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인터넷은 일본의 재난 상황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정보 소통은 물론 가족과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는 창구로 활용됐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로 혼란을 부추기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다.
15 일 오후 트위터에는 유럽 국가들이 대한민국을 방사능 노출 국가라는 이유로 여행금지 구역으로 발표했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수많은 리트윗을 기록 중인 이 글은 사실이 아니었다.
전날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은 일본 북부 지역과 도쿄 지역의 여행 및 불필요한 방문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방사능 노출을 이유로 한국에 여행금지령을 내린 나라가 있다는 소식은 없었다.
이 글은 한 트위터러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트윗 되는 과정에서 이 글은 사실로 바뀌어 퍼져나갔다.
" 후쿠시마 2호기 폭발, 바람 방향도 한국 쪽으로 바뀜. 오후 4시 이후 외출 자제"의 내용을 담은 트윗도 사실과는 달랐다. 이 글은 트위터는 물론 메신저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소문이 확산되자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경 기상청 트위터(@kma_skylove)에 '근거없는 내용'이라는 글을 서둘러 올렸다.
기상청은 "일본 후쿠시마 2호기 폭발과 관련하여 오후 4시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 없는 트윗이 RT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동쪽에 있는 저기압 때문에 그 지역은 동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찬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즉 북서풍이 불어 이 동풍이 한국까지 힘을 미치지 못합니다. 또 어느정도 높이 올라가면 서풍이 늘 강하게 붑니다"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오보로 둔갑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5시 40분 트위터러 @effecto***는 "도쿄 만에 큰 해일 경보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TV를 볼 수 없는 여러분. 트위터를 보고있는 분들은 제발 주위에 전해주세요! ! ! 해일 경보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글은 지진이 발생하고 24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리트윗됐다. 급변하는 재난 현장에서 이 같은 정보는 혼란을 줄 수 있었다.
글을 올린 당사자도 "제가 5시 40분 경에 올린 글인데 아직까지 돌아다닙니다. 그것도 제 닉(아이디) 찍혀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인터넷은 재난 현장에서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강진이 발생한 뒤 이 지역 최대 도시인 센다이시에선 최악의 피해 상황이 트위터를 통해 재빨리 전해졌다. 전화가 대부분 불통인 상황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센다이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일본인 트위터러 @xo7maxo는 "(사람들은) 정전이라서 지금 정보도 뭐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헬리콥터랑 사이렌 소리, 비명밖에 안 들린다"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귀중한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구글 지도에선 도쿄 시내 피난장소를 알려주고 있다. 트위터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피난 정보를 올리면 이를 구글맵에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한국인 트위터러는 "귀가가 어려운 교포분들은 참고했으면 좋겠다"며 구글 지도를 트위터에 소개했다.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 및 자원봉사자 모집에도 인터넷이 활용되고 있다.
대학생자원봉사단인 V원정대는 이날 온·오프라인 동아리 'UN국제활동정보센터'와 대학생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 연세대 총여학생회와 함께 '동일본 대지진 이재민 돕기 학생연합'을 구성하고 '힘내요, 일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V원정대 인터넷 사이트(club.cyworld.com/v-revolution)에서는 모금 운동과 함께 일본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받고 있다. 또 '힘내요, 일본!' 배너 달기, 일본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댓글 달기 운동도 전개한다.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주요 포털 업계도 인터넷을 통한 성금 모금에 나섰다. 성금 모금 사이트를 운영한지 이틀 만인 이날 정오까지 네이버 1억 3000여만 원, 다음 6300여만 원, 네이트 800여만 원, 야후코리아 600여만 원 등이 각각 모금됐다.
@barry_lee 는 트위터가 헛소문의 근원지가 되지 않으려면 트위터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트위터러는 "속보를 올릴 때는 출처, 링크, 트윗 시각을 밝히고 미심쩍은 정보는 리트윗 전 확인 과정을 거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또 틀린 내용을 트윗했다면 즉시 삭제하고 리트윗을 할 땐 트위터의 리트윗 기능을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