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요 심의 기준은 ‘멋대로’…홍보-수익 이용은 ‘철저히’

KBS, 가요 심의 기준은 ‘멋대로’…홍보-수익 이용은 ‘철저히’

기사승인 2011-10-04 16:41:01

[쿠키 문화] KBS가 대중가요 심의는 일정한 기준이 없거나 자의적으로 심의한 반면, 이들은 정부 홍보 수단이나 수익으로는 잘 이용했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병헌 민주당 의원은 4일 KBS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KBS가 자의적인 해석을 가요 심의에 적용하고 있어 국민 혼란을 야기한다. 미성년자의 선정적인 춤과 노래는 허용하면서 사회비판적인 인디밴드의 가사는 표현 하나 때문에 방송 금지라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국민긍지· 국민정서를 넘어서 부정적인 정서, 부정적인 가치관, 부정적인 가사와 같은 사유는 심의가 아닌 검열에 해당하는데 국민의 정서와 가치관까지 KBS에서 정해주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가요심의에 대해 검열이 아닌 심의로 국민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도 “사회성 짙은 가요인 경우, 방송사마다 심의기준이 들쑥날쑥 적용되기도 한다. KBS의 경우, 사회현실이나 정부비판을 다룬 가사를 방송금지곡으로 판정할 확률이 더 높았다”며 “음악을 통해 얼마든지 사회비판 할 수 있다. ‘제 멋대로 기준’으로 비판받는 심의기준에 비춰 전혀 문제가 없는 가요인데도 사회문제를 다루거나 정부를 비판하면 방송금지부터 내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KBS는 동방신기의 전 멤버 JYJ의 신곡 ‘삐에로’에 대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P.S.M’이 ‘프레지던트 SM(수만)’을 뜻하는 것으로, 특정 개인을 향한 개인적 원한을 담은 노래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JYJ는 이에 대해 원작자의 의도를 물어보지도 앟고 가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발해 재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다. MBC와 SBS는 방송 적합 판정을 내렸다.

또 KBS는 지난 7월 인터넷 다음까페 ‘문화예술로 알리는 시민의 소리’가 발매한 앨범 ‘대한민국을 노래한다’의 수록곡 중 4곡을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4곡은 ‘용산 참사’를 노래한 ''가혹하고 이기적인'', ‘4대강 사업’을 비판한 ‘흐르는 강물처럼’, 사회 전반을 비판한 ‘이상한 나라’, 언론의 왜곡 보도를 지적한 ‘뮤트’ 등이다. KBS는 이 곡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회 갈등 조장 및 직설적인 표현”(가혹하고 이기적인),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가사”(흐르는 강물처럼),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가치관 조성”(이상한 나라), “전반적으로 사회갈등 조장”(뮤트) 등의 애매한 사유로 방송금지 판정했다.

이 노래들은 KBS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MBC, SBS, 기독교방송, 불교방송, 평화방송 등 다른 방송사에서는 모두 방송 적격 판정을 받았다.

KBS는 또 인디그룹 반반프로젝트의 ‘5분전에’도 가사가 불건전하고 국가원수 모독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가사 중 ‘짝짓기’와 ‘팔려가는’ 부분이 선정적이라고 역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KBS가 2008년 이후 올 8월까지 방송금지 판정을 내린 가요는 총 1159곡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가요를 통한 수익과 대정부 홍보는 적극적이었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가 이날 KBS 국정감사에 앞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는 지난 7월 13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적 마무리 홍보’를 위해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열린음악회’ 편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KBS가 이를 받아들였다.

최 의원이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문광부는 4대강 주요 거점 지역에 ‘강가의 가을 축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행사 중 하나인 ‘여주 남한강 가을축제’에 KBS 1TV ‘열린음악회’ 편성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KBS는 이달 5일 여주 현암 강변공원에서 ‘열린음악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문광부는 공문에서 해당 공연의 목적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공적 말무리 홍보’라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KBS가 정부의 4대강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의원은 KBS가 ‘열린음악회’ 외에도 4대강 사업의 홍보를 위한 편성을 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광부의 ‘강가의 가을 축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KBS는 ‘열린음악회’ 외에도 부여 금강 축제(10월 4일)와 경북 안동 낙동강 축제에 1TV ‘콘서트 7080’ 녹화와 KBS 국악단 초청공연 등을 각각 계획하고 있다.

또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은 KBS가 지난 7월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진행한 2TV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가
티켓 판매 등으로 86억9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한류를 확산한다는 미명 아래 공영방송인 KBS가 티켓 판매 등으로 인한 매출액이 87억 원에 달하는 등 고가의 티켓 및 기념품을 팔아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판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라며 “더욱이 일본 내에서도 불만 및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은 한 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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