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4일 MBC ‘음악중심’과 25일 SBS ‘인기가요’. 2년 2개월 만에 브라운아이드걸스(Brown Eyed Girls, 이하 ‘브아걸’)의 무대는 강한 기를 내뿜었다. 정규 4집 타이틀 곡 ‘식스센스’(Sixth Sence, 육감)를 쉼 없이 몰아친 그녀들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는 ‘무엇을 보든 상상이상일 것’이라는 진부한 말을, 전혀 진부하지 않게 만들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래 너희가 최고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다. 컴백일 전인 2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브아걸의 네 멤버 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은 이 같은 상황을 이미 예고했었다.
“이번 음악의 콘셉트는 기운이랄까요.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노래에요. 그런 기운에 빨려드는 느낌이 있죠. 그래서 보컬이 기운에 밀리지 않으려고, 또 악기에 밀리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식스센스’는 브아걸의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의 작곡가 이민수, 작사가 김이나가 다시한번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으로 오감을 넘어서 육감까지 육감으로 채우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곡을 설명하던 브아걸은 강한 기운이 담긴 이 노래에 대해 “겁났다”며 의외로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 스스로 곡에서 뿜어나오는 후반부 고음에 대해 ‘몇단 고음’을 넘어선 ‘신세계 고음’이라고 명명했다. 팬들은 이들의 방송 직후 MR 제거를 해보면서, 브아걸의 라이브 실력을 극찬했다.
“노래가 바로 뇌리에 박히는데, 그 이유가 몇단 고음도 아니고 ‘신세계 고음’ 때문이에요. 몇단 고음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래서 솔직히 겁이 났고, 녹음 하던 중에 ‘이거 꼭 해야 돼요?’라고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게 빠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무대에서 라이브를 불어야 하는데, 잘하면 ‘역시 브아걸’이지만, 못하면 ‘브아걸도 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을 테니까요. 결국 연습 밖에 답이 없었죠.”
사실 브아걸은 올해 초 컴백 예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앨범 발매일을 전면 수정하면서 가을로 컴백일이 밀렸다. 이럴 경우 대개 가수들을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브아걸은 바로 직전 앨범, 즉 ‘아브라카다브라’가 타이틀인 2009년 7월 발표한 정규 3집이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오랜 쉼은 자칫 흐름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가 이렇게 미뤄서 낸 시기에 대형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불가피하게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시기가 물론 중요하죠. 그러나 (대형 걸 그룹과 맞붙는 것은) 저희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에요. 어쩔 수 없이 피할 수 없다면, 열심히 하면서 즐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음악 색깔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그들과 음악적인 부분이 색깔이 많이 달라서 자신이 있어요. 그러나 굳이 신경 쓰이는 그룹을 꼽자면 소녀시대죠. 반갑고 신경이 쓰여요. 아무래도 같은 기간 활동을 하고, 대단한 그룹이잖아요. 또 걸 그룹 뿐 아니라 ‘나는 가수다’나 이런 프로그램의 음원도 신경은 쓰이죠.”
브아걸도 스스로 음악적 차이를 말했지만, 이들이 가요계에서 묘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여성 보컬 그룹으로 등장했지만, 어느 새 아이돌 그룹과 같은 영역에 놓이게 됐다. 아이돌 걸 그룹의 현황과 미래를 거론할 때, 브아걸도 종종 같이 포함됐다. 그러나 분명 이들은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음악성이나 성향이 다르다.
“첫 방송을 한 후, 이번 앨범이 많이 알려지면 저희가 아이돌이라는 생각을 안할 거예요. 이제는 아이돌보다는 성숙한 여성 그룹으로 비춰져야죠. 이제는 그런 평가를 받을 시기도 많이 지났고요. 그렇다고 아이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가 음악적 스타일도 많이 바꾸었기 때문이죠. 이번 앨범이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브아걸은 2006년도에 데뷔했다. 6년차 가수다. 그런데 웬지 모르게 이들에게서는 10년차 가수의 관록이 느껴졌다. ‘나이 때문 아니냐’라는 말은 건네자, ‘앨범 수 때문일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마도 저희가 활동 기간 발표한 곡들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정규 앨범 뿐만 아니라, 멤버 개개인의 앨범 등 저희가 참여해 등록된 앨범만 40개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이런 것도 했구나라고 생각되는 앨범도 있어요. 단독콘서트를 하면 가사가 혼동될 정도죠. 이게 내 파트가 맞는지. 대신 정말 다양한 곡들을 들려줄 수 있죠.”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기도 했던 브아걸은 2012년 초 월드투어를 열 계획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콜롬비아와 페루 등 남미 국가와 미국 LA,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 현재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중이라 전했다. 그러나 우선은 현재 앨범에 매진해야 되는 상황. 이들에게 ‘현’ 시점에서 바라는 점은 의외로 ‘신인가수’같은 마음을 드러냈다.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겠지만, 앨범 판매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2년을 쉬었지만, 저희도 기대를 해보게 되요. 많은 분들이 앨범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죠. 그리고 앞으로는 안 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너무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저희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사진=내가네트워크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