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방송인 강호동의 힘은 위력적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국내 지상파 방송들이 비상회의 체제에 들어갔다.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지상파 입장에서 강호동의 존재 자체는 고개 숙이고 모셔야 할 대상이다.
유재석과 함께 국민MC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강호동은 9일 은퇴를 선언했다.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은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은 컸다. 지난 5일 세금 과소 납부 문제가 드러난 이후 4일 만이다. 10여 년 동안 굳건하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왔던 강호동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강호동은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사실이 알려진 후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인정하며 “추징된 세금은 충실히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개월여의 기간, 변호사와 세무사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국세청의 절차에 따라 조사에 충실히 응했다”면서도 “이유와 과정이 어찌됐든 강호동을 사랑하는 팬,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세청 역시 강호동이 소득 누락 등 고의적 탈루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예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감해 있던 대중들은 이러한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호동에게는 ‘탈세’의 딱지가 붙었고, 한 시민은 지난 7일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호동을 탈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인터넷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강호동의 탈세혐의 구속 수사하라’는 글과 함께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져 2000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참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버티지 못한 강호동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강호동의 은퇴 선언 이후, 연예계 관계자들은 방송사들이 어떤 행보를 취할 지에 대해 셈법에 들어갔다. 어떤 이들은 강호동이 은퇴를 번복할 수 있도록 방송사에서 적극적으로 말릴 것이라고 예측했고, 다른 이들은 유재석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번 기회에 신예 MC들이 대거 급부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강호동 사태를 통해 스타MC 한 명에 목매다는 방송계 풍토가 바뀌어야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강호동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KBS 2TV ‘1박2일’, MBC ‘무릎팍 도사’, SBS ‘스타킹’ ‘강심장’으로 모두 각 방송사의 대표적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은 국민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고, ‘무릎팍 도사’는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는 유명 인사들을 초대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끌어냈다. ‘스타킹’은 일반인들의 숨겨진 재능을 끌어내 이미 국내외로 많은 스타를 양산했다. 이를 이끄는 선장이 강호동 개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호동의 부재는 곧 프로그램의 폐지다. 다시 말해 강호동을 대체할 스타MC의 부재를 보여 준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강호동이 그동안 쌓아 온 경력이나 능력에 대해 과소평가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만큼 강호동은 대접받았다. 그러나 국내 예능 프로그램이 유재석-강호동으로 오랜 시간 양분화 되었고, 방송 PD들도 이들에게 목매달며 새로운 스타MC 발굴에 너무나 소홀했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스타MC 한 명에 목매달기보다 프로그램 자체를 탄탄하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예능 MC 한 명이 종편으로 간다고 해서 방송사 사장까지 나서고, 문제가 생겨 은퇴한다고 하니 고위급 간부회의까지 열리는 것이 정상인지 의심스럽다”며 “일부에서 강호동의 은퇴 선언을 번복시키려 노력한다고 들었다. 강호동이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뛰어난 인물인 것은 인정하지만 잘못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시청률 때문에 방송사가 도리어 이를 덮어 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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