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다는데도 숨기는 개성공단…끊어진 남북환경협력 탓

깨끗하다는데도 숨기는 개성공단…끊어진 남북환경협력 탓

기사승인 2011-02-09 18:40:00
[쿠키 사회]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개성공단의 수질, 토양, 대기, 지하수 등 4개 분야를 측정해 ‘2010 개성공업지구 환경조사 결과보고서’와 상세보고서를 통일부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북측의 요청에 따라 과학원 소속 연구진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이뤄졌다.

연구진은 “남측 산업단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수준”이라며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주로 경공업 위주로 구성돼 오염물질 배출량이 작은데다 처리 시설은 남측의 최신기술로 설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진은 “조사를 주관한 통일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며 보고서 공개를 거부했다. 개성공단에 폐수처리장이 설치된 2007년부터 매년 이뤄진 조사이지만 단 한 차례도 공개된 적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통일부 관계자도 “남북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서 공개하기 어렵다”며 “북측 요청으로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 북측 허가 없이 결과를 공개하면 파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북측 법인 ‘개성공업지구 환경보호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조사로 남한 당국이 이를 공개할 근거가 없고, 현 상황에서 조사 결과 공개를 운운하다가 조사 자체가 가로막힐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까지도 남북 환경협력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남북 환경협력 사업을 촉진하고자 한다”며 “산림 녹화 등 점진적 협력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을 겪으며 관계가 끊어졌다. 2009년 10월 환경부가 유엔환경계획(UNEP)에 북한 지역 환경 사업을 위한 기탁금 9억6000만원을 지원한 게 마지막이다.

이전 정부에선 DMZ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도입, 북측 황폐산림 복구사업, 철새 이동 공동조사, 두만강 환경보존사업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경색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물밑 논의마저 가로막힌 상황이다. 환경계는 재개된 군사회담을 계기로 대화의 실마리가 풀려 남북 환경협력이 복원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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