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홍대 인디에서도 드문 존재들. 여성 펑키 록밴드 ‘슈퍼8비트’

[쿠키人터뷰] 홍대 인디에서도 드문 존재들. 여성 펑키 록밴드 ‘슈퍼8비트’

기사승인 2011-08-31 21:10:00

"[쿠키 문화] 여성 펑크 록밴드 ‘슈퍼8비트’를 처음 본 것은 지난 6월 24일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펼쳐진 한일 인디음악 교류 프로젝트 ‘서울-도쿄 사운드 브릿지’에서다. 오프닝 무대를 책임진 이들은 강렬한 음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요조, 오지은 등 ‘홍대 여신’이 판치는 홍대 앞 인디 신에서 이들은 독특한 존재였다. 그러나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들은 삶 자체도 독특한 느낌을 선사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맏언니 강나연을 비롯해 베이스와 코러스의 김민채, 기타와 보컬의 홍유정은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동시에 삶에 대한 즐거움을 간직했다.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보이 앤 걸’(BOY N GIRL)은 타이틀곡 ‘잊혀진 그 사람’을 비롯해 총 7곡이 담겨있다. 대개 타이틀 곡을 정할 때, 앨범 명과 동일시해 마케팅이나 인지도를 높이는데 활용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던 곡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이유는 “그러고 싶어서”였다.

“앨범 명을 정할 때 ‘보이 앤 걸’이 멋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줄곧 그렇게 생각했죠. 그리고 타이틀 곡도 만들때 부터 ‘잊혀진 그 사람’이었죠. 머리를 쓰고 해서 만들었다면 그렇게 안했겠죠. 하지만 일일이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떻게 자유롭게 앨범을 내겠어요.”(나연)

이들의 결합은 유정과 민채과 10대 때 만나서 음악을 하고 있던 중 다시 나연을 만나 팀을 결성했다. 나연 역시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를 하고 있어서 이들의 결속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다른 멤버 한명을 더 드럼으로 섭외해 2007년 4인조 여성 펑크록 밴드 숄티캣(Shorty Cat)을 결성했다. 여기서 현재는 멤버였던 김은진이 빠지고 이름을 슈퍼8비트로 바꾸고 3인조로 재출발한 것이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이 컸죠. 숄티켓은 너무 펑키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죠. 이번 앨범 제작은 6개월 정도 걸렸는데,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하다보니 다소 시간이 걸렸죠. 재미있게 만들었요.”(나연)

“그 전 밴드 이미지는 정말 강했어요. 숄티켓 때는 각자 포지션도 틀리고 이미지도 강해서, 다른 음악을 하고 싶어도 그 팀 이름으로는 다른 음악을 못할 것 같았죠. 그때 부른 노래는 보면 뭐가 그리 다 싫었는지 모르겠어요.(웃음)”(유정)

이들의 음악적 성향은 확실히 변해있었다. 숄티켓때와 달리 말랑말랑한 느낌의 펑키 록음악을 선사했다. 기존에 이들의 무대를 본 이들은 무대위 슈퍼8비트를 보면 전혀 다른 팀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펑크 음악이 굉장히 강한 음악이라고만 할 수 없어요. 펑크도 여러 가지가 있죠. 어릴 적에는 펑크라는 것도 모르고 에너지를 받는다고 해서 펑크를 좋아해서, 곡을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펑크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약간 가사가 직설적이고 강한 음악을 했던 것이죠. 그러나 지금의 저희 음악을 들어보시면 의외로 강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펑크를 강하다라고 느끼기보다는 여러 장르가 있다고 생각하시고 들으시는 것이 나을 거에요.” (나연, 유정)



이번 앨범에서 이들은 펑크라 하기에는 굉장히 심플한 느낌을 선사했다. 또 펑크를 기반으로 해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섞어보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펑크 음악은 다 똑같다’라는 어설픈 선입관을 탈피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기까지는 외로움도 있었다. 이들이 한창 숄티켓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홍대 인디신에는 여성 밴드, 특히 이들처럼 독특한 밴드는 없었다. 지금은 ‘홍대 여신’ 등의 다양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나왔지만, 그 앞에는 이들이 있었다.

“진짜 여성 밴드가 없을 때는 저희가 희소성은 있었겠지만, 동시에 기회가 없었어요. 남자 뮤지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한때는 외롭다는 생각도 했죠. 요즘에는 그나마 여자 밴드들이 많아져서 좋죠. 하지만 많아졌다고 해도 우리처럼 막하는 밴드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메리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웃음)”(나연)

마지막으로 첫 질문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생각난 팀 이름 슈퍼8비트에 대해 물었다. 거창한 대답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답은 역시 엉뚱했다.

“사실 이 팀명은 아는 사람이 지어놓은 것인데, 이름이 좋아서 그냥 가져왔어요.(웃음) 그리고 나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했죠. 그 의미는 민채가 이야기할 거예요.”(나연)

“8비트 게임기 아시죠? 슈퍼마리오 게임 하던 거요. 어렸을 때 게임하던 재미있는 마음을 가지고, 그 때를 회상하면서 앞으로 변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는 뜻이에요. 괜찮죠?”(민채)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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