수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앨범 완성도에 더욱 공을 들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두 달 가까이 발매가 미뤄져서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준비할 시간이 주어져서 행복했죠. 당시 연평도 사태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저만의 활동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 사이에 일본에서 팬미팅을 열게 됐는데요. 어쿠스틱 밴드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성숙의 시간이 됐고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SS501과 관련된 억측과 무성한 소문들이었다. 박정민은 항간에 “SS501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원인 제공자”라는 루머에 휘말렸다. 당시 소문으로 인해 박정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처를 받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기로 했다. 제 식구인 SS501에 흠집을 내면서 독야청청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 식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박정민은 SS501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놨다.
“다섯 명이 하나였다가 흩어졌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죠. 세상을 둘러보니 저보다 힘든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가 힘든 것은 힘든 축에도 못 끼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나쁜 생각이 사라졌어요. SS501에 대한 것은 좋은 것만 얘기하고 싶어요.”
박정민은 “다들 각자 소속된 회사가 있지만 여건만 허락한다면 SS501이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뭉치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SS501은 경쟁자가 아닌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다섯 명이 서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 성공해야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죠. 다들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라 크게 걱정되지 않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누가 얼마나 성실히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전 이번 앨범을 통해 ‘아 박정민이라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SS501에서도 크게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고, 노래도 출중하지 못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어요.”
박정민이 그리는 자화상은 ‘만능 엔터테이너’다. 가수뿐만 아니라 MC, 연기자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그의 발에 보폭을 맞춰줄 소속사도 만났다. CNR 미디어에 새 둥지를 튼 박정민은 전략적 파트너로 대만의 코믹리츠와 손을 잡았고, 중화권 활동은 소니 뮤직 아시아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조만간 ‘꽃보다 남자’ 대만판을 제작한 코믹리츠에서 직접 진행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 오는 5월부터 국내를 떠나 국외에서 거주하며 연기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가수, MC, 연기자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시장까지도 박정민이라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거고요. 제 이름이 거론되면 ‘마음으로 노래하는 사람’, ‘눈으로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앞만 보며 달려갈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사진=이은지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