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방송진단] 방송 3사, 스포츠중계 ‘이전투구’ 1년 만에 극적 합의

[Ki-Z 방송진단] 방송 3사, 스포츠중계 ‘이전투구’ 1년 만에 극적 합의

기사승인 2011-07-11 13:16:00
[쿠키 문화] 지상파 방송 3사가 앞으로 개최되는 동계와 하계올림픽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7개 주요 스포츠 대회를 합동 방송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회에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 게임, 축구 A매치, WBC, AFC 패키지 경기(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아시안컵 축구대회), 동아시아 축구대회가 포함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단독중계로 촉발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방송 3사 사장단은 지난해 9월 20일 합동방송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실무협의를 거친 끝에 중계방송권 공동구매와 합동방송을 위한 세부기준을 담은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약칭 KS)’ 운영규정을 지난 4일 제정했다.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1년여 간의 분쟁은 이로써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KBS와 MBC는 SBS가 ‘코리아풀’(Korea Pool)을 파기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SBS를 상대로 업무방해, 사기 등 형사고소를 취했고 경기 장면 보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006년 5월 방송 3사는 월드컵, 올림픽 경기 중계를 두고 ''''코리아풀''''(Korea Pool)을 결성했다. 경기를 공동 중계키로 하고 이에 대한 합의문도 발표했다. 그러나 SBS는 지난해 향후 6년 동안 국제 경기를 단독으로 중계하겠다며 계약을 파기했다. 2010·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2·2016년 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7250만 달러(약 810억 원)에, 2010·2014년 월드컵의 중계권을 1억4천만 달러(약 1570억 원)에 단독 계약한 것. 이번 합의가 없었다면 앞으로도 최소 5년 이상을 SBS를 통해서만 대부분의 국제 경기를 시청해야 했던 셈이다.

SBS를 볼 수 없는 난시청 지역의 불만도 컸다. 경북 성주와 전북 진안, 충북 보은의 산간 지역 등 전국 각지의 SBS 난시청 지역에는 SBS 중계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위성 등 유료방송에 가입해야 SBS를 시청할 수 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중계를 보기 위해 마을회관이나 대형 음식점을 찾거나 시청을 포기해야 했다. KBS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난시청 지역은 전국 1910만여 가구 가운데 23%나 됐다.

일부에서는 “SBS의 단독 중계는 ‘보편적 시청권’을 저해하는 수치”라고 비난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누구나 무료로 TV로 시청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월드컵 본선의 경기는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SBS는 서울과 수도권 가시청권에 일부 타 지역 방송들과의 연계까지 합해도 전체 가구 수의 70% 가량밖에 확보할 수 없다. 그러나 SBS는 지역민방,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을 포함하면 방송법상에 나와 있는 보편적 시청권에 부합되는 90%의 시청가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방통위도 사실상 SBS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동계올림픽, 월드컵 관련 시청 불편 사태가 초래됐다.

앞서 KBS는 1996년 아시안컵을, MBC는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단독으로 계약, 방송해 풀을 파기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일부의 경기를 독점 중계했을 뿐 SBS처럼 올림픽, 월드컵 전체 경기를 독점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월 SBS가 월드컵 및 올림픽 단독중계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며 공동 중계에 청신호가 들어왔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지난 7일 세부적인 합의 사항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 게임, 축구 A매치, WBC, AFC(아시아축구연맹) 패키지 경기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아시안컵 축구대회, 동아시아 축구대회 등 주요 스포츠 대회는 방송 3사가 합동방송을 실시하게 됐다.

반가운 소식은 7일 새벽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결정된 당일 오후 공식 발표돼 미디어 관계자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좋은 행사를 앞두고 잘 마무리 돼 다행”이라며 “시청자 각자가 원하는 해설을 선택해 볼 수 있는 만큼 방송사 간의 경쟁으로 양질의 중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반색했다.

방송 3사는 KS 운영규정에 ‘위약’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포함시켜 2006년에 결성된 코리아풀(Korea Pool)보다 한층 강화된 결속력과 방송 3사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방송사 간 협의는 법적 효력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도의적인 책임 선에서 머문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앞세워 여론에 호소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방송사 간의 중계 합의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관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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