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팬들 농락한 카라…카라 버리는 팬들

[Ki-Z issue] 팬들 농락한 카라…카라 버리는 팬들

기사승인 2011-02-19 13:24:00

"[쿠키 연예] 어떻게 보면 사태가 장기화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동방신기 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이고, 가수가 소속사와 등을 돌려 소송까지 가는 경우에 합의가 아니면 수개월은 기본으로 진행된다.

카라 3인이 지난 1월 19일 DSP미디어 (이하 DSP)에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한지 한달. 그런데 기간에 비해 논란의 속도는 거의 광속에 가깝고, 그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달이란 기간에 ‘장기화’란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 나온다. 실제 기간과 체감으로 느껴지는 기간이 다른 것이다.

카라 멤버들을 보는 시각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사태가 일어난 초반에는 ‘카라는 사라지고 수많은 이익단체와 관계자들만 난무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한달이 되면서 거꾸로 팬들조차 카라를 버릴 태세를 취하고 있다. 왜일까. 문제는 ’편‘의 구분이 명확하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카라 3인의 행보가 갈지자를 긋는데다, 국내 팬들의 정서는 외면한 채, 일본 시장만을 바라보는데 있다.

◇ 카라 3인이냐, 카라냐…갈등-봉합의 연속

카라 3인이 소속사인 DSP를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리더인 박규리와 구하라가 소속사에 남아있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가요계 관계자들과 팬들이 사태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은 명확했다.

카라 3인과 그 부모들은 전속 계약 해지 요구가 DSP가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안에 수익의 문제 등이 포함되어있음을 전했다. 박규리와 구하라가 카라 3인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에 미스터리가 남았었지만, 아이돌 그룹의 해체과정을 수없이 봐온 대중들은 상황을 대략적으로 추측할 뿐, 그 이상의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카라 3인 측이 “카라는 5명으로 가야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한 채, 무조건 5명 카라의 활동을 주장하자 의아함마저 일었다. 원칙적으로 말은 맞지만 상황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팬들 역시 자신들이 응원해야 하는 주체를 혼동하기 시작했다. ‘카라 3인’이냐, ‘카라’냐를 놓고 갈등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카라가 논란이 일어난 지 15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 재개의 뜻을 밝혔다. DSP와 카라 3인은 “멤버 전원이 기존 확정 스케줄은 소화한다”는 내용에 합의했고, 일본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2월 3일 출국하면서 “카라를 많이 아껴주신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중들이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갈등 봉합’이라는 말을 믿어도 될 분위기였다.

여기에 리더 박규리가 영화 <알파앤오메가> 기자시사회 전 기자간담회에 참여해 멤버들의 불화설이나 자신이 왕따를 당한다는 추측을 모두 일축했다. 한마디로 모두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카라 3인의 갈지자 행보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즈음이다. 한승연의 아버지 한종칠 씨가 갑자기 일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박규리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더니, 강지영의 아버지 강건욱 씨는 “한승연 아버지가 언급한 리더는 박규리가 아니라 소속사 대표를 호칭한 것”이라며 감싸기를 했다. 보기에는 해명을 대신 하는 것 같지만, 부모들이 나서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정타는 14일 카라 3인이 전속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계약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결국 그동안의 합의나 활동하는 모습은 단지, 일본에서의 활동을 위한 제스처일 뿐 사실상 이들은 소속사와의 법정싸움까지 벌이며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팬들은 봉합되는 분위기의 상황 인지에서 또다시 혼란에 빠졌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 한국서는 논란 일으키고, 일본서는 ‘웃으며’ 활동?

카라가 한국과 일본에서의 행보가 확연히 다른 것도 팬들을 분노케했다. 한국에서 소속사에 전속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외부와 연락을 일체 끊은 채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카라는 2월 3일 출국 전 취재진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으로 넘어가서는 공식 팬클럽에 “언제나 카라를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이번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쳤다. 앞으로도 5명이 열심히 해 나가겠다"며 "많은 사랑 감사하다. 앞으로도 카라를 잘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다.

표면적으로 같은 날 국내와 일본에서 공식 사과한 모양새지만, 사실상 한국에서는 출국 전에 수동적으로 취재진을 향해 사과를 한 것이고,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팬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표출한 것이다. 이후에 카라는 일본에서 자신들의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내며, 마치 갈등이 없었다는 듯 활동했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와서는 사실상 활동을 재개하지 않으며, 누가 봐도 ‘해체’의 수순을 밟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일본 입국 장면에서 이들 카라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되어 국내 팬들을 더욱 아쉽게 했다. 물론 이런 한두 장면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지만, 이들의 행보 하나 하나를 주목하고 있는 국내 팬들의 입장에서는 한숨 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일은 터졌다. 카라 사태에 분노한 팬들이 결국 해체 청원까지 내며, 서명을 진행 중이다. 이미 0000명이 서명한 이 청원은 한승연 아버지의 일본 언론과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직후 게시판에 올라왔다. 팬들이 직접 아이돌 그룹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기는 처음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청원이 전체 팬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징성이며, 이러한 일련의 논란의 진행 속도가 빨리 진행됨에 있어서 모든 원인 제공은 카라 스스로가 자처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되돌리기에는 현 사태가 너무 멀리 왔으며, 설사 이들이 극적으로 모든 문제를 합의해 활동하더라도 카라는 팬들을 의식하지 않는, 팬들을 버린 아이돌 그룹이라는 짐을 얹어야 될지도 모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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