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1월 12일 음원 발매. 14일 데뷔 무대. 데뷔한 지 20여일 정도 지났는데, 긴장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마냥 뭐가 좋은지 싱글거리는 모습은 주위 분위기까지 바꿔놓았다. “몇몇 인터뷰 기사를 보니, 전복을 좋아해서 나중에 해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엉뚱하다”라고 말을 건네자, “엉뚱한 것이 아니라 진짜 그럴 생각인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압구정 유이’ ‘주영훈의 뮤즈’ ‘포스트 아이유’ 등의 애칭을 얻으며, 데뷔 앨범 타이틀곡 ‘‘윗치 걸’ (Witch Girl)로 가요계에 데뷔한 한그루 (본명 민한그루)에게 가수 데뷔 후의 느낌을 어떨까.
“데뷔했을 때 연습하던 것이랑 많이 다르더라고요. 모니터도 처음 해보고, 카메라도 처음이고요. 소속사 사장님이 카메라 빨간 불 보면 된다고 하는데, 한두개가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머리 속은 정신없고요. (웃음) 지금은 적응해나가고 있는 과정인데,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방송하면서 이제 어떤 것을 해야하고, 구체적으로 뭘 연습해야하는지 계획도 생겼고요. 다른 가수들 보고 느끼는 것도 많고요. 그런데 음악프로그램에서 무대 의상을 입고 할 때는 제 데뷔가 실감이 나는데, 인터뷰를 다니거나 할 때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한그루는 원래 연기자가 꿈이었다. CF감독이자 영화 제작자 출신인 아버지와 CF모델이었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다. 그 후 초등학교 4학년 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고,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그곳에서 한그루는 쇼비즈 댄스 경연대회 재즈 부문 2위, 댄스스폿 경연대회 힙합 부문 1위, 홀 오브 페임 댄스 챌린지 힙합 부문 2위, 재즈 부문 3위, 탭 댄스 부문 2위, 댄스USA 힙합 부문 1위 등을 차지했다. 그런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으로 건너갔다. 북경국제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그 곳에서 연기와 각종 무술과 검술, 승마를 배웠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서 한그루는 가수로 데뷔했다. 본래 하고 싶었던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우선 선택한 것이다.
“가수 활동을 해보니 이런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가수는 무대에 설 기회도 많고, 예능프로그램에 나갈 기회도 많잖아요. 연가자는 배역도 중요하고 캐릭터도 중요하며, 다양한 저의 모습을 보일 기회가 빨리 오지 않잖아요. 아마 배우로 데뷔했으면, 지금 사람들이 모르는 배역, 단역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전 배우로 데뷔해도 충분히 그 역을 즐기고는 있겠죠”
가수로 데뷔는 했지만 끼는 다재다능하다. 이미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는 물론 설 특집 프로그램에서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가수 한그루가 음악프로그램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제가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편이에요. 긴장하는 것도 없고요.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좋아해요.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집에서 방송을 보면서도, 마치 출연자인 것처럼 혼자 말하기도 해요. (웃음) 그런데 음악 프로그램은 아직 어색해요. 매주 몇 번씩 가는 것이지만, 아직도 어색하죠. 아침에 리허설할 때는 서로 못알아보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리고 너무 일찍 가니까, 늘 자고 있죠. 대기실에서는 다른 가수들 모니터 하는 등 반복되는 것 같아요. 아직은 신인이라 무대를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지만 한그루는 애칭이 많다. ‘압구정 유이’ ‘주영훈의 뮤즈’ ‘포스트 아이유’까지 다양하다. 이에 실제로 덕소에 산다고 해서 ‘덕소 유이’라는 별명까지 추가됐다. 신인들이 데뷔할 당시 비슷한 인물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참 다양한 느낌을 선사한 한그루였다.
“그냥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여기죠. 그런데 제 이미지나 제가 듣고 싶은 얘기는 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그것에 따라 애칭이 만들어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것에 연연해하기보다는 앞으로 뭐할지 고민하는 편이죠. 하지만 제가 A형이고 밤에는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혼자 또 생각하곤 해요. (웃음). 뭐 나중에 제가 더 인지도가 올라가면 더 좋은 얘기도 나올 수도 있고, 안 좋은 얘기도 나올 수 있잖아요”
보기에는 성숙해보여도 한그루는 92년생으로 이제 갓 20살이 됐다. 지금 아이돌 그룹 멤버 수준의 나이다. 솔로가수로서 외로움도 있을 수 있지만, 또래들이 가요계의 주축인 현 상황에서 보다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도 적잖이 가질 듯 싶었다.
“일단 신인이고, 음악프로그램 가면 다 인사하잖아요. 아직은 다른 가수들과 그런 정도의 관계에요. 요즘에는 달샤벳 언니들이랑 친해졌어요. 데뷔도 올해 초 1주일 차이로 비슷하게 했고요. 그리고 달샤벳 언니들이 인터뷰 때 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많이 하려고요. (웃음)”
얘기를 하다보니 왜 한국에서 데뷔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충분히 그곳서 데뷔 후 한국으로 돌아와도 될 듯 싶었다.
“한국이 저는 좋아요. 유학시절에도 가고 싶다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리웠죠. 중국에서 고등학교 마치자마자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어릴 적부터 한국서의 데뷔를 이미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에서의 데뷔는 생각 안했어요. 해외 진출은 한국에서 자리매김한 후에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내 나라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해외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유 이후 여성 솔로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가요계는 여전히 그룹이 대세다. 지금껏 데뷔한 그룹들이 점점 그 폭을 넓혀가고 있고, 아직도 출격 중인 아이돌 그룹이 수없이 많다. 솔로 여가수로서 이들과 경쟁할 전략이 뭘까.
“단순하게는 그룹이 많다보니 솔로가 더 주목받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일단 전 6~8명이 하는 몫을 혼자 다 해야하잖아요. 그만큼 더 악착같고 독하게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6명 그룹이면 6명이 나눠 갖는 안티를 저 혼자 갖는 단점도 있지만, 6명이 받는 관심을 저 혼자 받는 장점도 있잖아요. 우선은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출발은 좋다. 여성 솔로가수가 주목받는 점도 그렇고, 한그루가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발판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1월에 데뷔했기에, 2011녀 한해동안은 하루하루, 한달 한달이 모두 치열한 생활의 연속일 것이다. 한그루의 1년 목표는 추상적이면서도 수긍이 갔다.
“1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은 관심을 받는 거에요. 저에게 궁금증이 생기게 하는거죠. 방송을 보면 저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올 때는 보고, 검색도 해요. 당장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람만 되도 좋겠어요. 또 그런 관심을 받다보면 신인상도 타고, 팬들도 생기지 않을까요. (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