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공식적으로 심의해서 막히는 경우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심정적인 심의도 있어요. 선정성 논란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면, 심의가 어떻든 간에 의식을 안 할 수 없죠. 콘셉트 바꾸고 뮤직비디오 내용 바꾸고 하죠.”(A 걸 그룹 매니저)
“요즘에는 아예 ‘선정성’ 자체를 홍보하잖아요. 어차피 방송에서 보여주지도 못할 내용이니, 홍보에라도 이용하고 나중에 원래 준비했던 콘셉트로 돌아가면 된다는 거죠. 방송용 이외에 모습을 보여줄 채널은 다양하니까요.”(B 걸 그룹 매니저)
걸 그룹 소속사들이 ‘심의’를 놓고 다양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 심의는 A아이돌 매니저의 말처럼 방송국이나 여성가족부 등에서 공식적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의 일부일 수 있지만, 대중의 여론이나 언론에 의한 비공식적인 심의도 존재한다. 전자는 고개를 한번 숙이거나, 강경 대응으로 돌파하기도 하지만, 후자는 역으로 홍보에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후자가 전자에 영향을 미쳐,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다.
◇ “콘셉트 망칠 수 없다. 차라리 방송 안한다”
두 번째 솔로곡 ‘버블팝’으로 발표 3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건을 넘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현아가 ‘선정성 안무’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적에 아예 ‘버블팝’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방송통신심위위원회나 방송사 측은 안무 수정을 요구했지만,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이를 거부, 통보 다음날 음악프로그램부터 출연을 하지 않았다.
큐브 측은 “‘버블팝’의 핵심 안무를 빼고 방송을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시간적으로도 안무 수정을 해 방송에 올라갈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현아는 후속곡인 ‘저스트 팔로우’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버블팝’의 현아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혼성 그룹 써니힐의 신곡 ‘기도’ 뮤직비디오도 KBS와 MBC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아예 방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는 “써니힐의 ‘기도’ 뮤비 속 돌연변이 머리에 주사기를 꽂아 채혈하는 장면이 문제 됐다. 하지만 해당 부분을 삭제하는 것은 전체적 줄거리의 흐름을 해칠 뿐만 아니라 뮤지션의 순수한 창작 의도를 거스를 수 있다고 판단, 재심의를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방송활동 차질 없게 자체 심의를”
신곡 ‘블링 블링’을 들고 12일 KBS 뮤직뱅크를 통해 컴백 무대를 가진, 걸 그룹 달샤벳은 무대 의상을 전면 수정해 나왔다. 최근에 불거진 선정선 논란을 피하기 위해 상의 노출을 자제하고, 하의는 핫팬츠 대신 바지로 대체, 라인 전반을 수정했다.
앞서 달샤벳은 미리 공개된 재킷 사진에서 막내 수빈을 비롯한 멤버들의 짧은 핫팬츠로 관심을 모았고, 이것이 무대 의상으로 연결될 경우 ‘선정성’을 지적받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소속사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는 방송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의상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앨범 재킷 사진과는 다를 것이라 전했었다.
9개월 만에 첫 정규앨범 ‘쏘 쿨’을 공개한 걸 그룹 씨스타는 안무를 수정했다. ‘니까짓게’의 엉덩이 춤, ‘Ma Boy’의 수달 춤에 이어 등장한 ‘꼬리춤’이 수정됐다.
씨스타의 춤은 이미 뮤직비디오 공개와 동시에 누리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지만, 걸 그룹 심의가 강화된 것을 본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방송 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자체 심의 및 수정에 나선 것이다.
8월 중순 컴백하는 ‘모델돌’ 나인뮤지스도 선정성 차단에 나섰다. 앨범 비하인드 재킷 사진 중 멤버 이유애린의 비키니 사진이 유출되어 누리꾼들 사이에서 ‘또 선정적 콘셉트냐’라는 지적이 일자, 소속사인 스타제국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앨범 공식 재킷 사진을 공개해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려 나섰다.
이에 앞서 걸 그룹 치치가 신곡 ‘롱 거’뮤직비디오가 방송사 심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수정 후 재심의에 착수했으며, 올해 4월에는 라니아와 포미닛이 ’쩍벌춤‘으로 선정성 지적을 받고 안무를 수정했었다.
◇“어떤 형태든 득(得)은 있어도 실(失)은 없다”(?)
방송사에 강경 대응하든 자체 심의하든, 사실 걸 그룹 소속사 입장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크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걸 그룹을 알리는데 있어서 방송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독점적 채널’을 유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유튜브를 비롯해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걸 그룹의 원래 콘셉트를 홍보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선정성 논란이 있을 경우,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영상이나 이미지로의 유입이 더 커져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거론된 그룹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무의 선정성 때문에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활동을 중단했던 현아의 모습은 이미 10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영상에서 확인이 아직도 가능하다. 뮤직비디오의 지상파 재심의를 거부했던 써니힐 역시 소속사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이미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씨스타의 안무 역시 이미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개됐으며, 나인뮤지스나 달샤벳의 방송 활동 전 재킷 사진등 다양한 모습도 이미 공개됐다. 4월 활동했던 라니아와 포미닛의 ‘쩍벌춤’도 이미 여러 방송을 타고, 영상이 인터넷에 아직도 유포되고 있다.
A 걸 그룹 매니저는 “음원이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된다면, 음원 수익 등 타격을 입지만 의상이나 안무 수정 등의 심의는 사실상 제재라기보다는 지상파에서‘만’ 보여줄 수 없다는 한시적 효과밖에 없다”며 “이미 많은 걸 그룹 소속사에서는 애초에 준비했던 안무, 의상과 더불어 방송용을 따로 준비할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방송용 의상에서 자연스럽게 원래 준비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음악프로그램 관계자는 “방송이 아니라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때문에 마치 방송 음악프로그램이 시대에 뒤쳐진 듯한 비판을 받는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다고 지상파 프로그램이 인터넷과 모바일처럼 할 수는 없지 않나”며 “아직 가수들의 모습을 비춰주는 방송의 힘이 막강하다고 여겨지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보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만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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