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일본을 강타한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제1호기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원전 근처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된 데 이어 1호기 건물 외벽이 통째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사선 피폭자도 발생했다.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과 외신은 12일 오후 3시 30분경 제1 원전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원자로 자체가 폭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지지통신은 이 폭발로 제1 원전의 벽과 지붕이 붕괴돼 건물 일부가 부서졌고 이로 인해 연기가 치솟았다고 전했다. AFP에 따르면 복구 작업을 하던 직원 4명이 부상을 당했고 방사능이 20배 정도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도 “후쿠시마 제1 원전 근처의 1시간당 방사선 노출량이 연간 허용치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5시 5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관련해 폭발 사실을 확인했으며 유사시에 대비해 요오드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요오드는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131에 노출된 인간에게 피해를 막기 위해 투여하는 물질이다. 에다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상당한 규모의 방사선 유출 및 그에 따른 인명피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에다노 장관은 “일본 정부 부처가 총동원돼 현장 상황을 조사중에 있다”며 “원전 주변의 주민들에겐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사선 피폭자 3명이 확인됐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제1 원전 원자로 1호기에서 약 10㎞ 떨어진 후타바 후생병원의 환자와 직원 등 90명 중 3명을 검사한 결과 모두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자위대에 방사선 오염 제거를 요청했다.
현재 피폭자들의 피폭량 및 피해 정도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검사결과 등에 따라 피폭 피해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1 원전 주변에서 방사능 물질인 핵분열 생성물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 제1호기 주변에서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으며 이는 원자로나 우라늄 연료 중 일부가 녹는 '노심용해'(melt down)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보안원 측도 "연료봉에서 원자력 연료가 녹아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1 원전 제1호기 원자로의 핵 연료봉 중 일부가 냉각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기 중에 노출돼 일부 증발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차가 원자로에 물을 퍼붓고 있다.
도쿄전력은 격납용기 내의 압력이 높아져 용기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12일 새벽부터 용기 안쪽의 증기를 외부에 방출하는 작업을 진행해 이날 오후 2시경 성공했다. 이후 격납용기 압력이 내려갔다.
원자력안전보안원 시오미 료헤이는 "노심용해가 일어났다고 해도 반경 10㎞밖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그러나 일본 현지 언론은 노심용해가 계속 진행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확산돼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인근 주민 8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또 주민 대피의 범위를 제1원전은 반경 3㎞에서 10㎞로 확대했다가 다시 20㎞로 넓혔고 제2원전도 반경 3㎞ 이내에서 10㎞ 범위까지 옥내 대피령을 내렸다.
세슘은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공중으로 흩어진 방사능의 주성분이었다. 노심용해가 계속 진행되면 방사성 물질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원전 최악의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