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긁었네’ 6개월 동안 카드사용실적 210조 넘어

‘엄청 긁었네’ 6개월 동안 카드사용실적 210조 넘어

기사승인 2011-04-20 17:37:01
[쿠키 경제] 물가 상승의 여파로 지난 달 카드사용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6개월간 카드로 그은 액수만 210조원이 넘었다.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발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카드사용액이 치솟음에 따라 가계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카드사용액 6개월만에 210조=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국내 카드승인실적이 37조4700억원으로 월별 사용액으로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국내 총수출액(한화 약 43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1분기 전체로는 105조3000억원으로 전분기(105조 6080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105조원이 넘었다. 분기별로 카드사용액이 100조가 넘기는 지난해 4분기가 처음이었다.

카드사용액이 급증한 것은 물가 상승의 영향이 컸다.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카드 명목 사용액이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이 각종 카드할인 혜택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백인수 선임조사역은 “최근 카드에 주유소 할인 등 각종 맞춤형 할인혜택 기능이 많아지면서 물가에 민감한 주부나 회사원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신용자 카드발급 급증=문제는 카드사용액 급증이 저신용등급자들(7~10등급)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NICE신용평가정보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의등급에 해당하는 7·8등급에 대한 카드발급 건수는 전년도 동기보다 30%가량 늘었다.

7등급의 경우 2009년 4분기에는 12만7885건의 카드가 발급됐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16만5696건으로 급증했다. 8등급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 역시 1만9859건에서 2만5452건으로 28%가량 뛰었다.

위험 등급인 9·10등급에 대한 카드발급도 각각 1000건, 300건 가량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카드발급대상자 중 저신용자의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신규 발급된 신용카드 1200만장 중 저신용자가 발급받은 카드는 전체의 8.7%에 해당하는 104만장이었다. 2009년에 저신용자에게 발급된 카드는 전체의 6.6%로 64만장 수준이었다. 1년 만에 저신용자에게 신규 발급된 카드 수가 60% 이상 급증한 셈이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저신용자에 대해 ‘묻지마’식으로 카드를 발급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7~10등급에 대한 카드론(카드를 통한 신용대출) 액수도 지난해 4분기 5조6100억원으로 전년도 동기(4조6731억)보다 1조원 가량 늘어났다. 저신용층이 카드 위험성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카드 신규 발급과 카드론의 급증세는 서민가계대출의 채무건전성을 악화시켜 제2의 카드대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계부채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보전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카드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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