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간부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책을 냈다. 한국은행 차현진 워싱턴 사무소장은 최근 출간한 ‘숫자없는 경제학(인물과 사상사)’이라는 저서에서 한은 독립성의 법적 근거를 부인하는 강 회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차 소장의 겨냥한 것은 강 회장이 2005년 출간한 자서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강 회장은 이 책에서 “한은 독립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블룸필드’ 최종 보고서는 1951년 3월에 제출됐으나 재무부에서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한국은행이 뭔가 감춰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 회장은 이 밖에도 ‘보고서 작성은 조선은행(구 한국은행) 사람들이 주도했으니 조직적인 내용조작과 왜곡이 있었을 수 있다’,‘재무부가 맡고 있는 외환업무를 한은에 부여한 돌출은 조선은행측의 효율적인 로비 덕분이다’,‘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 두어 위헌 시비를 불러왔다’는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 소장은 각종 자료를 인용, “블룸필드 박사는 보고서의 최초 버전을 우리 정부에 제출했다”며 재무부에서 이를 본 사람이 없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블룸필드 박사가 당시 재무부 장관 명의로 초청됐는데 보고서 작성 때 어떻게 조선은행의 조작이 있겠느냐”며 “강 회장의 판단근거에 피해망상증까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차 소장은 나아가 “당시 재무부가 중앙은행을 산하로 두기 위해 한은의 법인격을 선언하는 조항을 삭제했다”며 블룸필드 보고서를 왜곡한 집단은 재무부라고 반박했다.
위헌 논란에 대해서도 블룸필드 보고서에 독일 법률전문가가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위헌 소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차 소장은 “강 회장이 한은법 개정 논란에 관련된 사람들을 ‘카인의 후예’라고 표현했지만 중앙은행을 과잉공격하는 강만수 본인이 카인의 후예”라고 쏘아붙였다. 강 회장은 1997년 한은법 개정 과정에서 맹목적으로 한은 독립을 내세우며 투쟁하는 한은 직원들을 인류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의 후예’로 지칭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