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공연] 5‧18, 무거운 주제인데 웃음이 난다…왜?

[Ki-Z 공연] 5‧18, 무거운 주제인데 웃음이 난다…왜?

기사승인 2011-05-15 14:58:00

[쿠키 문화] 또다시 돌아온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연이어 있어서 ‘가족의 달’로 불린다. 그러나 가족애를 느끼기에도 빠듯한 5월의 한편에는 진실과 아픔이 공존한다. 1980년 5월에 터져 나온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지니는 존재감 때문이다. 사람들은 방송에서, 연극에서, 기념식에서 매년 5‧18을 보고 기억을 다진다.

현재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상연 중인 연극 ‘푸르른 날에’(남산예술센터‧신시컴퍼니 공동제작)도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 이 날의 사건에 휘말린 어느 남녀의 사랑과 그 후 30여 년에 걸친 인생 역정을 보여 준다.

이야기는 차밭이 보이는 암자에서 수행 중인 승려 ‘여산’(5‧18 당시 오민호)이 조카이자 딸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기억은 30년 전 전남대를 다니던 야학선생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정혜의 동생 기준은 민호를 친형처럼 의지하고 있다. 그러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정혜는 민호를 떠나보내고, 도청을 사수하던 민호와 기준은 운명이 갈린다.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자가 된 민호는 고문 후유증과 함께 정신이상을 겪으며 삶을 포기한다. 결국 민호는 속세의 자신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한다. 민호와 정혜 사이에 생긴 딸 운화를 친형 진호가 거두지만, 세월이 흘러 운화의 결혼에 이르러서는 결국 끊을 수 없는 속세와의 인연에 마주하게 된다.

연극은, 기존에 5‧18 광주를 다룬 많은 작품과 달리 무거운 소재를 가볍고 유쾌한 방식으로다룬다. 연출을 맡은 고선웅도 이 연극에 대해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정의할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짧은 거리를 다리 벌려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민호가 과장된 모습으로 시민군을 말리는 장면 그리고 3m 기다란 탁자에 마주 앉아서 찻잔과 청첩장을 내던지듯 건네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연극은 ‘그날의 일’이 남긴 상처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적절하게 상기시켜낸다. 친구를 팔아 살아남았지만 그 비굴한 삶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는 민호의 모습이나 딸의 결혼식에 과거의 인물들이 나오는 모습은 ‘민호의 오늘’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을 보여 준다. 서정주의 시와 송창식의 노래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한다.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한 정경진 작가의 동명 희곡을 무대로 옮긴 ‘푸르른 날에’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된다. 김학선, 정재은, 이명행, 양영미, 이영석, 박윤희, 조영규, 최광희, 호산 출연.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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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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