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극장가에도 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공포영화가 관객들의 관심을 크게 유도하지 못하면서 ‘기본은 한다’는 공포영화의 흥행 법칙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실이 더 공포인데 공포영화를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영화계 관계자들의 농담(?)이 현실화된 듯 실제로 지난 3년간 공포영화의 성적은 초라하다. 아이돌 스타까지 동원하며 재기를 노리는 올해 공포영화들이 과연 좋은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 3년간 100만 동원 공포영화 2편뿐…‘정육점 스릴러’에 밀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공포를 표방하고 나온 영화들의 성적표를 보면 상위권 진입은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개봉한 ‘고사: 피의 중간고사’가 164만 2596명을 기록해 그 해 개봉한 공포영화 중 최다 관객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당시 ‘고사’는 영화의 질적 측면보다는 호화 제작발표회를 비롯해 배우들이 제주도까지 내려간 무대 인사 등 공격적 마케팅의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9년에는 식인 멧돼지를 소재로 한 ‘차우’가 179만 1709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공포와 스릴러를 동시에 담은 ‘차우’는 배우 엄태웅, 장항선, 윤제문, 정유미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힘이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공포영화가 관객 100만을 넘기는 ‘단맛’을 본 것은 이 작품이 끝이었다. 같은 해 유진, 박한별, 차수연, 조은지 등 여배우들을 대거 앞세워 개봉한 ‘요가학원’은 20만 3477명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학원 공포물의 대표주자 격인 ‘여고괴담’의 다섯 번째 시리즈는 65만 1738명의 관객만이 관람했다.
2010년에도 한국 공포영화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2년 전 최다 관객 공포영화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누리고자 야심 차게 제작된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조차 86만 3227명의 누적관객을 기록했을 뿐, 공포물은 사실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이러한 관객의 외면 뒤에는 탄탄한 스토리보다는 핏빛 장면과 음향으로만 승부를 보려 했던 공포영화의 안일한 태도도 있지만 공포영화보다 더 큰 공포를 안기는 일명 ‘정육점 스릴러’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무관치 않다. 살해 장면이나 핏빛 폭력 액션을 가감 없이 보여 준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 등이 그것이다.
◇ “그래도 승부수를 던진다”…2011 공포영화 ‘소재 다양화’
공포영화의 흥행 성적이 낮아졌다고 해서 마니아들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인터넷 곳곳에서는 마니아들이 올해 개봉하는 혹은 이미 개봉한 공포영화에 대해 드러낸 기대감과 호평이 즐비하며, 이는 여타 관객들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의 공포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포문을 연 공포영화는 아이돌 그룹의 경쟁심리를 공포로 극화시킨 ‘화이트:저주의 멜로디’이다. 일찌감치 여름의 초입인 지난 9일 개봉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로도 가수다.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인 함은정이 걸 그룹 리더 은주 역을 맡았고 ‘여자 세븐’이라 불리며 춤 실력을 인정받은 메이다니가 뜻밖의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성적은 초라하다. 16일 현재 27만 918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로 주가를 올린 박민영의 첫 스크린 도전작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도 올 여름 기대작 중 하나다. 잔인한 장면이나 비명소리보다는 심리공포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화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이 죽음과 저주를 부르는 정체불명 동영상의 실체를 파헤쳐 나가는 ‘미확인 동영상’도 눈길을 끈다. 의혹의 동영상을 공포의 소재로 삼은 해외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설정이라 신선하다. 박보영의 첫 공포물 도전이며 ‘제빵왕 김탁구’로 스타덤에 오른 주원이 호흡을 맞춘다.
‘기생령’은 한국 공포물 중 흔히 등장하는 영혼을 소재로 했지만, 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구미호 역을 맡아 호평 받았던 공포연기의 고수 한은정이 주연을 맡아 기대치를 높인다.
◇ 복고·블록버스터 맞수 될까
현재 영화 ‘써니’를 비롯해 ‘쿵푸 팬더2’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트랜스포머3’까지 한국형 복고와 할리우드산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어 보이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소재 다양화를 재기 전략으로 내세운 공포영화들이 ‘여름에는 공포영화’라는 흥행공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