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호주출신의 소프트 록 밴드 에어 서플라이가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한국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에어 서플라이는 16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다. 1982년 첫 내한 후 이번이 일곱 번째 공연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800여 명의 관객은 공연장에 모여 에어 서플라이의 귀환을 기다렸다. 이에 보답하듯 에어 서플라이는 1970~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답게 감미로운 음악과 친근한 무대 매너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에어 서플라이는 올해로 데뷔 36주년을 맞았다. 러셀 히치곡과 그라함 러셀의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60대의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힘으로 100여 분간 펼쳐진 공연을 화끈하게 불태웠다.
공연장에는 유독 40~50대의 중 장년층이 많았다. 이들은 나이를 잊은 채 에어 서플라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옛 추억을 공유했다. 에어 서플라이 역시 감격에 벅차 손을 구르기도 했고 기타 치는 동작, 피아노 치는 동작 등을 선보이며 아이와 같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에어 서플라이는 ‘이븐 더 나이츠’(Even The Nights)를 시작으로 ‘파워 오브 러브’(The Power Of Love) ‘히얼 아이 엠’(Here I am) ‘어 리틀 빗 모어’(A little bit more)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노래 중간 ‘안녕하세요’ ‘당신 짱이에요’ 등 미리 준비해온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으며 “한국에 7번째 왔는데 앞으로 7번 더 오고 싶다”고 말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런 관객의 반응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원더풀’을 외치며 화답했다.
화끈한 무대매너도 눈에 띄었다. 에어 서플라이는 ‘더 원 댓 유 러브’(The One That You Love)를 부르며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으로 향했다. 팬들에게 가까이가 일일이 손을 잡아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무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더 가까이에서 관객과 호흡했다. 세계적인 스타라기보다 푸근한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공연은 ‘댄스 위드 미’에서 절정을 이뤘다. 이 곡의 전주가 나오자 에어 서플라이는 객석에 앉아 있는 팬들을 무대 가까이로 불러 모아 댄스 타임을 가졌다. 관객들은 하나 둘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고 순식간에 스탠딩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흥에 겨운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에어 서플라이를 외쳤고 이들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팬들의 손을 잡아줬다. 관객의 손등에 뽀뽀를 해주는 팬서비스를 보이기도 했다. 20대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40~50대의 중장년층도 전원 기립해 신 나게 몸을 흔들었다.
분위기를 한껏 띄운 후 에어 서플라이는 ‘메이킹 러브 아웃 오브 낫 띵 앳 올’(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무대에서 스타가 사라지자 팬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재등장을 기다렸고, 에어 서플라이는 잠시 동안 팬들의 애를 태운 후 무대에 다시 올라 ‘올 아웃 오브 러브’(All Out of Love) ‘굿 바이’(Good Bye) 등을 부른 후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간 20~30대를 위한 콘서트는 많지만 40~50대를 위한 공연은 비교적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중 장년층에게는 삶의 활력소를, 그보다 어린 연령층에게는 부모 세대를 이해하는 공감대 형성의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어에 낯선 중장년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만큼 영어를 사용하는 에어 서플라이의 말을 화면의 자막을 통해서라도 한국어로 전달했다면 더 친밀히 호흡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에어 서플라이는 흰머리의 중년신사가 됐지만 그들의 노래는 ‘에어 서플라이’라는 이름처럼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음악으로 오래토록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제공=서던스타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