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세계를 놀라게 한 음악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의 음악은 이 시대에도 인정받으며 많은 이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그에게는 나넬 모차르트라는 누나가 있었다. 나넬은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주목받았지만 동생의 그늘에 가려 재능을 펼치지 못한 비운의 인물이다.
영화 ‘나넬 모차르트’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누나 나넬 모차르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작품은 수없이 탄생했다. 뮤지컬, 연극, 영화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나넬 모차르트’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누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영화는 나넬의 음악적 열정과 천재 동생을 둔 여성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희생을 묵묵하게 담아낸다. 나넬은 바이올린과 작곡에 두각을 드러냈지만 아버지는 바이올린을 켜는 것도 작곡을 하는 것도 모두 막는다. 그저 동생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조력자로서 헌신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나넬은 아버지가 볼프강에게 가르치는 작곡법을 엿들으며 작곡을 공부하고 음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르네 페레 감독은 “모차르트 가족 간의 서신을 읽으면서 나넬 모차르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고 영원히 잊힐 뻔했던 나넬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는 가족에게조차 지지받지 못하는 나넬과 가족의 전폭적 도움을 받는 볼프강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 줌으로써 나넬의 쓸쓸한 인생과 감수해야만 했던 고통을 보여 준다.
영화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남매의 모습을 담는다. 특히 볼프강과 나넬이 노래를 부르다가 영감이 떠오르자 함께 달려가서 연주를 하면서 음을 맞춰 보는 장면은 두 천재의 음악적 공감대는 물론이고 돈독한 가족애까지 느끼게 한다.
또 볼프강이 누나의 머리핀을 뽑아 주는 장면이나 나넬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들을 통해 음악적 경쟁자 이면의 각별한 우애를 드러낸다. 볼프강이 나넬에게 보내는 편지에 등장하는 ‘말 같은 누나 얼굴에 뽀뽀 백 개 보낼게’라는 구절은 실제로 모차르트가 나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져 온 문장이기도 하다.
영화는 당시의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비참한 사회상을 담는다. 우연히 모차르트 가족과
수녀원에서 만나게 되는 프랑스 공주는 자신의 의지로 수녀원에 온 것이 아니다. 그와 나넬은 여성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깨 보려 노력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들이 너무 작은 인물이라며 포기한다.
수녀가 된 공주는 나넬에게 “우리가 남자였다면 당신은 음악을 지배하고 난 나라를 지배했겠죠. 볼프강과 우리 오빠가 그런 것처럼”이라는 씁쓸한 말을 남긴다.
영화는 나넬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묘사한다. 하지만 영화인만큼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간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가 즐겁지만 120분의 상영시간이 다소 늘어지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절제된 감정으로 담담하게 나넬을 연기한 프랑스 배우 마리 페레는 이 영화로 2011 스페인 라스팔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오는 15일 국내 개봉하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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