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장훈에 대한 김기덕의 진심은 무엇일까

[Ki-Z issue] 장훈에 대한 김기덕의 진심은 무엇일까

기사승인 2011-05-22 12:58:00

[쿠키 영화] 지난 한 주 영화계는 김기덕 감독으로 뜨거웠다. 현재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신작 ‘아리랑’ 때문이다. 국내 영화계에 쓴 소리를 던진 이 영화는 칸에서는 호평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눈길을 모았던 내용은 김 감독의 제자이기도 한 장훈 감독에 대한 실명 비판이다. 감 감독은 김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지난 2008년 데뷔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이후 2편의 영화를 장 감독과 하기로 했지만 장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면서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깨끗이 떠난다고 말했다면 내가 안 보낼 사람이 아님에도 그들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떠났다”며 “E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서 받아 주니까 5년 후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장 감독에 대한 이 같은 비판에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일까. 우선 두 감독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 보자.

사제(師弟)관계를 맺은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E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했는지는 모르지만, 장 감독은 첫 만남에 대해 “졸업 후 취직할 마음을 접고 나서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갔다. ‘뭐든 경험해 보고 나면 그걸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다’라며 일을 맡겨 주셨다”고 지난 2003년 10월 ‘사마리아’ 연출부 막내로 합류했던 때를 기억했다.

이후 영화 ‘빈집’(2004), ‘활’(2005), ‘시간’(2007)을 감독과 조연출의 자리에서 함께했다. 그러다가 130만 명이 관람한 장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에 김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6억 5000만원의 저예산이 속칭 ‘대박’을 불러 당시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장 감독은 이어 2010년 관객 500만을 넘긴 영화 ‘의형제’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확실히 부상한다.

여기서부터 둘의 관계가 엉클어졌다. 지난해 12월 김 감독이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폐인처럼 지낸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지인이 장 감독으로 밝혀졌다. ‘의형제’를 두고 김 감독과 배급사인 쇼박스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얘기가 영화계에 들렸다. 그러자 장 감독과 송명철 PD는 김 감독 밑에서 나와 ‘루비콘픽처스’를 설립하고 직접 계약에 나서면서 장원석 대표의 다세포클럽 및 쇼박스와 공동제작으로 ‘의형제’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 대해 김 감독은 ‘배신당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뒤 김 감독은 부인했다. 그는 언론사에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몸이 안 좋아 지방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와 아래와 같은 해명을 합니다.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한 것도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장훈 감독과는 오래 전에 화해를 했습니다”라며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더욱이 글 중간에 “장훈 감독은 제 제자 중에 가장 열심히 영화를 공부했고 늘 최선을 다했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라며 “그들이 저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한 건 제가 판단할 때 메이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저로 인해 영화가 중단될 두려움에 그들이 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다 이해합니다. 결국 저를 떠난 그들도 메이저가 가진 돈과 배급 극장이라는 하나의 통로를 가진 거대한 배에 올라탄 것일 뿐이고 다른 누구도 그런 기회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입니다”라며 장 감독을 비롯해 자신을 떠난 이들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화해와 이해는 지난해 11월 8일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장에서 ‘의형제’로 감독상을 수상한 장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장 감독은 “상 받으러 오면서 김기덕 감독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김기덕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다소 껄끄러웠던 스승과 제자는 이미 화해한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까닭에 김 감독의 장 감독 실명 비판 논란은 그간의 추이를 아는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움을 안겼다. 해결된 일을 다시 들추는 듯한, 그것도 보다 어른인 사람이 아랫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는 김 감독의 진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분한 추측이 오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항상 이슈를 만들어 냈던 김 감독이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함일 수도 있다”며 비판의 생산적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이미 화해의 제스처를 통해 지나간 국내에서의 일을 국제영화제에서 거론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되짚어 봐야할 내용”이라며 김 감독의 태도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멀리 칸에서의 얘기가 국내 언론의 앞 다툰 보도를 부른 것은 ‘시간의 힘’으로 회복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잊게 할 만큼 기사의 흥행을 부를 ‘자극성’ 또는 ‘선정성’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은 아닐까. 제자가 영평상 수상에서 밝힌 스승에 대한 감사, 스승이 장문의 편지로 드러낸 제자에 대한 이해와 아량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국내 언론과 영화계 역시 제64회 칸국제영화제가 21일 오후(현지시간) 영화 ‘아리랑’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그랑프리에 해당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여한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부문에는 세계 각국 총 19편의 영화, 한국영화로는 홍상수 감독의 ‘북촌 방향’과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함께 초청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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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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