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공유 “영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나’에 대한 관심”

[Ki-Z 人터뷰] 공유 “영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나’에 대한 관심”

기사승인 2011-09-10 13:48:00

[쿠키 영화] 영화 ‘도가니’는 그 어떤 멜로영화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고, 그 어느 공포영화보다도 소름끼치게 했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이곳저곳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부터 시작해, 나지막이 영화 속 인물들에게 대해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는 이들은 없었다. 그만큼 ‘도가니’는 거부하고 싶지만, 흡인력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군대에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읽으면서 이를 영화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작점이나 다름없는 공유는 스크린에 펼쳐진 ‘도가니’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9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무거운 마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처음에 제 의욕과 함께 ‘도가니’를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덤덤하고 스스로 냉정하게 참여했죠. 제가 너무 몰입하면 안될 것 같았어요. 마치 가수들이 무대에서 자기 감정에 취하면 안되는 것 처럼요. 그런데 해를 거듭하고 영화를 다 찍고 언론시사회가 열리는 시점에서는 저나 감독님이나 모두 굳었어요.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으니까, 보시는 분들에게 우리가 느꼈던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잖아요. 긴장하고 겁이 났죠. 그리고 영화를 보는데, 처음 30분은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저는 촬영장에 있었고 내용도 아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처음 보는 분들보다 더 아팠어요. 사실 촬영을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지내려 했어요. 영화 찍을 대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자 했죠. 그런데 다시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까, 그 무거운 마음을 버리고자 하는 시간이 무의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을 조절하면서 봤죠. 언론 시사회 때 아마 끝까지 다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더 울컥했을 거에요. 기자간담회 준비하러 30분 남기고 나왔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능했죠.”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로, 공 작가의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었다. 놀라운 것은 사건의 가해자와 책임자들이 대부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지금까지 교단에 서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사실을 담은 영화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시사회와 VIP시사회가 끝난 직후 ‘도가니’는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개봉날짜가 너무 늦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부터, 개봉까지 기다리지 못해 일반시사회를 시청하는 사람도 있다.
개봉도 하기 전에 ‘도가니 열풍’을 몰고 온 것이다. 공유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까.

“제작보고회 이후 그런 뜨거운 반응을 접했어요. 인터넷에서 기대되는 영화 순위도 1위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관심 자체는 좋은데, 제작보고회에서 기자시사회가 열리는 기간까지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요. 너무 큰 기대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죠. 영화를 접한 분들이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은 거죠. 그 마음이 사라진 것인 언론시사회때였어요. 영화가 끝나면 기자분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지잖아요. 기자분들이 쳐다보는 시선이나, 질문을 들으면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터닝포인트를 생각하거나, 연기를 잘했다는 말을 들으려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알리고자 참여한 것이니까요.”

실제로 사람들은 영화의 내용을 알게 되고, 거기에 공유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들은 후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류의 작품에 참여한 공유가 무거운 주제를 담은 ‘도가니’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가벼운 작품만 하는 배우가 아님을 증명하려 ‘도가니’에 참여했고, 이를 자신의 이력에 활용코자 하는 배우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분명 ‘도가니’에서 공유는 100% 캐릭터를 소화했고, 호평이 이었다. 하지만 공유도 이런 점에 대해 고민했다.

“제작보고회 때부터 언론시사회가 열리는 기간동안 두려웠던 것은 저에 대한 관심이었어요. 공유가 ‘도가니’같은 영화를 찍은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그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영화가 아닌 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영화 자체에 방해가 될까봐 부담감이 있었죠. 다행히 연기에 대해서도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고 있으니까 안심이에요. 이제 관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유는 생각하지 말고,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일들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보셨으면 해요.”



‘도가니’에서 공유는 장애인 학교 교사인 강인호 역을 맡아 현실과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은 아이들 편에 서서 진실을 알리려 노력한다. 홀어머니와 딸을 생각해 진실을 눈감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유혹과 교장과 학교 선생으로부터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의 눈물을 보며 끓어오르는 양심의 충돌은 관객들에게도 적잖은 갈등을 줬다. 특히 교장이 좋아하는 난을 들고 교장실에 들어가다가, 교사에게 맞으면서 끌려나오는 아이를 보면서 갈등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고민을안겨줬다. 그런 캐릭터를 소화해낸 공유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전 그런 인호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화분을 깨는 것은 영화적인 느낌 때문이고, 소설에서는 더 무기력하게 나오죠. 제가 손에 꼽는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가 난을 들고 있는 인호의 뒷모습인데, 그게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화분을 깨는 인호의 모습도 사실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 것인데, 인호의 동적인 부분이 너무 과하면 소설을 읽은 관객들이 몰입하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어려웠죠. 그런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제가 원작을 세게 보기도 했기 때문에 욕도 나오더라고요. 울어도 100번은 넘게 울었어요. 어쨌든 그렇게 표현하려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고, 그런 부분을 소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를 보다보면 사실 영화의 주연은 아이들이다. 이들의 아픔을 공유와 정유미가 보듬어주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소리치지만, 결국 그 중심은 아이들이다. 도리어 덤덤한 느낌을 공유의 절제된 연기 때문에 아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그러나 성추행을 당하는 등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연기 등은 일면 걱정도 됐다. 아이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연기에 대해 공유는 어떤 생각을 할까.

“맞아요. 주연은 애들이에요. 저희는 그 공간으로 관객들을 안내할 뿐이죠. 우리 영화는 감독도, 성인배우들보다는 아이들과 그 상황이 보여져야 하죠. 애들은 너무 잘했어요. 현장에서도 감독님이나 스태프들이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이 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 나이면 알 것은 다 알잖아요. 그래서 자칫 연기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걱정했죠. 그런 상처를 안주려 했고, 감독님의 그런 노력이 화면에 묻어나죠. 같은 배우로 본다면 아이들이 장면에 몰입되고 나서 그 몰입을 풀어주는 것이 저를 포함한 선배 배우들의 몫이었어요. 앙금이 남지 않도록 풀어주려 했죠. 아마 아역배우들이 현장에서 그렇게 대접받으며 촬영이 진행된 적은 없을거에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관계자들이 생존해 있기에 언제나 조심스럽다. 특히 이 영화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나 다름없다. 자칫 당시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잊고 싶은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공유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도 했어요.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제가 듣기로는 제작사 등이 당시 피해자분들과 접촉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그 분들은 영화를 응원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사람들이 모두 상대적이고 각각의 입장이 다르니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죠. 영화가 오픈되는 시점에 그런 측면에서 뭔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은 했죠.”

보통의 영화라면 이 질문은 감독에게 물어봤어야 한다. 그러나 ‘도가니’의 시작점과 과정, 끝에 공유가 서 있기에 이 질문은 응당 공유의 몫으로도 해당된다.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이 사건을 영화를 통해 공유가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제가 만일 감독이라면 더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겠죠. 그러나 제가 이 영화의 시작점에 있고 과정도 함께 했지만 배우는 배우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영화를 찍고 보여주는 과정에서 하나씩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계속 생각하게 되요. 메시지라고 하면 거창하고, 작가님이 처음에 이 사건을 접하고 책을 썼던 처음 마음과 저도 같은 것 같아요. 영화가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결해주지는 않아요. 굳이 메시지라고 하면 앞으로 어떤 것에 대한 대비라고 생각해요. 이것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세상인데,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각자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음의 먹먹함을 느끼고, 그게 한명이라면 보잘 것 없지만 그 사람들의 마음이 합치고 많아지면 분명히 어느 힘으로 돌아올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잘 판단하시면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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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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