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지난해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화려한 무대와 막강한 라인업으로 한국 초연 일정이 알려지자마자, 뮤지컬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공개된 ‘몬테크리스토’는 영상과 세트를 섞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선사했으며, 웅장하고 세련된 음악을 들려줬다.
그러나 관객들은 의외의 부분에서 실망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호흡이 급해진 스토리는 ‘왜’를 생략하고 복수와 화해를 서둘러 봉합해버려, 붕 떠버린 결말을 안겼다. 게다가 화려하고 색다르기는 하지만, 무대와 배우들의 조화는 무엇인가 어긋나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또 배우끼리도, 조화보다는 개별적으로 톡톡 튀는 듯한 느낌을 풍겼다. 이런 느낌은 분명 공연을 봤는데, 끝나고 문을 나서는 순간 기억이 나지 않는 희한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중반까지의 화려했던 장면조차도 떠오르지 않았다.
1년이 지난 2011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지난해 그 작품이 맞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이고 강렬했다. 도리어 2010년 작품 전체를 지우며, 또렷하게 특유의 웅장함과 현란함을 재조합한 듯한 느낌을 줬다.
아마 그 첫째 이유로 ‘몬테크리스토’ 무대가 충무아트홀 대극장과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영상과 세트, 조명의 효과가 극대화해서 관객들에게 전달되는데 있어, 중극장 수준인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는 너무 좁았다. 이에 3배가 넘는 충무아트홀 무대는 영상과 세트, 조명을 모두 한꺼번에 소화해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세트들이 존재하고 보여져야 할 영상이 제대로 펼쳐지니 웅장함과 화려함이 더할 수밖에 없다.
달라진 무대는 바로 배우들의 역량과 활동 범위도 넓히게 했다. 해적들이 춤을 추는 모습도 역동적이었으며,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개최한 파티도 한껏 화려함을 자랑했다. 파티 중 프랑스 귀족 사이에서 등장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습도 무게감이 더했다.
이를 바탕으로 ‘몬테크리스토’ 역을 맡은 배우 류정한은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발휘하며 극장 전체를 장악했다. 넓어지고 화려해진 무대를 류정한은 맘껏 즐겼으며, 활용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의 열정을 그대로 가져왔음은 물론, ‘류지킬’과는 또다른 색깔의 파워를 자랑했다. ‘메르세데스’ 역의 차지연과도 안정된 호흡을 이뤘다. 여기에 ‘몬데고’ 역의 강태을까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호흡을 더했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이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비록 결말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빨리 봉합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이를 충분히 커버했다.
배우들의 호흡은 뮤지컬 관객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예매할 때, 공개된 캐스팅을 보고 일일이 따져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일례로 지난해 ‘몬테크리스토’ 공연 초반 당시 옥주현은 상대 남자배우와 듀엣곡 ‘너는 내곁에’를 부를 때, 조화로움보다는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솔로곡이라면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옥주현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겠지만,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곡에서 옥주현은 홀로 빛나려 하는 모습으로 전체를 흩뜨려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물론 이번에 달라진 무대와 또다시 모인 뛰어난 배우들과의 조합은 옥주현을 포함 다른 배우들에게도 지난해와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초연멤버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옥주현, 차지연, 최민철, 조순창, 장대웅, 전동석, 한지연, 이미경에 최현주, 강태을, 김성기, 김장섭, 김영주, 김대현이 가세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4월 2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