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써니’에서 여고시절 7공주파 써클을 이끄는 ‘하춘화’역을 맡은 강소라는 영화 속 캐릭터를 100%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들 건들대는 것은 물론 리더로서의 포스도 남달랐다. 이제 데뷔 3년차. 그러나 배우로서 그녀에게 제법 호평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짧은 시간 다양한 역할을 꾸준히 소화해낸 이력이 존재한다.
지난 2009년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서 ‘국민 남동생’ 유승호와 호흡을 맞췄다.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찼다. 물론 영화 자체에는 혹평이 잇따랐다. 짜임새 없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흡도 엇갈렸다. 그러나 분명 이 영화를 통해서 강소라는 이름 석자를 제대로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능력 없는 남편을 두고 있는 아줌마로 변신했다. 20살에 말이다. 그러나 성격대로 능청스럽게 소화해냈다. 2010년에는 드라마 ‘닥터챔프’에서 국가대표 수영선수를 연기했다. 참 다양했다.
“그 기간 동안 뭔가 많이 했다기보다는 워밍업을 한 것 같아요.‘막돼먹은 영애씨’때는 일이 없어서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추리영역 4교시’를 하고 나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없어졌어요. 역할의 비중이 많거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작품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마니아 층이 있는 ‘영애씨’를 선택했죠. 또 시청자 입장에서 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닥터챔프’를 했죠. 역할이 많이 연결이 안 되죠? (웃음)”
어떻게 보면 영화 ‘써니’의 ‘하춘화’는 강소라의 성격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 싶었다. 장난기 많고 능청스러우며, 털털한 남동생 같은 느낌이 그렇다. 물론 4차원 같다는 그녀에 대한 평가도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한몫했다. 실제 성격과 ‘하춘화’의 성격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털털한 성격이나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깡도 세지 않고 소수의 친구들하고만 어울러 다녀요. 리더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묻어가는 성격인 것 같아요. 대인관계는 정말 안 넓어요. 연락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핸드폰을 거의 안 보고 살아요. 가끔 차에 핸드폰 놓고 내리기도 해요. 그런 성격 때문에 남자친구도 잘 못 사귀는 것 같아요.”
‘하춘화’가 성장한 모습을 연기한 진희경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진희경이 보여주는 ‘하춘화’와 강소라가 보여주는 ‘하춘화’가 잘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사실은 처음에 선배를 뵙고 나서 그다지 저랑 닮았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니 닮았더라고요. 저는 볼살이 많고 동굴 동굴하고 선배님은 샤프하시잖아요. 영화 속에서 닮은 것은 선배가 연기력으로 커버한 것이라 생각해요.”
혹평을 받았던 ‘4교시 추리영역’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호평 일색이다. 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본 이들은 ‘써니’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40대 이상의 부모님들의 감성을 건드릴 요소도 많다. 강소라가 본 ‘써니’는 어떤 영화일까.
“처음에는 제 모습밖에 안보이다가, 세 번째 보니까, 전체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관객 입장에서 재밌게 본 것 같아요. 감동적이었어요. 영화 속 유머코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코드가 촌스럽지 않은 것 같아요. ‘울어라’라고 강요하는 억지 울음도 아니잖아요. 상업 영화인도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1990년생인 강소라가 태어나기도 전의 상황이다. 패션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여고생들의 사용하는 용어도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강소라에게는 ‘공부’차원의 학습이 필요할 듯 싶었다.
“사실 공부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그때도 지금도 친구 사이는 똑같잖아요. 요즘은 ‘일진’으로 변했지만, 그런 아이들은 늘 있었고, 어느 그룹이나 리더가 있죠. 감독님이 제게 시대에 상관없이 연기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신경 쓰면 올드해진다고요. 요즘 애들 놀 듯이 놀고, 단지 용어만 요즘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어요. 선배님들은 저희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신다기보다는 저희 연기에 맞춰주신 것 같아요.”
영화에 주연급만 14명이다. 성인 연기자와 아역 연기자가 동일하게 연기하다보니 그렇다. 성인 연기자들이야 이제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기에 그럴 일이 없었겠지만, 아역을 담당한 배우들은 경쟁심도 발동했을 것 같았다. 물론 강소라는 고개를 저었다.
“다들 비슷한 나이대라 편했어요. 사실 너무 편해서 현장에서 혼나기도 했죠. 나이는 (심)은경이만 제 밑이고 나머지는 다 언니예요. 다들 동안이죠. 제가 반전이죠. 제가 늦게 캐스팅 되었는데, 처음 촬영할 때 다른 사람들 사진보고 저보다 연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들어가서 저는 ‘안녕’이라고 했고, 다른 멤버들은 저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했고요. (웃음) 다들 제가 언니인 줄 알았대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털털함이 마치 남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작품인 ‘4교시 추리영역’에서 유승호와 약간의 러브라인 느낌이 나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역을 보면 운동 선수에 가깝다. 지금 드라마를 찍는 강소라는 멜로에 대한 욕심이 있을법 했다.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후속편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라이벌의 여동생 역이에요. 멜로라인은 소재가 곤궁해지면, 나올지도 모르죠. 그래서 요즘 조감독님에게 열심히 커피 사드리고 있어요. 현실에서 못 이루는 것을 드라마에서 이루고 싶다고요. (웃음) 제가 남자에게 인기 있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남자들과 친구되는 스타일이죠. 당구장 같이 다니고, 연애 상담해주기도 하고요.”
강소라의 연기 이력은 사실상 아직 미미하다. 드라마 2편에 영화 2편이 전부다. 그러나 인생 이력을 보면 범상치 않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3년간 온라인으로 무협소설 ‘비연신검’을 연재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공상과학 연극 대본을 직접 썼다. 연극과 가려고 20kg 넘는 살을 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녀 스스로 돌아본 인생 이력의 평가는 어떨까.
“어린 나이 치고는 필력이 괜찮죠? (웃음) 고등학교때 쓴 대본으로는 연극제까지 나가 장려상을 탔어요. 살을 뺀 것은 연극영화과에 가기 위해서 한 거죠. 원래 연출과 가려고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와서 영연과 가서 연출을 공부하려 했어요. 무엇인가 어린 친구들이 하기 힘든, 선택하기 어려운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영화 ‘써니’에 얼마만큼의 관객들이 몰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작품이기에 기대가 높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이들도 호평이다. 만일 영화가 ‘대박’난다면, 강소라에게도 영화배우로서 한층 더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써니’가 흥행한다는 전제 하에 강소라의 희망은 무엇일까.
“지금까지는 작품에 상관없이 했다면, ‘써니’이후에는 다르게 제의가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영화가 워낙 좋고, 연기다운 연기를 한 영화니까요. ‘추리영역 4교시’때는 제가 처음 작품이라서 관객들이나 감독님, 승호 씨에게 모두 미안한 영화였어요. 그러나 ‘써니’는 안 미안한 영화인 것 같아요.”
인터뷰 후 며칠 뒤에 강소라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해 생애 처음으로 영화제 레드카펫 위에 섰다. 긴장해서인지 강소라는 사진기자들 앞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사진기자들이 다시 불러 세우기까지 강소라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강소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드디어 집이다!! 싹 씻고 나니 피로가 풀린다. 예쁜 드레스도 좋지만, 무릎 나온 추리닝이 짱이여~”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