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경제흐름을 역행했다.”“4대강 등의 토목공사 확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다.”
현직 한국은행 간부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환율상승 용인, 4대강, 부동산 경기부양책, 감세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저서를 최근 출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 정부와 한은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내용의 저서가 출간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미필적 고의’(한울출판사)를 낸 한은 인재개발원 정대영 주임교수(57·사진)가 주인공이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정 교수는 17일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는 가치관과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치세력과 정책 당국이 반짝 효과만 있는 길이나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정 교수는 금융위기 전후 정부의 경제정책을 도마 위에 올렸다. 정 교수는 우선 2008년 초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유도한 정책(고환율 정책)을 “경제흐름에 역행한 대표적 사례이자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 실패작”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정책은 수출증대 효과는 크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 상승과 기업도산, 내수침체 등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치는 세계적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도산하고 국내 자본수지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단행돼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을 더욱 키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예 “당시 (강만수) 경제팀이 환율에 관한 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금융위기 충격은 훨씬 작았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MB노믹스의 핵심으로 불리는 감세 및 4대강 등의 재정지출 확대정책에 대해서도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감세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와 저임노동자 등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미 건설투자가 과잉인 상태에서 토목공사 확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별로 없고 재정 상황 악화, 경제구조 왜곡 등 부작용이 크다”며 4대강 등의 재정확대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내수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토목공사 대신에 소형 임대주택 건설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늘렸어야 했다”며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정 교수가 한국경제에 고언을 하게 된 것은 2007년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을 지낸 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금융위기 전후 독일과 우리의 금융위기 대책을 비교하면서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독일과 비교해 특정 직종에 대한 과도한 선호 등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불균형을 보면서 정부가 내세운 성장잠재력 확충 대책의 문제점을 봤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서 경제가 바로 섰으면 하는 생각에서 썼을 뿐”이라며 “최근 정부가 동반성장 친서민 정책 등을 펼치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정책을 반성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