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1981년 2월 24일, 영국 왕위 계승 1순위인 찰스 왕세자와 레이디 다이애나 스펜서가 약혼을 발표했다. 13세 연상의 약혼자 옆에 선 스무살 처녀는 청순했고, 수줍음을 탔다. “왕세자비가 된다면 행운일거야”라고 말했던 얌전한 다이애나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 고통받았고, 결국 이혼했으며, 비극적으로 죽었다.
그로부터 29년이 흐른 2010년 11월 16일, 금발과 푸른 눈이 어머니를 닮은 윌리엄 왕자가 29세 동갑내기 연인 케이트 미들턴과 약혼을 발표했다. 고(故) 다이애나비의 결혼반지를 손에 끼고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케이트는 당당했다. “나와 데이트를 하는 윌리엄은 행운아”라고 말하는 자신만만한 케이트는 어떤 왕비가 될까.
‘세상에서 시어머니와 가장 많이 비교당하는 며느리’라는 케이트는 요즘 다이애나만큼 높은 인기를 누린다.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로 ‘다이애나의 재탄생’이라는 평까지 듣는다. 하지만 성장환경, 품성 등은 판이하다.
◇불우한 귀족의 딸 vs 부유한 평민의 딸=다이애나는 1961년 7월 1일 스펜서 백작가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부모는 7세에 이혼했고, 그녀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요리와 청소, 아기 돌보기를 좋아했지만 공부는 잘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유치원 보모로 취직했고, 20세에 찰스 왕세자를 만나 결혼했다.
케이트는 1982년 1월 9일 전직 브리티시항공의 파일럿 마이클 미들턴과 스튜어디스였던 캐럴 사이의 장녀로 태어났다. 부모가 직장을 그만둔 후 시작한 사업이 성공을 거둔 덕에, 케이트는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한 해 학비가 2600만원에 달하는 명문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윌리엄 왕자와 같은 대학에 입학했다. 케이트는 왕실 최초로 학사 학위를 가진 왕자비이기도 하다.
◇정략 결혼 vs 연애 결혼=찰스는 다이애나를 만나기 전 이미 카밀라 섄드와 사랑에 빠진 상태였다. 그가 다이애나를 택한 이유는 그녀가 귀족 가문 출신이며, 처녀이고, 성공회 교도라는 왕세자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결혼 기간 내내 남편과 카밀라의 불륜으로 고통받던 다이애나는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거식증에 시달렸다. 국민들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궁 안의 그녀는 철저히 외로웠다.
윌리엄은 케이트와 2002년부터 교제했다. 하지만 그들이 약혼 발표 전 언론에 노출된 횟수는 매우 적다. 윌리엄이 케이트를 언론으로부터 보호했기 때문이다. 또 케이트는 자신의 사생활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만큼 당차고, 무엇보다 언론의 시선을 즐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케이트만큼 카메라를 즐기는 유명 인사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우아함의 대명사 vs 신세대식 믹스매치=다이애나는 1980년대의 대표적 패션 아이콘으로 꼽힌다. 지적인 단발머리와 고급스러운 디자이너 의상으로 대표되는 ‘다이애나 룩’은 우아함의 대명사다. 이에 비해 케이트는 ‘이사 런던’ ‘톱숍’과 같은 중저가 브랜드의 의상에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하길 즐긴다. 영국 패션 종사자들은 “이제 케이트는 스텔라 맥카트니, 알렉산더 맥퀸 등 거물급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야 한다”며 “이 브랜드들이 평민 케이트를 공주로 격상시켜 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케이트가 다이애나처럼 스타일리쉬한 왕세자비가 돼야, 영국 패션산업이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