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처음으로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 ’보고 싶다‘를 열창한 후 김범수의 무대는 항상 진화했다. 경연 곡으로 선정된 타인의 곡을 불러야 하기에 더욱 변화를 고민했고 그 결과에 대해 청중뿐 아니라 스스로도 평가를 지속해야 했다. 김범수가 보기에 ‘나가수’ 경연 무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무대는 어떤 곡을 불렀을 때일까.
“‘님과 함께’를 불렀을 때를 꼽고 싶었어요. ‘님과 함께’는 ‘저거 나 맞아?’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제가 낼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그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무대에서 보여준 동작을 보면서 ‘저것이 정말 미쳤구나’ 느꼈죠(웃음). 무대를 마치고 나서도 여한이 없었어요. 몸이 다 풀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죠. 무대를 끝내고 관객들이 제 이름을 연호하는데…, 그 짜릿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제 공연장에서조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죠.”
마음에 들었던 공연이 있었으면 아쉬운 경연 곡도 있을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창피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들었던 ‘늪’을 꼽았다.
“‘늪’은 제가 생각해도 상당히 무리수였어요. 다른 노래들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노래였는데 ‘늪’은 편곡 때부터 답이 나오지 않아서 지르는 것밖에 답이 없지 않나 생각했어요. 아니면 기권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음을 최대한 낮춰서 저음으로 부르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그렇게 부르면 떨어질 것이 분명했죠. 그때는 정말 간절했어요. ‘님과 함께’를 부르기 전까지는 ‘아직은 난 떨어지면 안 돼’라는 압박이 심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떨어지지 않으려면 해야지’ 마음먹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긴장도 많이 했어요. 실전 무대에서 그 음역대가 나올지 안 나올지 예상할 수 없었고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긴장을 많이 했죠. 나중에 그 무대를 보니까 ‘나가수’에서 제가 피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나가수’가 너무 지르는 성대 싸움으로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러고 있었던 거죠. 그때 사실 제 무대가 창피했죠.”
‘나가수’가 가수들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절제의 미를 보여 주는 대신 지르고 기교를 부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 실제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시청자들조차 지쳐가고 있다. 시청자의 피로감을 잘 알기에 여러 번 무대에 선 가수들은 무대를 즐기는 방향을 택했고 김범수도 그러했다.
“(코너로 몰아가는) 경지를 지나고 나니까 ‘너희들이 몰아세우든 말든 난 즐길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로 계속 가고 있어요. ‘난 더 이상 1등에 대해 관심 없어’라고 다짐하죠. 성적이 좋지 않아도 이제는 기분 나쁘지 않고 그냥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청중 평가단이나 방송 관계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무대를 선보이기보다는 내가 내 무대에 만족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일까. 김범수는 이제 ‘나가수’에서 떨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김범수는 19일 경연에서 조관우와 함께 공동 6위, 최하위의 성적을 냈다).
“이제는 (원년 멤버인) 우리가 언제 떠나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현재 원년 멤버가 3명(윤도현, 박정현, 김범수)이 남아 있는데 모두 지쳐하고 있죠. 도현이 형은 프로그램도 하나 더 맡아서 활동해야 하고 다른 멤버들도 모두 활동을 병행해야 하니까 이제는 다들 ‘올 때까지 많이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도 뭐 하는 데까지는 다들 열심히 하겠죠.”
김범수도 ‘나가수’에서 빠지고 싶은 적이 있었다. 3월 시작 후 바로 논란이 생겼을 때였다. 당시 출연 가수들은 대부분 ‘과연 계속 출연해야 하나’를 고민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가수는 백지영 한 명이었다.
“사실 한 달 방송하고 한 달을 결방했을 때 빠지려고 했어요. 빠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백지영 누나가 그 기회를 잘 잡아서 빠졌죠. 사실 지영 누나가 저에게 같이 빠지자고 제의했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죠. 특히 김제동 형이 저를 잡았어요. 형이 제주도에서 진행한 토크 콘서트에 게스트로 갔는데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계속해야 한다고 거듭 조언했죠. 그런 말들을 들으며 해 보는 데까지 해 보자라는 사명을 느꼈어요. ‘나가수’ 멤버들도 남아 있으라고 조언했고요.”
만일 김범수가 탈락한다면 그 후임에는 누가 어울릴까. 옥주현 합류 때 이미 경험했지만 새로 출연하는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나가수’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시청률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그만둔다고 가정했을 때 생각해 둔 후임이 있을까.
“포맨의 신용재나 케이윌 같은 친구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비록 연륜이 오래된 가수는 아니지만 이 친구들이 앞으로 차세대 보컬리스트로서 ‘이런 가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선배들이 싹 한번 긴장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지금까지는 선배들이 와서 후배들을 긴장시켰잖아요. 또 차세대 보컬리스트들이 들어오면 재조명받을 기회도 생기고 저처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자신이 정말 해 보고 싶은 것들을 펼칠 수 있는 무대니까요.”
[쿠키人터뷰] 7집 파트2 발매한 김범수 “이제는 극장도 편히 못 다녀” ③으로 계속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